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항암'에 갇힌 한국 임상…'대세 비만약'은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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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이 '표적항암제'에 치우치면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다음 10년을 이끌 '비만'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항암제 쏠림은 국내 임상 시험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국내 항암제 임상 시험은 고형암 대상 표적항암제에 집중된다.
강 센터장은 "한국은 임상 시험 실시기관 제도를 운영하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라며 "현재 많은 국내 임상 시험이 항암제 대상으로 빅5,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임상 시험 실시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진행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여러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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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상은 여전히 고형암 대상 표적항암제 올인
"동네 병원까지 넓혀야"…'분산형' 임상 대안 부상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이 '표적항암제'에 치우치면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다음 10년을 이끌 '비만'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내분비계 임상 시험에 취약한 구조 탓에 벌어지는 공백이다. 다국적 빅파마들이 비만약으로 질주하는 흐름에서 한국만 비켜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강승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센터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년도 제약·바이오헬스 통계포럼'에서 “세계 처방약 시장이 약 2700조원(2조 달러)까지 성장하는 배경에는 마운자로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비만약 분야는 2032년까지 최대 연평균 2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처방약 시장은 연평균 7% 성장해 2032년에는 약 2700조원(2조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을 견인하는 건 비만약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일라이릴리의 대사질환 치료제 마운자로가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전 세계 처방 매출을 앞질렸다. 2032년이 되면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3종이 전 세계 매출 상위 10대 의약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환 인트라링크스 대표이사도 “이미 비만 등 대사질환 치료제가 이제껏 가장 많은 매출을 냈던 MSD 키트루다의 매출을 이미 추월했다”며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일라이릴리의 대사질환 치료제인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라고 강조했다.
미래 신약의 지표인 국내 임상 시험 현황은 딴판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임상 시험 783건 가운데 항암제가 약 39%로 가장 많았다. 비만이 속한 내분비계 임상 시험은 약 5.7%에 불과했다. 순위권에 내분비계 임상 시험이 들었던 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국내 출시됐던 2024년이 유일하다.
항암제 쏠림은 국내 임상 시험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임상 시험의 가장 큰 애로는 환자 모집이다. 아무리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라도 제때 대상자를 모으지 못하면 임상은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결국 참여 환자를 잘 모을 수 있는 분야로 임상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국내 임상 시험은 정부가 지정한 실시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 문제는 임상 시험 실시기관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 의료기관이라는 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등 이른바 '빅5'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급종합병원은 암 등 중증·희귀질환 중심으로 운영된다. 자연히 항암제와 관련한 임상 참여자를 모으기 쉽다.
같은 항암제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국내 항암제 임상 시험은 고형암 대상 표적항암제에 집중된다. 표적항암제의 주요 적응증(치료 범위)인 폐암, 위암 등은 한국인에게 흔해 대상자를 모으기 쉽다. 환자 모집이 관건인 임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또 다른 활로인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마저 어렵게 만든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희귀의약품을 중심으로 인허가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다. 시장 독점권과 세액공제, 허가 수수료 면제 등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희귀질환은 환자 수 자체가 적어 임상 대상자를 모으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적은 환자마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패스트트랙이나 가속 승인, 우선 심사 같은 것은 희귀질환 아니면 퍼스트 인 클래스 같은 신약 후보물질이 지정을 받는다"며 "우리가 어떻게 (인센티브에) 합당한 카테고리에 드는 신약 후보물질을 적용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 시험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동네 병·의원과 연계해 임상 시험을 나눠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환자의 참여 문턱을 낮춰 지역에 흩어진 환자나 수가 적은 희귀질환자까지 임상으로 끌어들이자는 취지다.
강 센터장은 "한국은 임상 시험 실시기관 제도를 운영하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라며 "현재 많은 국내 임상 시험이 항암제 대상으로 빅5,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임상 시험 실시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진행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여러 트렌드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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