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이라 여긴 길마다 감사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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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데뷔 30년차 이지희(54)씨는 요즘 마이크보다 아이패드를 더 자주 잡는다.
최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만난 이씨는 자신의 감사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혼자 기도하는 시간을 늘렸다.
주변 사람들은 홍씨에게 농담처럼 "목회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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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데뷔 30년차 이지희(54)씨는 요즘 마이크보다 아이패드를 더 자주 잡는다.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중에 떠오른 영감으로 목걸이와 팔찌를 디자인하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물고기를 새긴 반지와 구름 기둥을 형상화한 십자가,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의미를 담은 별 펜던트까지 이씨가 4년째 제작하고 있는 액세서리에는 저마다 신앙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만난 이씨는 자신의 감사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방송할 때는 ‘수면 위 감사’를 느꼈다면 지금은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 깊이 느끼는 ‘수면 아래 감사’를 경험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세상적 기준으로 보면 눈에 보이는 성취에서 비롯된 감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고난 속에서 발견하는 감사의 가치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그가 예수를 만난 것은 결혼 이후였다. 무교 집안에서 자란 이씨에게 종교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형식적으로 따르는 것이었다. 그러다 기독교인 남편 홍재영(56)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배우 신애라씨의 권유로 성경공부에 참여한 것이 신앙생활의 시작이었다. 이씨의 말이다. “교회는 낯설었어요. 그런데 성경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하나님이 너무 좋은 거예요. 걱정과 염려가 많았던 제가 하나님께 인생을 맡기며 평안을 느끼게 됐죠.”
몇 년 후 그의 말은 뜻밖의 방향으로 이어졌다. 성경 통독을 결심한 남편이 석 달 만에 성경 일독을 마쳤다. 매일 아침 큐티(QT)와 묵상에 시간을 할애했고 기도에도 열심을 냈다. 주변 사람들은 홍씨에게 농담처럼 “목회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권하기도 했다. 수련회에 다녀온 남편의 묵상글을 읽으며 이씨는 ‘잘 쓴 설교노트 같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남편이 정말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될까 봐 두려움도 앞섰다고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한 목회자가 건넨 목사고시 기출문제집이었다. “합격하면 목회자 하라는 뜻으로 알고, 불합격하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을 보며 이렇게 기도했다. 시험을 망쳤다던 남편은 필기와 면접에 차례로 합격했다. 이씨의 푸념은 결국 응답으로 돌아왔다.
“단순 접촉사고였어요.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가 갑자기 문을 열었고 피할 수 없었죠.” 차는 크게 파손됐지만 이씨는 겉으로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 이후 몸 곳곳에 염증이 나타났다. 어깨를 올리기 어려웠고 손목과 팔, 손가락으로 증상이 옮겨갔다.
두 달간 정형외과 여러 곳을 찾은 끝에 이씨는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방송활동을 그만두면 카페나 음식점, 공방처럼 손으로 하는 일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6개월 동안 손가락 네 개가 굽혀지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죠. 그 시간을 지나며 ‘내가 계획한 일도 하나님이 막으시면 할 수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기에 진행하던 방송까지 끊겼다. “방송이라는 재능을 달란트로 받았으니 내 능력으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교만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이씨는 어둠 속에서 보낸 4년 동안 하나님과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내가 잘하는 일도 하나님이 사용하지 않으시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반대로 내가 못하는 일도 주님이 쓰시면 귀하게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늘 하나님보다 한발 앞서갔다고 돌아본 이씨는 이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먼저 기도한다고 했다. 그는 “장애물이라고 여겼던 길목마다 감사하게 해주셨다”며 “하나님은 늘 먼저 그 길로 이끄셨고 그곳에 필요한 사람들을 알맞은 때에 보내주셨다”고 설명했다.
“돌아보면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싶어요. 감사하지 않고는 지나올 수 없는 길이었어요. 미로에서 선물을 발견하듯 주님께 묻고 응답받는 지금 일상이 정말 감사해요.”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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