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 서밋] "클라우드 쏠림 끝내고 로컬 AI로"… 퀄컴·리퀴드 AI, '에이전틱 메모리 동맹'

[마우이(미국)=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현재 인공지능(AI) 투자는 클라우드에 지나치게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다음 혁명의 물결은 '로컬(Local) AI'다. 매년 전 세계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올릴 수 있는 프로세서가 20억 개 이상 생산된다. 우리는 2029년까지 전 세계 기기의 50%에 리퀴드 파운데이션 모델(LFM)을 배포해, 스스로 진화하는 온디바이스 에이전트 시대를 열겠다.”
라민 하사니(Ramin Hasani) 리퀴드 AI(Liquid AI) 공동 창업자 겸 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마우이 하얏트 리젠시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과의 대담을 통해 거대 클라우드 인프라 중심의 현 AI 생태계 지형을 기기 중심의 '하이브리드'로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MIT CSAIL(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 스핀오프로 출발해 차세대 고효율 파운데이션 모델로 주목받는 리퀴드 AI는 이날 퀄컴과의 전략적 기술 협력을 공식화하고, 스냅드래곤 플랫폼 전용 온디바이스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인 '리퀴드 컨텍스트 온 스냅드래곤(Liquid Context on Snapdragon)'을 발표했다.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렸다가 답을 내놓는 챗봇 수준을 넘어, 스마트폰·차량·PC·웨어러블을 넘나들며 사용자 맥락을 공유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능동형(Proactive) 에이전트'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공개됐다.
◆ 기기간 맥락 잇는 지능형 뇌… '리퀴드 컨텍스트 온 스냅드래곤' 공개
이날 무대의 핵심 발표는 퀄컴 스냅드래곤 생태계에 최적화된 스마트 메모리 아키텍처 '리퀴드 컨텍스트 온 스냅드래곤'이었다.
라민 CEO는 “사용자가 기기와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는 모든 경험을 읽고, 압축하고, 기록하는 메모리 계층”이라며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경험한 선호도와 작업 맥락을 자동차나 PC, 웨어러블로 자연스럽게 전이시키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리퀴드 컨텍스트는 크게 두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 선호도를 구조화하는 '메모리 컴포넌트'다. 다음으로 이 메모리를 바탕으로 스냅드래곤 칩 내부에서 로컬로 실시간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레이어'다.
현장에서는 라민 CEO가 직접 사용하는 단말기를 통한 라이브 데모가 시연됐다. 스냅드래곤의 헥사곤 NPU 위에서 완전히 독립 구동되는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허가 아래 슬랙(Slack) 메시지, 메모, 사진 등의 일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차 안에서도 완전 로컬 구동”
이 같은 기술 협력은 연구실 단계를 넘어 이미 글로벌 완성차의 상용 소프트웨어로 안착하고 있다.
아몬 CEO가 “리퀴드 AI는 이미 퀄컴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사용하는 주요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 중이지 않느냐”고 묻자, 라민 CEO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와 파트너십을 맺고 차량 내부에서 100% 로컬로 구동되는 지능형 경험을 이미 구현했다”고 확인했다.
외부 통신망이 끊기거나 터널을 통과하는 극한의 주행 상황에서도 스냅드래곤 칩 위에서 안전하고 지연 없는 차량 내 에이전트 시스템이 '프로덕션급'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민 CEO는 수많은 하드웨어 중 스냅드래곤을 최우선 플랫폼으로 낙점한 이유로 퀄컴의 '이기종 컴퓨팅(Heterogeneous Computing)' 아키텍처를 꼽았다.
그는 “초저전력으로 상시 주변 정보를 읽어내는 센싱 허브(Sensing Hub), 에이전트의 전체 워크플로우를 계획·조율하는 오라이온(Oryon) CPU, 무거운 에이전트 추론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헥사곤(Hexagon) NPU가 한 다이 위에서 완벽히 맞물린다”며 “창업 초기부터 퀄컴 프로세서를 겨냥해 2세대 LFM을 맞춤 설계해 왔을 정도로 최적화가 깊게 이뤄져 있다”고 강조했다.
◆ 에이전트 시대를 여는 5대 조건… "고정된 모델에서 '평생 학습' 시스템으로"
대담에서는 단순 파운데이션 모델 시대를 지나 '에이전틱 AI'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조건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어졌다.
라민 CEO는 에이전트 컴퓨팅 플랫폼 전환을 위한 5대 조건으로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 간 성능 격차를 줄이는 디바이스 지능의 품질 ▲기기 간 경험을 넘나들게 하는 컨텍스트 레이어▲모델을 둘러싸고 실행을 돕는 도구 체계 ▲실제 프로세서의 물리적 한계를 모델 설계에 피드백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설계(Co-design) ▲수십억 대 기기에 혁신을 배포할 개발자 생태계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훈련 시점의 가중치로 굳어버리는 기존 AI의 태생적 한계를 짚었다.
라민 CEO는 “지금의 AI는 데이터 코퍼스를 학습한 특정 시점의 스냅샷(Snapshot)에 불과해 새로운 경험이 들어올 때마다 한계를 드러낸다”며 “인간처럼 현실에서 새로운 선호도를 실시간으로 흡수하며 진화하는 '평생 학습(Lifelong learning)'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능의 규모와 적응성의 관계에 대해 라민 CEO는 “거대 모델의 규모가 절대적인 지능의 크기를 키운다면, 적응성은 오직 개인화(Personalization)를 통해서만 완성된다”며 “내 차, 내 스마트폰, 내 시계에서 천편일률적인 범용 AI가 아니라 나만을 이해하는 비서를 만나려면 온디바이스 적응성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 "2029년까지 50% 점유… 누구나 1인 기업 되는 시대 올 것"
양사는 향후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넘어 PC, 스마트 안경, 산업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스냅드래곤이 탑재되는 전 영역으로 리퀴드 에이전트 생태계를 확장할 방침이다.
라민 CEO는 “200M부터 24B 파라미터까지 아우르는 LFM 모델과 하네스 개발 스택을 통해 OEM들이 자사 데이터 주권을 지키며 자체 지능을 구축하도록 돕고 있다”며 “2029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기기의 50%에 우리 기술을 올려 진정한 로컬 AI 시대를 완성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궁극적인 미래상으로는 AI가 스스로의 소프트웨어와 다음 세대 모델을 설계하는 '재귀적 자가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을 제시했다.
라민 CEO는 “에이전트가 복잡한 기술 관리와 잡무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면, 사람들은 인생에서 더 중요한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고도화된 개인 맞춤형 에이전트를 무기 삼아 '모든 개인이 독립된 하나의 비즈니스'로 거듭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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