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347) 산수간 바위 아래

2026. 9. 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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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산수간 바위 아래
윤선도(1587∼1671)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鄕闇)의 뜻에는 내 분인가 하노라
-고산유고(孤山遺稿)

아, 추석이구나
산과 물 사이 바위 아래에 초가집을 짓는다 하니,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웃는다 하는구나. 어리석고 시골에 사는 우매한 사람의 뜻에는 내 분수에 맞는 일인가 한다.

이 시조는 윤선도의 ‘산중신곡(山中新曲)’ 중 ‘만흥(漫興)’1이다. 1642년(인조 20) 56세 때 지은 시조다.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하지 않았다 하여 평안도 영덕에서 귀양을 살다가 풀려나 금쇄동에 돌아가 은거해 살던 때다. 산중의 생활을 읊은 ‘산중신곡’ 9편 가운데 첫 번째 편으로, 모두 6수로 되어 있다. 1798년(정조 22) 전라감사 서정수가 재판한 문집 『고산유고』 제6권 하편 별집에 수록돼 있다. 한문투 투성이였던 당시, 우리 말을 잘 살려 지은 뛰어난 작품이다.

사회의 현실상과 자신의 이상이 도저히 융화하지 못함을 알 때는 깨끗이 명리를 버리고 거짓과 속임이 없는 자연을 찾아 정신적으로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옛사람의 도였다.

이 아들이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부모님이 그립다. 이제는 내가 아비가 되어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인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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