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거점 공개... '풍선효과' 경고도

박정연 2026. 9. 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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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캄보디아 정부가 악명 높았던 대규모 온라인 사기(스캠) 거점들을 국내외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시설 폐쇄를 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조직의 은밀한 자금줄과 점조직화된 '분산형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한 다자간 국제 공조 전선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40여 개 언론사 소속 기자 78명이 과거 대형 온라인 사기 거점으로 활용됐던 시설을 직접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

한편 CCOS 사무국의 하이 마카라(Hay Makara) 위원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전국 663곳의 온라인 사기 장소를 단속했으며, 이 중 대형 사기 거점 86곳을 폐쇄하고 법적 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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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기시설 잇따라 언론 공개…미·중·한·일 등 20여 개국 국제회의도 개막

[박정연 기자]

 캄보디아정부가 최근 국내외 언론에 전격 공개한 온라인스캠 범죄 거점인 베트남 국경 인접 도시인 스바이리엥주 바벳시의 ‘골든 갤럭시’ 카지노 전경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캄보디아 정부가 악명 높았던 대규모 온라인 사기(스캠) 거점들을 국내외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시설 폐쇄를 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조직의 은밀한 자금줄과 점조직화된 '분산형 조직'을 뿌리 뽑기 위한 다자간 국제 공조 전선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철옹성 같던 '8파크'·카지노의 참혹한 실상

캄보디아 친정부 성향 매체 <프레시뉴스>와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 척결위원회(CCOS) 사무국과 공보부가 지난 21일 대규모 현장 검증에 나섰다. 국내외 40여 개 언론사 소속 기자 78명이 과거 대형 온라인 사기 거점으로 활용됐던 시설을 직접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은 쁘레이벵주 캄차이 미어 지역의 '므언체이 상업단지', 일명 '8파크'였다. 2023년 개발에 들어간 이곳은 이후 수천 명의 외국인이 몰려든 대형 온라인 사기 거점으로 변질됐다. 외부와 차단된 대규모 단지 안에 숙소와 사무공간, 상업시설 등을 갖추고 인력을 집단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을 찾은 언론에는 외국 경찰기관을 사칭하기 위한 가짜 사무실까지 공개됐다. 사기 조직이 경찰이나 금융당국 관계자를 가장해 화상통화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8파크의 파장은 단순히 한 범죄시설이 폐쇄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시설에 인력과 숙소, 사기 업무 공간을 한데 모으는 기존의 '기업형' 범죄 모델이 캄보디아에서 얼마나 큰 규모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프레시뉴스>는 후속 조사 결과 8파크가 프린스 홀딩 그룹(Prince Holding Group)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당국이 관련 인물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프린스 그룹의 수장이자 중국계 귀화 기업인인 천즈(Chen Zhi) 회장은 부동산 개발과 금융 등을 앞세워 거대 기업을 일궜으나, 실상은 대규모 사이버 사기 제국을 이끈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올해 초 캄보디아 당국에 체포되어 중국으로 송환된 그는 거액의 자금세탁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당국은 이와 연루된 인물들을 상대로 고강도의 법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국내외 언론사 소속 기자 78명이 참여한 가운데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단지에 대한 대규모 현장 검증이 시작됐다.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같은 날 공개된 베트남 국경 인접 도시인 스바이리엥주 바벳시의 '골든 갤럭시' 카지노 역시 국경 초월형 범죄의 참혹한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펭 포사 스와이리엥 주지사도 현장에 동행해 당국의 단속 경과와 후속 조치를 설명했다.

당국 수사 결과, 중국 국적자가 소유한 이 카지노 건물은 베트남 국적자 레 반 응우옌과 응우옌 반 빈에게 재임대되어 치밀한 사기 기지로 악용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작전 과정에서 한국,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다국적 용의자 244명이 일망타진됐다. 이 중 베트남 국적자가 무려 182명으로 전체의 대다수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CCOS(온라인스캠 대응위원회) 등 당국은 범죄를 주도한 핵심 주범 3명을 정식 기소하고, 나머지 가담자들은 신속하게 출입국 당국으로 넘겨 강제 추방 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각국의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 주요 금융기관을 정교하게 사칭해 해외 고수익 취업 미끼나 금융거래 및 투자 사기를 벌여 피해자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현장 감식 과정에서는 범행에 상시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 휴대전화 등 대량의 통신·전산 장비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이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행 행각을 입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펭 포사 스바이리엥주 주지사(가운데)가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온라인 스캠 거점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캄보디아 국영통신(AKP)
이어 다음 날인 22일에는 껀달주 쯔레이톰 지역의 옛 온라인 사기 시설까지 국내외 언론에 개방됐다. 캄보디아 국영통신<AKP> 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국제 언론사 23곳을 포함해 총 42개의 국내외 언론사가 방문해 직접 눈으로 실태를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찻 시나릿(Chhay Sinarith) 내무부 차관 등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대형 사기 거점들은 완전히 소탕되었으며, 범죄 표적과 연루된 공직자들을 상대로도 직위 해제와 파면을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CCOS 사무국의 하이 마카라(Hay Makara) 위원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전국 663곳의 온라인 사기 장소를 단속했으며, 이 중 대형 사기 거점 86곳을 폐쇄하고 법적 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아울러 당국은 관련 계좌에서 동결한 자금만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웃돈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자산 평가와 사법 처리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거점 부수자 나타난 풍선효과... '분산형 조직' 척결이 새로운 과제

하지만 거대한 물리적 시설을 해체했다고 해서 범죄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다.

펭 포사 스바이리엥주 주지사는 대형 거점들이 연달아 타격을 받자, 범죄 조직들이 활동 양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 곳에 대규모로 모여 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임대 아파트나 소규모 사무실, 이동식 거점 등으로 조직을 쪼개 스캠 범죄를 이어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사기는 피해자는 특정 국가에 머무는 반면, 범죄 기획 조직과 콜센터, 자금세탁 창구는 여러 나라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여기에 인신매매나 강제노동, 초국가적 자금세탁 등과 결합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한 국가의 경찰력이나 개별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장 수사 전문가들은 결국 물리적 시설 단속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인력 이동 경로와 자금 흐름, 배후의 기업 및 부동산 연결망까지 입체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42개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23개 국제 언론사를 포함해 지난 22일 오전(현지시각) 캄보디아 껀달주 쯔레이 톰에 위치한 옛 온라인 사기 시설을 방문, 중국계 조직이 운영하던 온라인 스캠 범죄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프놈펜서 'ICCOS-2026' 개막... "자금줄과 부동산 연결망 끊어야"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프놈펜에서는 '온라인 사기 척결 국제회의(ICCOS-2026)'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함께 행동해 사기의 연결고리를 끊고 온라인 사기를 근절하자'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FBI 포함), 중국, 일본, 호주, 아세안(ASEAN) 회원국 등 20여 개국이 머리를 맞댔다.

인터폴(ICPO)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동남아·태평양지역사무소, 란창-메콩 통합 법집행·안보협력센터 등 주요 국제기구도 대거 동참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온라인 사기 조직의 국제 공조 수사 및 정보 공유를 비롯해 범죄수익 추적, 기술 활용 예방, 민관 협력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대형 사기단지를 없애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의 실질적인 자금줄과 은밀한 기업·부동산 연결망까지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초국적 공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범죄 과연 척결될까 '온라인 사기의 연결고리를 끊고 근절하기 위한 공동 행동’을 주제로 한 온라인 사기 척결 국제회의(ICCOS-2026)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주재로 지난 21일 오전(현지시각) 프놈펜에서 공식 개막했다. 회의는 이틀간 진행된다.
ⓒ 캄보디아국영통신(AK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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