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버틴 피부에는 가을 보약이 필요합니다

여름내 자외선과 열감에 시달린 피부는 10월에 들어서며 급격히 무너진다. 방어막 역할을 해야 할 표피 지질층은 한계에 다다랐고, 뚝 떨어진 습도와 가혹한 일교차는 피부 속 수분을 사정없이 빼앗아가는 ‘경피수분손실(TEWL)’을 유발한다. 설상가상 기온 하락에 따라 피부 재생 주기인 턴오버가 둔화하면서 탈락하지 못한 죽은 각질이 켜켜이 쌓인다. 겉은 각질과 피지로 번들거리지만 속은 바싹 타 들어가는 극단적인 유수분 불균형, 이른바 피부 ‘번아웃’이 찾아오는 이유다.

늘 해오던 스킨케어로 대처하기엔 피부의 기초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다. 건조하다고 고유분 크림만 덧바르는 루틴은 둔화된 피부에 오히려 독이 될 뿐. 퓨어피부과 이수현 원장은 탈락하지 못한 각질층 위에 점도가 높고 무거운 유분 막을 덧바르는 것은 불난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며, 모공 입구가 막혀 혐기성 여드름균이 증식하고 피부 자체의 지질 합성 능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철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몸이 건강한 에너지를 얻듯, 피부에도 ‘제철 스킨케어’가 필요하다. 가을은 식물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1년 중 가장 밀도 높은 영양분을 품는 시기다. 때문에 10월에 수확한 인삼, 햅쌀, 밤, 무화과, 비트 같은 제철 원료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이 가득하다. 특히 자연 유래 성분은 인공 합성 오일과 달리 우리 피부 구조와 비슷해, 예민한 환절기 피부에도 겉돌지 않고 편안하게 스며든다.
무화과에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은 각질층을 붙들고 있는 단백질 접착제인 데스모솜을 선택적으로 끊어내 자극 없이 결합을 완화해 준다. 사과 식초 유래 성분인 AHA 또한 각질 세포 사이의 이온 결합을 방해해 들뜬 각질의 자연스러운 탈락을 도와준다. 여기에 밤의 속껍질인 율피와 도토리의 타닌 성분이 더해지면, 지용성 BHA 유사 활성을 통해 모공 속 피지와 지용성 각질을 유기적으로 녹여낸다.
세안 단계에서는 콩 추출물이나 유자 비타민을 머금은 클렌징 밀크나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세라마이드 합성을 촉진해 피부 장벽의 보습력을 높이고, 레몬의 3배에 달하는 유자의 비타민 C는 여름철에 짙어진 잡티와 칙칙한 안색을 밝혀준다.

가을에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인삼의 고농축 사포닌과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트러플 유래 폴리페놀 성분을 담은 고영양 앰플이나 크림을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듬뿍 얹어준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섬유 아세포를 자극해 새로운 콜라겐과 탄력섬유의 합성을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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