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가해 역사와 마주한 일본 예술가들

야마다다까꼬 2026. 9. 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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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의 예술단체 '아트랩오바(Art Lab Ova)'의 카게야마 즈루씨와 스즈키 쿠리씨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인천미림극장에서 개최된 '제6회 세대공감영화제 with Art Lab Ova'에 초청돼 인천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제 기간 물건을 통해 지역의 기억을 되짚는 전시·교류 프로젝트 '플리만천(플리마켓+인천)-물건으로 이어지는 기억'을 진행했다.

부평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육군 군수공장인 조병창과 미군기지가 자리했고, 지금도 다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일본 요코하마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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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예술가들과 함께 둘러본 부평역사박물관 '알고보니 문화유산?!' 전시... 2027년 8월 22일까지

[야마다다까꼬 기자]

 '제6회 세대공감영화제 with Art Lab Ova' 중에서 사진 위 우측부터 쿠리 씨, 즈루 씨, 나카무라 감독이 함께 GV에 참여 중에서, 사진 밑 '플리만천' 중에서
ⓒ 야마다
요코하마의 예술단체 '아트랩오바(Art Lab Ova)'의 카게야마 즈루씨와 스즈키 쿠리씨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인천미림극장에서 개최된 '제6회 세대공감영화제 with Art Lab Ova'에 초청돼 인천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제 기간 물건을 통해 지역의 기억을 되짚는 전시·교류 프로젝트 '플리만천(플리마켓+인천)-물건으로 이어지는 기억'을 진행했다. 또 <요코하마 메리> 상영 후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요코하마와 인천이라는 두 항구 도시가 지닌 공통점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밝혔다.
 '부평역사박물관' 입구에서
ⓒ 야마다
영화제가 끝난 뒤 귀국을 이틀 앞둔 14일 <요코하마 메리>를 연출한 나카무라 다카유키 감독도 동행해 인천 개항장 일대를 함께 둘러봤다. 자유공원과 제물포구락부(월요일 휴관으로 외관만 관람), 루비레코드 등을 거닐며 개항기부터 이어진 도시의 기억을 따라갔다.

그리고 15일, 두 사람이 오후 늦게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 날 부평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부평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육군 군수공장인 조병창과 미군기지가 자리했고, 지금도 다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일본 요코하마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는 장소다.

'미쓰비시 줄사택'의 역사와 문화유산 보존
 '부평역사박물관' 2026년도 특별기획전시 「알고 보니 문화유산?!」에서
ⓒ 야마다
부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구 미쓰비시제강 사택(줄사택)'이다. 일제강점기, 육군조병창의 하청공장이었던 미쓰비시제강의 노동자용 주택으로 지어진 이 연립 장옥군(長屋群)은 국가유산청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줄사택은 강제동원의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대 산업유산으로서 보존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三菱)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합숙생활을 하였던 곳으로 연립주택과 같이 여러 호의 집들이 줄지어 있어 속칭 줄사택으로 불려왔으며, 광복 후에도 도시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되어 오는 과정에서 삶의 흔적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등 역사(歷史) 및 주거사(住居史)적 측면에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서의 등록 가치를 인정받았다. - 국가유산청 내용 인용

방문한 날은 마침 지역의 역사유산과 기억의 계승을 알리는 특별전시 '알고보니 문화유산?!' 첫날이었다(9월 15일부터 2027년 8월 22일까지, 부평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장에는 안내 포스터와 함께 당시의 가혹한 역사를 증언하는 다양한 유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문화유산?! 전시 포스터.
ⓒ 부평역사박물관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 학예사의 시선과 깊어지는 연구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토지현황(국가유산청)
ⓒ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조용한 농촌이었던 부평은 일제강점기에 군수도시로 변모했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흐름을 걸어왔다. 부평역사박물관 손민환 학예연구팀장은 부평이라는 땅이 지닌 역사적 무게와, 최근 높아지고 있는 한일 연구 동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보존되지 않은 조병창 시설이 한국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놀라곤 합니다. 부평의 '미쓰비시 사택'을 보존하고 연구·전시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 도시샤대학 석사과정 학생이 부평의 근대사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다며 협력을 요청해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도시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역사적 현장과 문화유산에, 시민들과 젊은 세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실제로 보기가 어려운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모습을 전시를 통해서 볼 수가 있다
ⓒ 야마다
부평의 전쟁 유적과 근대 산업유산을 둘러싸고, 전문가와 시민들이 국경을 넘어 기록·보존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한일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제1회 전국대회가 부평에서 개최되는 등, 풀뿌리 차원의 학술·민간 연대도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인 예술가가 마주한 가해의 역사

이처럼 한일의 시선이 교차하는 맥락 속에서, 전시실에 놓인 조선인 공원 모집 전단지와 도리이(鳥居, 일본 신사 입구에 세우는 문 모양의 구조물)가 그려진 조선어 학습장 등을 마주한 아트랩오바의 즈루씨는 강한 충격과 자성의 마음을 밝혔다.
 사진 우측부터 카게야마 즈루 씨와 스즈키 쿠리 씨
ⓒ Art Lab Ova
"전후 일본인들은 원폭이나 공습 등 피해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가해의 역사와 직접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과거 '미쓰비시 사택'이 있던 부평을 찾아, 박물관에서 당시의 생생한 자료를 직접 본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가해의 역사와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어린 시절 도쿄 스가모의 '미쓰비시 사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쿠리씨에게도, 익숙했던 '미쓰비시'라는 기업명이 지닌 또 다른 역사적 측면을 마주한 것은 개인의 기억과 지역의 역사가 교차하는 깊은 사색의 자리가 되었다.

기억을 미래로 잇기 위해

과거 기지촌과 군수공장의 기억, 그리고 지금의 다문화 공동체가 겹쳐지는 부평. 과거의 상흔을 단순한 역사로 고정시키지 않고, 연구자와 시민, 그리고 표현자들이 국경을 넘어 공유하며 어떻게 미래의 지역사회와 공생의 자산으로 남길 것인가. 부평역사박물관의 전시와 사람들의 교류는 그 중요한 한 걸음을 보여주었다.
 '부평역사박물관' 2026년도 특별기획전시 「알고 보니 문화유산?!」 안내
ⓒ 부평역사박물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in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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