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대신 도끼 든 열두 살 가장…“다시 학교 가고 싶어요”

전병선 2026. 9. 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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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모세 무고야의 손에는 연필 대신 도끼가 들려 있었다. 모세가 나무토막을 세워놓고 도끼를 내리쳤다.

모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모세가 언제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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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과 함께하는 ‘밀알의기적’ 첫날 우간다 음풍궤서 만난 모세…박경수 하늘빛광성교회 목사 염소 선물하며 기도
박경수 하늘빛광성교회 목사가 모세의 도끼를 빌려 나무를 쪼개고 있다.

열두 살 모세 무고야의 손에는 연필 대신 도끼가 들려 있었다. 모세가 나무토막을 세워놓고 도끼를 내리쳤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무를 쪼개 장작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장작은 인근 시장에 내다 판다. 아픈 아버지와 세 동생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22일(현지시간) 우간다 동부 음풍궤에서 모세를 만난 박경수 하늘빛광성교회 목사는 도끼를 건네받아 힘껏 내리쳤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몇 차례 도끼질을 해본 박 목사가 옆에 선 모세를 바라봤다. 열두 살 소년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 장작 패기는 모세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박 목사는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에 참여해 첫날 이곳을 찾았다. ‘밀알의 기적’은 한국교회와 국민일보,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나눔 캠페인이다. 

2평도 안되는 모세의 집. 한켠에 돌을 놓고 그곳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모세는 2021년 홍역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그에 앞서 형제 둘도 같은 병으로 숨졌다. 아버지 바가가(76)는 4년 전 뇌졸중으로 다리가 마비되고 허리 통증을 겪어 일을 하지 못한다. 모세가 아버지와 여동생 메리(10), 고아가 된 사촌 에사우와 제이컵(각 7세)까지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가족이 사는 집은 2평도 안 됐다. 다섯 식구가 바닥에 자리를 깔고 함께 잠을 잔다. 같은 공간에서 화덕에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든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지만 지붕을 덮을 풀을 구하려면 먼 곳까지 가야 했다. 물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루 세 차례 길어온다고 했다.

하루 7시간 사탕수수밭…물 긷고 장작까지

모세를 따라 이번에는 사탕수수밭으로 향했다. 장작을 만드는 것과 함께 모세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또 다른 현장이었다.

사탕수수 사이로 들어간 모세가 밑에 자란 잡초를 걷어내고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주변의 풀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모세가 맡은 구역은 상당히 넓었다. 대략 10개 이랑이 100m 정도 펼쳐져 있었다. 이곳을 이틀에 걸쳐 혼자 작업한다고 했다.

박경수 목사가 모세가 일하는 사탕수수밭에서 함께 잡초를 긁어내고 있다.

박 목사도 모세의 곡괭이를 빌려 잡초를 긁어내고 땅을 정리하며 조금씩 밭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일해본 박 목사가 넓은 밭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이걸 혼자 이틀 만에 한다고요?”

직접 해보니 열두 살 아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이는 일이었다. 모세는 이런 농장 일을 하루 약 7시간씩 한다. 일을 마쳐도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을 길어오고 나무를 잘라 장작을 만들어야 한다. 일터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서 오간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모세가 마음을 연듯 밝은 미소를 보이며 박경수 목사와 사진을 찍고 있다.

학교 대신 일터로…꿈은 자동차 정비사

모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여동생 메리도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고 두 사촌 동생은 학교에 다니지만 출석이 불규칙하다. 

“가족들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집은 제가 버는 돈에 의지하고 있어서 지금은 학교에 갈 수가 없어요.”

모세가 다시 교실에 앉으려면 교육비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박 목사가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자 모세는 자동차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 다닐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이날 박 목사는 한국에서 준비해 온 선물을 하나씩 꺼냈다. 모세와 동생들을 위한 옷과 연필, 노트, 색연필, 인형, 줄넘기와 축구공이었다. 가족에게는 염소 두 마리를 선물했다. 모세 가족의 생활에 지속적으로 보탬이 되도록 염소를 키워 새끼를 낳으면 팔아 수입을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박경수 목사가 염소 두마리를 선물하자 모세 가족들이 크게 기뻐하고 있다.

모세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염소를 잘 키워 새끼를 낳게 하고 이를 팔아 언젠가는 소를 사고 싶다고 했다. 박 목사가 모세에게 말했다.

“나중에 네가 큰 소를 산 것을 목사님이 꼭 봤으면 좋겠다. 예쁘게 잘 키워야 돼. 잘 키울 수 있지? 모세, 파이팅.”

이어 모세와 동생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건넸다. 모세는 새 옷을 입었다. 축구공을 받아든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몇 시간 전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고 사탕수수밭에서 잡초를 걷어내던 아이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 대부분을 노동으로 보내지만 축구공을 받아들고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열두 살 소년이었다.

박경수 목사가 모세에게 십자가 선물을 하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십자가 목에 걸어주며 “희망 잃지 말기를”

박 목사가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십자가 목걸이였다. 직접 모세의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 십자가를 보면서 하나님한테 기도해. 목사님도 한국에 돌아가서 모세랑 모세 아빠, 동생들을 위해서 계속 기도할게. 희망을 잃지 말고 계속 기도하면서 힘차게 한번 살아보자.”

이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 목사는 모세의 웃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그러나 모세가 축구공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 좋고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모세는 아직 월드비전 아동 후원 프로그램에 등록되지 않았다. 월드비전은 모세에게 교육 복귀와 식량, 생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세가 언제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루고 싶은 꿈은 남아 있다. 다시 학교에 가는 것, 좋아했던 수학을 다시 배우는 것, 그리고 언젠가 자동차를 고치는 정비사가 되는 것이다.

박경수 목사와 모세가 헤어지기 직전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모세와 가족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모세야, 힘내라. 건강해야 한다. 희망을 잃지 말고 네가 바라는 꿈을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음풍궤(우간다)=글·사진 전병선 기자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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