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끼니로 버티다 고독사… 5일 만에 발견된 80세 할머니

이정헌,박수빈 2026. 9. 24. 00: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드린 갈비탕이라도 먹고 가셔서 다행일까요."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공공주택에서 만난 최순희(78)씨는 옆집에 살던 김모(80)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유일한 혈육인 조카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서 김 할머니는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장례를 치렀다.

국민일보가 서울시 무연고 사망 고시공고를 확인한 결과 지난 2월 설 연휴 전후인 13~21일 서울에서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8명 가운데 5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 64%가 65세 이상
관계 단절… 가족 대다수 시신 인계 거부
사회적 약자 고립 막는 정책 뒷받침돼야
김모 할머니가 지난달 12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서구의 한 공공임대주택. 박수빈 기자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드린 갈비탕이라도 먹고 가셔서 다행일까요.”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공공주택에서 만난 최순희(78)씨는 옆집에 살던 김모(80) 할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 집에는 경찰과 소방 인력이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 잠금장치를 부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편함에 꽂힌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와 임대료 청구서에는 각각 미납금 5560원과 3만6620원이 적혀 있어 생전의 어려운 형편을 짐작게 했다.

홀로 지내던 김 할머니는 지난달 12일 이웃의 신고로 숨진 지 닷새 만에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며 평소 편의점 도시락과 바나나 우유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유일한 혈육인 조카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서 김 할머니는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장례를 치렀다.

김 할머니처럼 고령자가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 3863명 가운데 2468명(63.9%)이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고인의 연고자를 찾지 못했거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다.

명절 연휴 전후에도 고령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준다. 국민일보가 서울시 무연고 사망 고시공고를 확인한 결과 지난 2월 설 연휴 전후인 13~21일 서울에서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8명 가운데 5명이 65세 이상이었다. 생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더라도 가족·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노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경우가 대다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76.9%(2973명)가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경우였다. 이런 사례는 2021년 2551명(70.8%)에서 지난해 5370명(74.9%)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연고자를 찾아 시신 인수를 설득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시신 처리에 관한 위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장례식장 안치 기간이 통상 15일이어서 이 기간 안에 관련 절차를 마쳐야 하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고자에게 시신처리위임서를 보내도 우편을 받은 뒤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연고자와 연락조차 닿지 않으면 시신을 장기간 안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무연고 사망을 줄이려면 생전에 사회적 약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공영장례를 치르되 가족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박수빈 기자 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