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산업전쟁]⑤"자원은 없지만 기술은 있다, 韓 대체불가 공급망 파트너 돼야"

서믿음 2026. 9. 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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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광물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반도체·로봇·풍력·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광물은 이제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아시아경제는 5편에 걸쳐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과 국내 기업의 대응, 자원 빈국 한국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글로벌 광물 공급망은 탐사가 캐나다·호주·미국 등 서방에, 채굴은 자원보유국에, 정제·가공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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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인터뷰
전 품목 직접 확보 한계…공급망 중간단계 육성
가공·제련 역량 앞세워 자원국과 장기 협력
해외자원 개발 비용 부담…정부 지원 필요
편집자주
핵심광물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반도체·로봇·풍력·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광물은 이제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각국은 광산 확보부터 제련·정제, 소재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며 사실상 '광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을 비롯해 리튬·니켈·흑연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맞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중국 밖 생산기지와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해외 자원 확보를 넘어 제련·정제와 소재 생산, 재활용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시아경제는 5편에 걸쳐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과 국내 기업의 대응, 자원 빈국 한국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중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장악과 주요국의 탈중국 전략에 맞서 한국 기업들도 해외 원료 확보와 제련·가공,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 이제 과제는 개별 기업의 대응을 국가 차원의 공급망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원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이 모든 광물을 직접 확보하기는 어렵다. 대신 철강과 아연·납·구리 분야에서 축적한 제련·가공 기술과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방산 등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도 한국의 기술과 수요를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심광물 전략을 '자립'보다 '선택'으로 설명했다. 모든 광물을 직접 생산하기보다 공급경로를 다변화하고, 다른 국가도 한국을 필요로 하는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자립형 공급망이 아니라 필요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공급경로를 여러 개 가지고, 동시에 다른 국가도 한국을 필요로 하는 상호의존적 위치"라고 말했다.

챗GPT가 구성한 이미지

자원은 없지만 수요·기술 있다…공급망 재편은 기회

글로벌 광물 공급망은 탐사가 캐나다·호주·미국 등 서방에, 채굴은 자원보유국에, 정제·가공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 상류 기반이 취약하지만 일부 금속의 제련·가공 기술과 대규모 제조 수요, 품질·납기·계약 이행 능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자원국과 장기구매, 공동투자, 현지 산업육성, 기술협력을 결합할 수 있다. 자원국에는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고 한국은 공급망 선택지를 넓히는 구조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어느 국가에 의존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한국의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도 살펴야 한다"며 "제조역량과 신뢰성을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

中 공급 차질의 핵심은 '시간'…같은 광물도 바로 못 바꿔

가장 큰 위험은 중국에 집중된 정제·가공망이다. 최근 중국의 수출통제는 전면 금지보다 허가와 심사, 최종사용자 확인 등을 통해 공급 시기와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김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끊긴 것은 물량이라기보다 시간이었다"며 "얼마나 확보했느냐보다 차질이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다른 경로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체 공급처를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희소금속은 같은 광물이라도 순도와 형태, 불순물, 입도 등 규격이 다르다. 공급처가 바뀌면 기존 생산라인에 바로 투입하기 어렵고 인증과 양산 적용에도 시간이 걸린다.

그는 "같은 이름의 광물이라도 공급처를 바꾸면 그대로 쓸 수 없다"며 "대체 조달과 수출허가 처리에 걸리는 시간에 관한 데이터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광물의 미드스트림 허브 될 필요 없어"

정제·가공 등 공급망 중간단계인 '미드스트림'도 선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정적인 원료와 수요,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에너지·환경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모든 핵심광물의 미드스트림 허브가 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기존 제련·소재산업과 연결되거나 국내 수요가 확실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 제련공정에서 갈륨·게르마늄 등 희소금속을 부산물로 회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과 LS MnM 등이 주목받는 이유도 기존 원료 조달망과 제련·회수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사슬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과 기존 공정에 회수 단계를 더하는 것은 투자 규모와 원료 위험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속도보다 연속성"…정부, 기업 위험 나눠야

비중국 공급망의 현실적인 장벽은 비용이다. 특히 해외 자원개발은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격과 국가위험도 크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경제적 판단과 국가적으로 필요한 공급망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면 이를 어떻게 줄일지는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보증·보험과 자원외교, 인허가 등을 통해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원료를 소재·부품으로 전환해 제조업과 연결하고 안정적으로 구매·투자하는 산업 파트너가 돼야 한다. 대응이 늦어지면 정제·가공 역량과 원산지·추적성·표준 등 글로벌 규칙을 만드는 자리도 놓칠 수 있다.

그는 조선업을 사례로 들며 "자원안보는 단기간의 속도전보다 장기간 일관되게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지금의 관심이 다음 가격 하락기에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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