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숙소가 승합차... 이게 맞아?

최한결 2026. 9. 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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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차피 아이슬란드에서 렌터카를 타고 1번 국도 인 링로드(Ring Road)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8월이었지만 아이슬란드의 공기는 초겨울처럼 꽤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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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여행①] 호텔 대신 캠퍼밴을 택한 아이슬란드 신혼여행의 시작

지난 8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 7일간 캠퍼밴으로 작은 모험을 떠나며 마주한 풍경과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기자말>

[최한결 기자]

 신혼여행 동안 우리의 이동수단이자 숙소가 되어준 승합차(캠퍼밴)
ⓒ 최한결
"오빠, 우리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까? 우리 성격에 휴양지는 아닌 것 같은데..."
"글쎄... 음, 아프리카? 남미?...아, 아이슬란드!"

아내와 결혼을 준비하며 신혼여행지를 고를 때였다. 한 곳에서 쉬는 여행보다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휴양지는 처음부터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평소라면 쉽게 찾기 어려운 곳을 열심히 검색했다. 그렇게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곳이 아이슬란드였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만만치 않은 물가였다. 우리가 여행할 8월은 성수기였고 당시 찾아본 숙소들은 최소 1박에 50만 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았다. 여기에 렌터카 비용까지 더하니 항공권을 제외하고도 예상 경비가 500만 원을 뛰어 넘었다.

비용을 두고 고민하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아이슬란드에서 렌터카를 타고 1번 국도 인 링로드(Ring Road)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자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캠핑카 중에 비교적 가격이 합리적인 캠퍼밴을 빌리기로 했다. 승합차를 개조해 잠자리를 만든 차량이다.

우리의 숙소, 캠퍼밴
 캠퍼밴 내부와 기본으로 제공되는 취사도구
ⓒ 최한결
아이슬란드는 한국에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직항이 없어 우리는 포르투갈을 먼저 여행한 뒤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당시 항공권 가격 등을 따져봤을 때 비교적 저렴한 방법이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였다. 공항에서 렌터카 업체 셔틀을 타고 이동해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의 이동수단이자 숙소가 될 차량을 받았다. 폭스바겐 캐디였다. 차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이동식 의자와 테이블, 취사도구 등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는 갖춰져 있었다.

공항 인근 캠핑장으로 향했다. 아이슬란드의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수도 레이캬비크까지도 약 1시간 정도 거리였기에 굳이 시내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해가 뜨면 곧장 일정을 시작할 생각이라 공항 주변의 캠핑장 하나를 찾아 차를 몰았다. 캠핑 문화가 발달한 아이슬란드에는 섬 곳곳에 캠핑장이 있다.
 밤 늦게 도착한 캠핑장의 안내판. 이렇게 QR로 결제하는 방식이 흔하다
ⓒ 최한결
도착한 캠핑장은 새벽이라 주변은 조용했고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입구에 적힌 안내에 따라 QR코드를 찍어 요금을 결제한 뒤 빈자리에 차를 세웠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승합차 문을 열었다. 좌석을 접고 침낭을 대충 펼친 뒤 그대로 누웠다. 8월이었지만 아이슬란드의 공기는 초겨울처럼 꽤 쌀쌀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 작은 공간이 우리의 이동수단이자 숙소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아내와 마주 보며 말했다. "이게 맞아?" 둘이 낄낄 웃다가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캠퍼밴에서 맞은 첫 날 밤. 창문을 가리는 덮개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잤다.
ⓒ 최한결
네 시간 정도 잤을까. 주변의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사람들이 하나둘 각자의 차에서 나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캠퍼밴에는 창문을 가릴 수 있는 덮개도 있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른 채 훤히 드러난 차 안에서 첫날밤을 보낸 셈이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다 옆 차에서 나온 외국인과 눈이 마주쳤다.

대충 짐을 챙겨 캠핑장 한쪽에 마련된 화장실로 향했다. 시설이 좋은 캠핑장은 아니어서 주차장 한편에 간이 화장실 한두 개가 있는 정도였다. 쌀쌀한 날씨에 샤워까지 할 자신도 없었다. 세수와 양치만 간단히 마친 뒤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이제 본격적인 우리의 신혼여행이 시작될 차례였다.

대륙이 갈라지는 땅, 싱벨리르
 싱벨리르 국립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최한결
캠핑장을 떠나 약 40분 정도 달려 첫 목적지인 싱벨리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에 도착했다. 레이캬비크 인근의 대표 명소 세 곳을 묶어 흔히 '골든서클'이라고 부르는데 당일치기 코스로 유명하다. 그중 싱벨리르는 보통 첫 번째로 찾는 곳이다.
싱벨리르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지질에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서로 멀어지는 경계인 대서양 중앙해령에 위치한 나라다. 싱벨리르는 이러한 지각의 움직임이 지표면에 드러난 열곡 지대로 곳곳에서 갈라진 지형과 절벽을 볼 수 있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멀어지는 곳, 싱벨리르 국립공원
ⓒ 최한결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높은 암벽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알만나갸(Almannagjá) 협곡이다. 흔히 싱벨리르를 두고 '두 대륙 사이를 걷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정확히 말하면 두 판이 벌어지며 만들어진 열곡 지대를 걷는 것이지만 그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길을 걷다 만난 안내판에는 흥미로운 사실도 적혀 있었다. 2011년 이곳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새로운 틈이 발견됐고 그 아래 더 큰 공간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금도 이곳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걷다가 만난 표지판(좌) / 열곡 지형의 일부(우)
ⓒ 최한결
싱벨리르는 지질학적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서기 930년, 이곳에서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최초로 전국 총회인 알싱(Alþing)이 세워졌다. 세계 최초 의회라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은 매년 이곳에 모여 법을 논의했는데 이러한 모임은 1798년까지 이어졌다.
'싱벨리르'라는 이름 역시 의회가 열리는 들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높은 암벽이 둥글게 둘러싼 넓은 공간을 보고 있으니, 지금 의회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계 최초 의회가 개최되었다고 알려진 곳
ⓒ 최한결
싱벨리르는 아이슬란드의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거대한 균열 사이에서 이 땅이 만들어진 흔적을 보고, 동시에 약 900년간 사람들이 모여 나라의 일을 논의한 장소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첫 목적지로 꽤 의미 있는 곳이었다.
간헐천의 어원이 된 곳, 게이시르
 게이시르 지열 지대 전경, 곳곳에서 수증기가 하얗게 올라온다
ⓒ 최한결
싱벨리르를 떠나 약 1시간을 달려 두 번째 목적지인 게이시르(Geysir) 지열지대로 향했다. 주차장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부터 땅 곳곳에서 뿌연 수증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이시르라는 이름은 간헐천 그 자체다. 영어로 간헐천을 뜻하는 'Geyser'라는 단어가 이곳의 'Geysir'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명인 만큼, 하나의 지명이 보통 명사가 되었다.
 스트로쿠르에서 분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최한결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곳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작 게이시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이시르 자체는 거의 활동을 멈춘 상태로 마지막으로 알려진 분출은 2016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기다리는 것은 게이시르 옆의 스트로쿠르(Strokkur)다. 스트로쿠르는 약 10분 간격으로 물을 뿜어 올린다.

스트로쿠르 주변에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어 찾기 쉬웠다. 언제 터질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저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든 채 숨죽여 물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셔터에 손을 올린 채 찰나의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 스트로쿠르 간헐천 분출ⓒ 최한결

5분, 10분... 아내와 "대체 언제 터질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수면이 부풀어 오르더니 뜨거운 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분출은 짧았다. 불과 몇 초 만에 끝나는 장면이라 정작 휴대전화로는 제대로 담지도 못했다. 그나마 반대편 손에 작은 영상 카메라를 들고 있던 것이 다행이었다. 사진이나 영상보다 눈으로 직접 봐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이곳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스트로쿠르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도 작은 웅덩이들이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땅에서는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아이슬란드가 왜 '불과 얼음의 땅'이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 중 하나를 정확히 알 것 같았다.

캠퍼밴에서 맞은 어설픈 첫날밤으로 시작된 신혼여행은 싱벨리르와 게이시르를 지나며 기대감을 키워갔다. 하지만 이날 우리가 만나게 될 풍경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리틀 게이시르라는 이름의 작은 물웅덩이
ⓒ 최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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