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2000명 넘는데 “실무진 더 필요”…눈총 받는 老검사들, 왜
다음달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고연차 검사들이 조직 내에서 눈총을 받고있다. 실질적인 역할은 크지 않은데 ‘검사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외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검사 2000명 넘는데 실무진 더 필요” 왜

법무부는 공소청 검사 인력과 관련해 현행 검사정원법 2292명의 약 80∼85%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공소청 검사는 19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 수(2051명)를 고려하면 100여명 수준의 인원 감축이 필요한데, 정부는 결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을 동원할 계획이다.
애초 법무부와 검찰에선 검사 정원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원법에 상관없이 실제 필요한 인원을 쓰면 되는 것 아니냐”며 인원 감축을 사실상 지시했다. 여권에서도 “정치검찰 부활을 위한 트로이 목마”(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언제든 수사권이 부활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며 수사 기능을 전면적으로 없애기 위한 검사 정원 감축을 압박했다.
검찰 내부에선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고연차 인력이 조직에 부담이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차장 검사는 “공판·영장검토 등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는 데도 현원으로 잡히면서 ‘수사권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미제 사건과 경찰 신청 영장 증가 등으로 실무 인력은 오히려 모자란 게 현실인데, 검사 수가 많다는 착시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수는 2051명으로 정원의 89.5% 수준이지만, 실제 일하는 인력은 이보다 적다는 주장이다.
중수청 빠지고 미제 치솟고…중경단 역할 고민

이 같은 인식에는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도 영향을 미쳤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수사 난이도가 높은 경제 사건을 중점 처리하기 위해 수사경력 15년 이상인 선임 검사들이 배치된 부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갈수록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올해 7월 기준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2022년(53.9건·12월 기준)의 4배가 넘는 221.4건으로 치솟으면서 내부 여론은 더 악화했다.
전국 중경단 검사는 수원지검 6명, 서울남부지검 8명 등 총 80여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중경 1·2단의 검사 수는 총 15명으로 반부패수사1·2·3부 현원(14명)보다 많다. 연수원 기수는 21~35기로 지검 부장검사(36~37기)보다 높고 일부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29기)보다 기수가 높다.
각 지방 고등검찰청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고검의 경우 정용환 고검장 직무대행(32기)보다 기수가 높은 연수원 19~31기 검사 수가 총 23명이다. 고검 부장검사들의 기수(33기)를 고려하면 ‘역피라미드형’인력 구조다.
반면 실질적인 역할을 할 평검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기준 전국 법원의 형사재판부는 581개인데 반해 공판검사는 300명으로, 재판부마다 검사를 1명씩 추가 배치해도 최소 281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에 따라 90명 안팎의 검사가 공소청을 떠날 전망이다.
한때 年411건 처리 성과도…“인력 절실”

당장 검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년이 보장된 검사에게 해묵은 용퇴 관행을 기대하기 보다 역할을 활성화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인천지검의 경우 중경단이 처음 도입된 2015년 고연차 검사 4명이 고소·고발 사건 411건을 처리한 전례가 있다.
서울남부지검 중경단은 올해 2월 가짜 무속인 행세를 해 피해자들로부터 150억원을 뜯어낸 일당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중앙지검 중경단 역시 2014년 한해에만 ▶원유 수출입사 재무이사의 18억7000만원대 횡령 ▶서울시민 프로축구단 창단 사기 ▶보해저축은행 전 대표 50억원대 배임·횡령 사건 등을 수사해 기소했다.
법무부는 검찰 업무가 공소제기·유지로 한정되더라도 검사 수를 늘리거나 유휴 인력을 실질화하는 등 대책이 필수라고 보고있다. 약 14만건에 달하는 미제사건 수사를 경찰이 맡는다 해도 영장·송치사건을 검토해 보완수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공소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스토킹범죄·장애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한 사건은 ‘혐의없음’이어도 전건송치 받아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관 대비 검사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64%)에 그치는 상황에서 공판검사로만 한정해봐도 1명이 2개 재판부를 맡아 증거기록을 검토하고 증인 신문을 하는 등 필요 인력·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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