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효자 작물...‘마이크로그린’을 아시나요
셀포트·팜에이트 등 국내 사업자 속속 가세
농사에서 돈을 결정하는 변수는 단순하다. 같은 자리를 1년에 몇 번 돌리느냐다. 벼는 1년에 한두 번이다. 상추는 연 12~15회 남짓. 그런데 한 해 30번 가까이 거두는 작물이 있다면 계산이 달라진다. 마이크로그린(Microgreen) 얘기다.


이 차이는 성분 축적으로 이어진다. 어두운 곳에서 싹만 틔우는 새싹채소와 달리 마이크로그린은 빛을 충분히 받으며 자란다. 빛은 광합성만 돕는 게 아니다. 비타민 C나 당근의 주황빛을 만드는 색소 계열인 카로티노이드가 만들어지고 쌓이는 과정 자체가 빛의 영향을 받는다. 2012년 미국 농무부 산하 연구진 분석에서 적양배추 마이크로그린은 생체중(말리지 않고 물기를 머금은 생것 상태로 잰 무게) 100g당 총 비타민 C가 147.0mg으로 측정됐다. 겨자 계열은 62~72mg, 무 계열은 90~96mg 수준으로 보고됐다.

물론 개별 기업의 외형 성장일 뿐 시장 전체 통계로 일반화하기엔 이르지만 성장세가 뚜렷한 건 사실이다.
국내도 꿈틀댄다. 팜에이트는 일찌감치 새싹채소와 어린잎 채소로 기반을 다진 뒤 지하철 역사 내 실내농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대형 유통망과 외식 채널을 쥐었다. 충남 부여의 한국마이크로그린은 땅콩새싹을 앞세워 농가에 재배 설비를 공급하고 분말·착즙 등 원료 가공에 주력한다.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개척한 엔씽, 폐터널을 활용한 넥스트온도 품목 다변화 후보군으로 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그린을 전면에 내건 곳이 셀포트다. 이력이 독특하다. 본래 반도체 클린룸(먼지 한 톨까지 걸러내 공기를 극도로 깨끗하게 유지하는 반도체 생산용 작업 공간) 공조 설비를 하던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농업이 기술을 찾은 게 아니라 기술이 작물을 역산해 낙점했다.
강세명 셀포트 대표는 “밀폐된 공간의 온도와 습도, 바람의 흐름, 그리고 옆방과의 기압 차이를 잡아주는 게 우리 본업이다. 그 기술이 수확량과 수익으로 이어질 품목을 거꾸로 찾다 마이크로그린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승부처는 습도다. 셀포트는 발아실(씨앗을 틔우는 전용 방)과 본 재배실의 공조 계통을 아예 분리했다. 초기 48~72시간은 22~24도, 상대습도(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분량 대비 실제 수분량의 비율) 95% 이상의 어두운 발아실에서 트레이(씨앗을 뿌려 키우는 네모난 재배 쟁반)를 관리한 뒤 재배랙으로 옮긴다.
재배 단계에서 보는 지표는 공기의 ‘수분 흡수 여력’이다. 마른 수건은 물을 더 빨아들이지만 흠뻑 젖은 수건은 못 빨아들인다. 재배실 공기도 같다. 너무 축축하면 잎 표면이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번지고, 반대로 너무 메마르면 작물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는다. 셀포트는 이 여력 값을 0.6~0.9 구간에 묶어 둔다.
강 대표는 “워낙 촘촘히 심는 작물이라 공기가 한 번 정체되면 같은 쟁반 안에서도 자라는 속도가 제각각이 된다. 재배단마다 수평으로 바람을 밀어주는 팬을 달아 작물 윗면 풍속을 초속 0.3~0.5m로 잡아주는데, 반도체 클린룸에서 쓰던 기술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말했다. 초속 0.3~0.5m는 사람 피부로는 겨우 느낄까 말까 한 미풍 수준이다.
밀폐형 시설과 짧은 주기는 농약 사용을 줄일 여지를 준다. 그렇다고 미생물 안전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다. 비교 실험에서는 마이크로그린과 새싹채소 모두에서 병원성 대장균 증식이 확인됐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종자 소독과 용수 정제, 작업 도구 살균은 물론 수확부터 배송까지 저온을 한 번도 끊지 않는 저온 유통 관리를 한 끝에서야 비로소 상품으로 출하된다.
민간에서는 일단 각자의 길을 가는 분위기다. 팜에이트처럼 거대 유통망에 작물을 얹는 모델이 있고, 한국마이크로그린처럼 원료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옮기는 모델도 있다. 셀포트는 설비의 몸집을 줄여 초기 비용을 털어내는 쪽을 택했다. 건물을 새로 짓는 대신 레고 블록처럼 규격을 맞춰 공장에서 미리 만든 컨테이너형 설비를 유휴 공간에 밀어 넣는 방식이다. 주문 물량에 맞춰 파종(씨 뿌리기)과 수확 일정을 거꾸로 짜 재고와 폐기율을 낮추고, 수확 당일 출하해 이튿날 아침 식탁에 올린다. 소비자 직접 판매는 ‘호기심 많은 도시농부’ 브랜드로 브로콜리·겨자·적양배추·적무 4종을 내놨다.

관건은 시장에서 단순히 호기심에 그칠 지, 정기구독 형태로 습관성 소비로 이어질지다. 수요가 받쳐주면 단위 면적당 실제 수확량과 폐기율, 냉난방 에너지 절감 등 통계가 잡히면서 투자와 제도권 지원도 뒤따를 수 있다. 마이크로그린이 시설 농업의 진짜 효자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이 숫자들이 증명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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