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작은 웅덩이가 300여가구 ‘생명수’…사람도 소도 함께 마셨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동차가 수확을 끝낸 드넓은 사탕수수밭 한가운데 멈춰 섰다. 23일(현지시간) 우간다 동부 음풍궤.
'물이 어디 있다는 걸까' 싶을 즈음 밭 한가운데 작은 물웅덩이 하나가 나타났다.
수원은 사탕수수밭 한가운데 있어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수확을 끝낸 드넓은 사탕수수밭 한가운데 멈춰 섰다. 23일(현지시간) 우간다 동부 음풍궤.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의 둘째 날, 현장을 찾은 박경수 하늘빛광성교회 목사 일행은 차에서 내려 밭 안쪽으로 걸었다.
100m 가까이 걸었지만 수원이라고 할 만한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마을이나 집은 없었다. ‘물이 어디 있다는 걸까’ 싶을 즈음 밭 한가운데 작은 물웅덩이 하나가 나타났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마시는 물 웅덩이
“여기가 수원입니다.”
우물도, 수도꼭지도, 물탱크도 아니었다. 땅이 움푹 팬 곳에 탁한 흙빛 물이 고여 있을 뿐이었다. 이 작은 웅덩이가 인근 300여가구가 의지하는 유일한 수원이라고 했다.

잠시 뒤 주민들이 노란색 물통을 들고 찾아왔다. 물통을 웅덩이에 눕혀 물이 안으로 흘러들게 한 뒤 작은 바가지로 물을 퍼 담아 빈 곳을 채웠다.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도 물을 뜨러 왔다. 세 살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도 엄마를 따라 물가까지 걸어왔다.
그때 소 한 마리가 웅덩이로 다가왔다. 주민들이 방금 물통에 담은 바로 그 물에 입을 대고 마셨다.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 가축이 마시는 물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300여가구가 한 수원 의존…건기엔 이마저 말라
물은 깊지 않았고 바닥에는 진흙이 쌓여 있었다. 냄새가 났고 한쪽에는 녹조도 보였다. 현지 관계자는 “주민들도 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다른 수원이 없어 마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에게 수인성 질병이 많고 특히 설사병이 잦다고 설명했다.

건기에는 이 수원마저 말라버리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이 물을 퍼가고 나면 지하수가 다시 솟아 웅덩이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수원은 사탕수수밭 한가운데 있어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날은 수확을 마친 뒤라 걸어 들어올 수 있었지만 사탕수수가 자라면 주민들은 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줄기 사이를 헤치고 와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날카로운 잎에 다치거나 길을 잃을 위험도 있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식수원까지 6㎞를 오가며 물을 긷는 데 4~5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구한 물조차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박 목사는 주민들이 물통을 들고 찾아와 웅덩이의 물을 퍼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이를 업은 엄마와 어린아이, 같은 물을 마시는 말까지 눈앞에서 본 그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27개 마을 중 식수시설 갖춘 곳 10곳
음풍궤에는 모두 27개 마을이 있지만 현재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식수시설이 설치된 곳은 10개 마을뿐이다. 월드비전은 3년 전부터 이 지역에 식수시설을 설치해 왔다.
월드비전은 우간다에 54개 지역개발사업장을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이 지원하는 곳은 음풍궤를 포함해 5곳이다. 조광남 월드비전 본부장은 “식수사업은 우물 하나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마을의 상황을 조사해 통상 20~30개의 식수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수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수맥을 찾아 깊이 시추해야 한다. 현지 설명에 따르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 하나를 설치하는 데 약 2800만 우간다실링(약 7500달러)이 든다. 수량이 풍부한 곳에 대형 생산정을 개발한 뒤 물탱크와 파이프를 연결해 여러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깨끗한 지하수를 개발하고 안전하게 저장·공급할 식수시설이 절실하지만 이날 찾은 마을은 자체적으로 식수환경을 개선할 인력과 예산이 없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의지할 곳은 이 지역을 돕고 있는 NGO뿐듯 싶었다.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팀이 현장에 도착했을때 이 지역의 리더 뿐만 아니라 주민들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음풍궤(우간다)=글·사진 전병선 기자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