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이하·SKY 출신'만 모셔요…대기업 채용 지침, 법적으로 괜찮을까?

방제일 2026. 9.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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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이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지원자의 나이와 출신 대학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채용 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자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업무 능력과 직접 관련 없는 연령이나 학벌을 이유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경력과 자격,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나이나 출신학교를 일률적인 '컷'으로 활용한다면 채용 자율성을 넘어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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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엔 없었는데 내부에선 나이·학벌 컷
일부 대기업 채용 기준 논란 확산

한 대기업이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지원자의 나이와 출신 대학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채용 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자체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업무 능력과 직접 관련 없는 연령이나 학벌을 이유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강진형 기자

22일 연합뉴스는 최근 한 기업의 채용 기준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팩트 체크를 진행했다. 앞서 논란이 된 기업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연령을 '1980년생 이하'로 제한하고, 근무 지역에 따라 채용 가능한 출신 대학까지 정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인사 담당 임원과 사업부 채용 담당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과 판교 근무자의 경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을 포함한 일부 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등 지역별 대학 기준까지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는 벌금, 학벌은 처벌조항 없어…기업 채용 차별의 '법적 빈틈'

그렇다면 민간기업의 이 같은 채용 기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우선 연령 제한은 법 위반 소지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모집·채용을 비롯해 임금, 승진·전보·배치, 퇴직·해고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입·경력 여부와 관계없이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몇 년생 이하'처럼 지원자의 나이에 상한선을 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직접 나이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 연령층을 배제하는 표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구인 광고를 점검하면서 '젊은 인재', '젊고 활동적인 분' 등 특정 연령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도 연령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2025.06.05 윤동주 기자

모집·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연령 제한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 특성상 안전이나 생명과 직결돼 일정한 신체 능력이 꼭 필요하거나 정년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법률에 따라 청년이나 고령자 등 특정 연령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학력과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고용정책기본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이나 연령, 학력, 출신학교,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연령차별과 달리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때 적용되는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는 행정지도 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굿잡 취업박람회가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박람회를 찾은 많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학력 제한 역시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면 허용될 수 있다. 특정 교육과정이나 전문지식이 꼭 필요한 업무라면 '4년제 대학 졸업자'나 '특정 전공 우대'와 같은 자격 조건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 대학 출신만 선별하는 경우다. 업무 수행 능력과 특정 대학 졸업 여부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 노동 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순히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 자격이나 합격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학력·출신학교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의미다.

채용 공고에는 이 같은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내부 지침으로만 운영했다면 법적 판단은 더욱 복잡해진다. 내부에서 기준을 논의하거나 문서로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해당 기준에 따라 특정 연령이나 대학 출신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등 구체적인 차별 행위가 이뤄졌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 채용 기준은 관계 기관이 직접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민간기업의 직원 채용이 일정 부분 경영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업 민간 기업보다 기준 엄격해

공공부문의 기준은 민간기업보다 엄격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입사지원서나 면접 과정에서 성별이나 연령, 출신 지역, 가족관계, 신체 조건, 학력 등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역시 과거 존재했던 학력과 연령 상한이 폐지돼 현재는 일부 직렬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령 상한 없이 응시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박람회장으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강진형 기자

채용 과정에서 나이나 학력, 출신학교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권위는 조사를 거쳐 차별이 인정되면 해당 기관이나 기업에 차별행위 중지와 제도 개선 등을 권고할 수 있다. 특히 연령차별 문제를 신고하거나 진정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결국 민간기업이라 해도 채용 기준을 무제한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경력과 자격,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나이나 출신학교를 일률적인 '컷'으로 활용한다면 채용 자율성을 넘어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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