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은 방구석 은둔, 직장인은 공황장애… “그럼에도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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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고, 뒤돌아서는 날보다 마주 보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의 '내 방' 공간 벽면에 붙은 메모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였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장선하 밀착지원팀장은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때 청년들이 숨 쉴 틈을 얻게 된다"며 "틈이 생긴 청년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려 한다"고 말했다. 센터 내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에도 사회로 돌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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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기지개센터의 ‘내 방’ 공간 벽면에 붙은 메모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였다. 사회와의 연결을 회복하려 센터를 방문한 청년이 책 속 문장을 직접 옮겨 적은 것이다. 이곳은 고립·은둔 청년들의 일상 회복을 도우려 서울시가 만든 전담 지원 공간이다. 상담사와 복지사가 상주하며 마음 돌봄부터 관계망 형성, 밀착 지원 등 사회 진입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인생의 가장 화창한 나날로 꼽히는 20~30대.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오히려 웃지 못하고 있다. 잘 살아내고 싶었던 마음이 무색하게 우울과 불안의 굴레에 빠져든 끝에 사회적 단절을 택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미처 살피지 못한 청년들의 슬픔은 무엇인지, 그들 중 한 명인 기자가 들여다봤다.
◇취업 단절 우울부터 직장 내 번아웃까지
3년 동안 수험 생활을 하다 실패한 윤모(27)씨는 1년째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친구들의 취업 성공 소식에 메신저 앱을 삭제하고 연락을 끊었다. “제 밥벌이도 못 하면서 징징댄다”는 비난이 돌아올까 봐 부모님에게도 입을 닫았다. 밤낮이 바뀌어 오후 세 시쯤 눈을 뜨는 윤씨는 암막 커튼을 친 채 온종일 스마트폰으로 숏폼 영상만 본다. 사람 눈을 피해 새벽 두 시 편의점에 갈 때만 겨우 방을 나선다. 윤씨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해 질 무렵 방구석으로 노을빛이 들어올 때다. 그는 “남들은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 혼자 멈춰 서서 망가져 간다는 공포가 밀려온다”며 “이대로 사회에서 영영 투명 인간이 될까 봐 미래를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이미 사회로 나온 청년도 힘에 부치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 5년 차 대리 강모(31)씨는 매일 아침 온몸을 짓누르는 돌덩이를 느끼며 깬다. 회사는 연차가 찼다며 업무를 쏟아붓는데, 동기 모임에 나가면 “영끌해서 산 집의 가격이 수억 상승했다” “코인이 대박 나서 퇴사를 앞두고 있다” 같은 이야기만 들려온다. 강씨는 “주말도 없이 일하며 학자금·원룸 전세금에 묶여 통장 잔액이 몇백만 원뿐인 내가 순식간에 바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에 빚을 내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지만, 파란불이 켜진 계좌를 볼 때마다 숨이 막혔다. 여느 때와 같이 일하고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공황 발작이 밀려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강씨는 “사회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분위기에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방 안에 갇힌 청년 53만 명… 20대 우울장애 특히 심각
위 사례는 비단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년의 우울과 불안은 통계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이달 9일 발표한 한강 SOS 생명의전화 운영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상담 신청자 중 20대가 3314명(3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울장애유병률은 19~29세가 6.6%, 30~39세가 6.0%로 집계됐으며, 19세 이상 전 연령을 통틀어 남녀 모두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약 53만 8000명에 달한다는 분석을 올해 2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내놓기도 했다. 고립 청년은 물리적·정서적 단절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이들을, 은둔 청년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들을 뜻한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청년층 우울증의 대부분이 경쟁에서의 뒤처짐, 경제적 독립을 포함한 경제적 스트레스, 대인관계 소외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시작돼 사회적 철수와 고립으로 나타난다”며 “청년들이 느끼는 ‘이 나이 때 이 정도 성과는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기력감과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살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평가 대신 숨 쉴 틈을 만들어줘야
청년에게 노력보다도 더 필요한 것은 숨 쉴 틈이다. 강씨는 “언제나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가면을 가장 벗어던지고 싶다”며 “지쳐 있는 상태 자체를 인정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청년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선하 팀장은 “직장에 다니느라 낮에는 일상 회복·관계망 형성 등을 지원해 주는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지만, 고립감이 너무 심해 꼭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센터 내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에도 사회로 돌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일단 했다는 것. 그 사실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이정표에 흔들릴 필요 없다.” 같이 자신을 독려하는 글귀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청년이 자신의 바람을 썼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염불처럼 왼다. 나는 잘 살고 싶다. 계속해서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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