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외 적립 입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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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은 국민연금 제도와 퇴직급여 제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퇴직급여 제도는 오로지 기업의 부담으로 노령에 대비하는 기업 복지제도라는 점에서 개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구별된다(이렇게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급여 재원은 후불임금적 성격을 갖는다). 퇴직급여 제도는 다시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퇴직급여 사외 적립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현행 퇴직급여법상의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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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형]
우리나라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은 국민연금 제도와 퇴직급여 제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 중 퇴직급여 제도는 오로지 기업의 부담으로 노령에 대비하는 기업 복지제도라는 점에서 개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연금과 구별된다(이렇게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급여 재원은 후불임금적 성격을 갖는다). 퇴직급여 제도는 다시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구분한다. 이 중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퇴직금 제도이다. 한국에서 퇴직금이 법적인 제도로서 처음 규정된 것은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 때였다. 구 근로기준법은 퇴직금 산정 기준 등을 규정하고, 사용자가 그 기준에 의하여 산정된 금액(근속기간 1년마다 30일분의 평균임금) 이상을 퇴직금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강제하였다.
퇴직연금 제도는 퇴직금 제도가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고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2005년 퇴직급여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의 중요한 계기는 1997년 말 일어난 외환위기와 그 후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급격하게 확대된 비정규직 때문이었다.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도산할 때 실직자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것이 사회문제화되었다. 또한 비정규직들은 입사와 퇴직을 반복하는데, 퇴직 시 받는 소액의 퇴직금이 더는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금 재원은 일반적으로 사내 적립을 하고 있었는데,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때 그것을 장부상으로만 남긴 채 운영 자금으로 소비하거나, 대규모 퇴직 시 기업이 일시에 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이러한 퇴직금 미지급을 예방하기 위해선 퇴직금 재원을 사외 적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던바, 퇴직연금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퇴직금을 기업 바깥의 금융기관이 맡아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이고 특히 소규모 사업장 소속 근로자의 보호엔 미흡하다. 퇴직급여법 개정을 통해 2012년 7월 이후 새로 성립(합병․분할된 경우는 제외)된 사업의 사용자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나(제5조), 미도입 사업장에 대한 과태료나 형사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퇴직급여법은 사용자가 위 도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퇴직금 제도를 설정할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11조)].
이런 법제 하에서 많은 소규모 사업장은 당장 적립금 납부 의무를 부담하는 퇴직연금 제도보다는 여전히 퇴직금 제도를 선호하는 형편이다. 2024년 기준으로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3만 5천 개로 도입률은 26.5%인데, 300명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92.1%에 이르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은 10.6%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퇴직연금의 도입 현황은 소규모 사업장의 임금 체납 규모와 직접 연결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체납임금 규모가 2조 원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그중 퇴직금 체납액은 약 40%, 연간 8,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퇴직금 체납액의 약 76%는 상시 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며 퇴직금 체납 신고 건수 비율은 5명 미만 사업장이 32.4%, 5~29명 사업장이 44.1%였다. 이러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퇴직연금 제도의 확대는 퇴직급여 제도의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심각한 임금 체납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10월 출범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는 3개월 동안의 논의 끝에 2026년 2월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문에는 '기능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퇴직급여 사외 적립 의무화'를 위한 제도 및 입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퇴직급여 사외 적립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현행 퇴직급여법상의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을 말한다.
공동선언문의 내용처럼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이 시행된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도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퇴직급여 제도는 근로자의 소득에 비례한 기업연금으로써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매달 실질적으로 자신의 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금으로서 내야 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기업 규모별 단계적 확대 및 그 부담을 완화하는 정부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위 공동선언문 발표 이후 정부는 곧바로 당정 협의를 거쳐 입법(안)을 준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설명한 것처럼 이는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대해 노사가 합의한 최초의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제 추석이 다가오고, 이후 정기국회가 열린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한 입법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 노사정이 합의한 공동선언문의 내용이 실제 제도로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도재형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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