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점검 받다 이행 못할 판”…‘스튜어드십 코드’ 英·日 연 1회인데 韓 운용사는 최대 10회

한웅희 2026. 9.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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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연 1회만 제출하는 선진국과 달리 각종 기관들로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관련 최대 10회에 이르는 과다한 자료 제출 요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별로 요구 사항도 통일되지 않아,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요구로 실제 '이행' 업무조차 마비 지경에 이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미 자산운용사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주주관여 활동내역을 포함해 '스튜어드십 원칙별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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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기준원·금융감독원·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국정감사 대비 국회의원실 요구도 빗발쳐
각 요구마다 제출 양식마저 달라
AI로 만들어진 이미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연 1회만 제출하는 선진국과 달리 각종 기관들로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관련 최대 10회에 이르는 과다한 자료 제출 요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별로 요구 사항도 통일되지 않아,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요구로 실제 ‘이행’ 업무조차 마비 지경에 이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A자산운용사는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A사가 행사한 의결권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그런데 지난 7월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 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는데, 대상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였다.

ESG기준원은 올해 초 해당 운용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보고서를 자유 양식으로 요구했다. 이에 A사는 금감원 요구 양식에 맞춰 자료를 7월 말에 제출했는데, 자료를 받은 ESG기준원 측이 기간을 다시 ‘지난해 1월~12월’로 요구했다. 기관간 요구사항도 다른데 기간마저 통일되지 않은 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관련 모범 사례도 제출을 요구했지만 정작 모범 사례의 기준조차 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서는 국회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가 쏟아졌다. 5개 이상 의원실로부터 자료 제출 요구가 들어왔고, 각 의원실마다도 자료 제출 기준과 양식이 상이했다. 회사별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등 기업관여 활동 현황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금요일에 발신해 일요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기금을 운영하는 기관들로부터도 자료 제출 요구가 난립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미 자산운용사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주주관여 활동내역을 포함해 ‘스튜어드십 원칙별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자산운용사 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기준원(2회), 우정사업본부, 금감원, 국회의원실(최소 5회), 국민연금만 포함해도 1년에 10번 이상 다른 양식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찌감치 자리잡은 선진국에서는 단일화된 기관에 연 1회 수준으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주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반영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영국은 금융보고위원회(FRC)에, 일본은 연기금(GPIF)에 연 1회 보고서를 제출한다. 영국은 별도의 체크박스식 표준 서식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 운용사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를 설명하도록 하고 그 판단 근거와 기록을 평가한다. 일본 공적연금(GPIF) 역시 단순한 활동량보다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한 관여활동인지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책임 있는 주주활동을 하겠다는 민간의 자율 규범이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 7월 제정 10년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됐다. 자율에 맡겨졌던 이행 여부 점검의 근거를 명문화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개정 코드는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같은 과도한 이행 점검 요구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적인 이행 활동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자료 제출 요구가 빗발친 8월에는 점검 요구에 대응하느라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을 확인하기 위한 주주서한을 발송하지 못한 운용사도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각 운용사별로 고유한 자산 운용의 방향성과 방식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획일적인 이행 점검 요구는 ‘점검을 위한 점검’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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