용진진, 옛 방어시설에서 '오늘'을 생각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천 강화도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에 들어서면 갑곶돈대까지 해안을 따라 길이 잘 닦여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강화의 옛 방어시설을 하나씩 만날 수 있어 좋다.
용진진에 도착하자 이번 답사의 돈대 길라잡이인 황평우 교수님이 이곳을 찾은 이유부터 설명했다.
물길을 사이에 두고 문수산성과 마주한 모습을 바라보니, 강화의 해안 방어가 이곳 돈대 하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갑남 기자]
해안길 따라 만나는 진과 돈대
인천 강화도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에 들어서면 갑곶돈대까지 해안을 따라 길이 잘 닦여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도 좋은 길이다. 무엇보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강화의 옛 방어시설을 하나씩 만날 수 있어 좋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강화나들길도 이어져 있어 산책 삼아 걷기에도 좋다.
|
|
| ▲ 좌강돈대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용진진 문루 참경루와 염하 풍경. 물길 너머로 펼쳐진 산자락과 주변 농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이곳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감시 거점이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
| ⓒ 전갑남 |
"용진진은 효종 때 만들어졌어요. 강화 해안 방어체계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먼저 자리 잡은 군사 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용진진은 1656년(효종 7)에 설치된 진이다. 만호가 책임자로 있으면서 가리산돈대·좌강돈대·용당돈대를 관할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진과 돈대가 따로 떨어진 방어시설이 아니라 서로 역할을 나누며 해안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참경루에서 좌강돈대로
용진진의 문루인 참경루가 눈에 들어왔다. 편액을 바라보다가 나는 교수님을 불렀다.
"어려운 한자인데, 잘 읽으셨네요."
|
|
| ▲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용진진의 문루 참경루(斬鯨樓). ‘고래를 베는 누각’이라는 이름처럼, 파란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누각과 나부끼는 깃발에서 당시 사람들의 굳은 나라사랑의 기개가 느껴진다. |
| ⓒ 전갑남 |
용진진의 문루와 홍예문을 둘러본 우리는 이제 좌강돈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좌강돈대에 올라서니 원형의 평면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낮은 구릉 위에 우뚝 선 모습이 마치 작은 성채처럼 보였다. 돈대 아래로 염하가 흐르고, 그 너머로 김포의 문수산성이 보였다.
해안도로와 가까워 접근하기도 좋고 시야도 시원하게 트여 있었다. 물길을 따라 오가는 배와 건너편까지 살필 수 있는 자리였다. 이곳에 돈대를 세운 까닭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해안을 따라 침입해 오는 적을 살피고 대응하기에 좋은 자리였을 것이다. 좌강돈대는 '용진돈대'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
|
| ▲ 낮게 우뚝 서 있는 좌강돈대의 외벽 모습. 단정하게 잘 다듬어진 성돌이 반듯하게 이어져 있어 해안을 지키던 작은 성채의 위용을 보여준다. |
| ⓒ 전갑남 |
오래된 돈대, 오늘의 공간
교수님이 좌강돈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문득 일행에게 말을 건넸다.
|
|
| ▲ 좌강돈대의 넓은 원형 내부 전경. 탁 트인 하늘과 넓은 잔디 공간이 어우러져, 치열했던 옛 방어기지에서 오늘날 작은 음악회를 열기에 근사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어도 좋을 듯싶다. |
| ⓒ 전갑남 |
"여기서 음악회 하면 참 좋겠는데요."
내가 한 말이었지만, 좌강돈대를 내려오면서도 그 생각이 자꾸 남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복원된 용진진과 좌강돈대는 말끔하게 잘 다듬어져 있어 세련되어 보였다. 하지만 너무 반듯하게 정비된 모습 때문인지, 옛 선조들이 돌 하나하나 쌓아 올렸을 당시의 투박한 돈대 모습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무너진 유적을 복원하고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정비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오래된 돌의 흔적과 세월의 흔적이 조금 더 남아 있었다면,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염하 건너 문수산성도 다시 바라보았다. 오래된 돈대가 오늘의 우리에게도 좋은 자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었다.
|
|
| ▲ 좌강돈대 성벽 위에서 탁 트인 시야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염하 건너 문수산성 쪽을 바라보고 있는 답사 일행들의 모습이다. |
| ⓒ 전갑남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추석에 '나 홀로 집에' 있기까지, 40년 걸렸습니다
- 토사 덮인 마을, 토막 난 길... 우리는 이 비극에 연루돼 있다
- 한국만 명절증후군? 세계 여성들이 명절을 바꾸는 법
- [추석 밥상 정치인] 이중성의 민낯
- 추석 덕담, 긁지 않고 하는 법... 한 글자만 빼세요
- 차례상도 글램핑도 아니다, AI가 제시한 신박한 추석 플랜
- 폭염 가고 살 만한 계절, 숲냄새 가득한 틀모산못 산책
- 청 "지뢰폭발 조사, 신속·철저 진행... 추호도 흑막·은폐 없어"
- 네타냐후 유엔 연설에 '집단 퇴장'... 외신 "이스라엘 고립"
- 이 대통령, 9월만 세 번째 '임기' 언급... "2030년 6월 2일 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