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 타고 ‘공포의 불치병’ 퍼진다…‘최후의 방어선’ 치는 울진 [르포]

지난 20일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정. 탁 트인 동해와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져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를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데크 길이 깔렸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도 조성돼 있다.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면서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사이로 잎이 누렇게 마르고 가지가 새카맣게 변해 축 늘어진 소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소나무 불치병’이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나무들이었다.
최근 고온·건조한 이상기후와 동해안 극한 가뭄 등 영향으로 재선충병 매개충 활동이 활발해져 고사한 소나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선충병이 울진까지 번졌다. 울진에는 전통 목조건축과 국가유산 보수·복원에 사용돼 온 금강송의 전국 최대 규모 군락지가 있다.
울진에서는 2020년 12월 재선충병이 처음 발생했다. 이후 지속적인 방제 끝에 2023년 12월 청정지역으로 전환됐지만, 2024년 10월 다시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195그루의 감염목이 확인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재선충병이 이미 심각하게 퍼져 있는 경북 경주에서 7번 국도를 타고 포항과 영덕을 거쳐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고사한 소나무들이 수두룩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에도 녹이 슨 것처럼 솔잎이 빨갛게 변해버린 소나무가 곳곳에 눈에 띄었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야산들에도 능선을 따라 고사목이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재선충병은 이미 전국적인 산림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 166개 시·군·구에서 약 177만 그루의 피해 고사목이 발생했으며, 감염 우려 목 등을 포함하면 약 309만 그루가 제거되는 등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7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가까이 갈수록 고사한 소나무들이 비교적 줄어드는 모습이었지만, 울진군 관계자는 “남쪽에서부터 점차 재선충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지정한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은 울진 9개 읍·면 36개 리, 3만864㏊로 울진군 전체 산림면적의 약 36%에 이른다.
최근 울진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점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금강송면과 지척이었다. 최근 재선충병이 발생한 울진읍과 봉화군 소천면은 금강송면 중심과 12~15㎞ 떨어져 있다.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 3그루와 수령 350년으로 곧게 뻗은 미인송 등 8만5000여 그루의 금강송이 자생하고 있다.
울진군은 재선충병 발생 초기부터 감염된 나무만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확산경로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방제의 초점을 맞춰 왔다. 기존 감염목 단목제거와 훈증작업은 최소화하고 산림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감염목 주변의 소규모·소군락 모두베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주변 100m 내외 나무 주사를 병행해 눈에 보이는 감염목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감염 우려 목까지 선제적으로 방제하고 있다. 특히 평해읍 월송리에서 온정면에 이르는 동해안 구간에는 약효가 최대 4년간 지속하는 나무주사를 놓는 ‘나무주사 방제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산림과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강송림을 울진군의 예산과 인력만으로 장기간 지켜내는 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적으로 보전해야 할 소나무숲을 중심으로 방제역량을 집중하고, 아직 피해가 경미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지역에 예산과 인력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울진군은 정부에 ▶울진 금강송 군락지 일원의 국가방제벨트 핵심지역 지정 ▶감염지역과 핵심 보호지역 사이 광역 방제대 구축 ▶소규모·소군락 모두베기와 장기 지속형 나무주사, 항공방제 등 다양한 방제수단 활용 ▶필요시 산주 보상을 통한 무송지대 조성 등을 요구했다.
황이주 울진군수는 “울진군은 재선충병 방제에 있어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도 전국 최대 규모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을 대한민국 소나무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울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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