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한 표’ 가치 커진다...지주사 몸값 ‘쑥’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9. 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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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시장 대전환’, 소수 주주 힘 커져
시장선 이미 보통주 프리미엄 확대
자본 배분 영향 큰 지주사에 관심 집중
(그래픽=생성형AI, 챗GPT)
주주총회에서 한 표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주주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제도가 잇따라 시행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변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7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주회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전체의 자본 배분을 결정하는 만큼 같은 한 표라도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는 논리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미 시장이 ‘의결권 가치’를 주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안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의결권의 가치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우선주는 배당 등 주주환원에서 우선권이 있지만 의결권이 없다. 최근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도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가격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의결권이 붙은 보통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가치 상승 배경으로 상법 개정으로 시작된 ‘자본 시장 대전환’을 꼽았다. 대표적인 변화가 집중투표제다. 여러 명의 이사를 뽑을 때 주주가 가진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는다면 1명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 단순투표제에서는 과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사실상 이사회를 독식하기 쉬웠지만, 집중투표제가 작동하면 소수 주주도 일정 지분을 모아 이사 한 자리를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 2차 상법 개정으로 지난 9월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적용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변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무대는 2027년 정기 주주총회다. 대부분 국내 상장사가 12월 결산법인인 만큼 제도 시행 이후 첫 정기 주총이 내년 3월에 몰린다. 여기에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와 스튜어드십코드 개정도 맞물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총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의결권 자체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준 애널리스트는 이를 ‘옵션’에 비유했다. 주주총회라는 특정 시점에 행사할 때 비로소 가치가 드러난다는 점에서다. 그는 “의결권이 실제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가치가 커진다”며 “반대로 행사해도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사표에 가깝다면 주가에 반영될 가치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결권은 일반적인 옵션과 달리 주주총회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가치가 오를 수 있다”며 “주총이 다가올수록 의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은 특히 지주사가 이런 변화에 민감할 수 있다고 봤다. 사업회사의 이사회가 해당 회사의 투자와 영업을 주로 결정한다면, 지주사 이사회는 계열사에 얼마나 투자할지, 배당금을 어디에 쓸지, 어떤 사업을 키우거나 정리할지 등 그룹 전체의 자본 배분을 결정한다. 지주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아무리 커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으면 주가는 자산가치보다 할인돼 거래될 수 있다. 이른바 ‘지주사 할인’이다.

결국 지주사 주가는 보유 자산 자체뿐 아니라 이사회가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해 주주가치로 연결하느냐에 좌우된다. 일반주주의 의결권 영향력이 커지면 이사회 구성과 자본 배분에 대한 견제도 강해질 수 있다. 키움증권은 이런 변화가 지주사 할인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안영준 애널리스트는 지주사 가운데 HD현대와 SK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의결권 가치까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또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소형 지주사에 대한 관심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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