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북핵 중단 거쳐 ‘핵 없는 한반도’…페이스메이커로 대화 길 열겠다”

오현석 2026. 9. 2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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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구축을 한반도 평화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며, 최근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북·미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논의해 온 핵심 과제”라며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는 당사자 간 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매우 유용한 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8·15 경축사에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당사자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미국과 중국을 ‘관련국’으로 적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러한 과정에서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구상을 재차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 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세 가지 한반도 평화공존 청사진도 재차 제시했다. 다만 최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거론한 북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의 맞교환 구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다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35년 전 한반도 평화공존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낸 유엔,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온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에도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다해주시도록 기대한다”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약 17분간의 연설에서 ‘평화’를 14차례, ‘한반도’를 11차례 언급했으나,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북한 대표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격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제 연대 복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반복된 해상 봉쇄는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는지 보여줬다”며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협력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를 ‘건설적 기여국 연대’라고 부르고자 한다”며 “새로운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혁명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핵심 동력이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불평등과 불균형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AI 기본 사회’를 새로운 시대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AI 발전의 기본적 혜택에서 어떤 국가도,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를 꿈꾸며, 인공지능이 기후 위기, 보건, 식량, 난민 문제를 비롯한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할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기후 위기에 대해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성장을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나라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 등 한국 정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글로벌 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연대 구상을 “‘K-이니셔티브’의 세 가지 비전”이라고 소개하며 “대한민국은 문화 영역에서 확인한 공감과 연대의 힘을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차지훈 주유엔대사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개혁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유엔 역시 변해야 한다”며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은 더 신속하게, 한정된 자원은 가장 절실한 현장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보장이사회를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주의적이며, 더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안보리 개혁 또한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제2대 유엔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의 ‘유엔은 우리를 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창설되었다’는 말을 인용한 뒤 “오늘의 유엔은 전쟁과 빈곤, 재난으로부터 과연 인류를 구하고 있는가. 평화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그 약속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3대 축 전반에 걸쳐 세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 포럼’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지원하고, 새마을운동 같은 역사적 경험을 함께 나누며,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딛고 일어선 우리 대한민국이, 유엔 정신을 복원하고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담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뉴욕=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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