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배움의 자리, 한샘과 함께 새로워진 무궁화학교

누군가에게 학창 시절은 오래된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마음에 남은 빈자리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혹은 그저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여성들이 있다. 배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 접어두고 살아야 했던 이들이 이제 다시 교실 문을 연다.
1975년 문을 연 익산 무궁화학교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에게 한글과 정규 교육과정, 검정고시 준비를 지원해온 교육시설이다. 별도의 수업료 없이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현재 60여 명의 학생과 17명의 교사가 함께한다. 학생 대부분은 60대에서 80대. 초등 문해부터 학력 인정, 검정고시 과정까지 각자의 출발점과 목표에 맞춰 배움을 이어간다.
올해 무궁화학교는 한샘과 엘르보이스가 함께하는 ‘THE SAFE GROUND’ 캠페인의 두 번째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한샘은 세 강의실의 낡고 제각각이던 책상과 의자, 기울어진 책장, 교탁을 대신하던 수납장을 새 가구로 교체했다. 오래 기다린 배움에 비로소 편안한 자리가 생긴 날, 새로워진 교실을 보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은 졸업생들과 오랫동안 학생들의 배움을 지켜 온 교장·담임 교사에게 무궁화학교에서 보낸 시간과 달라진 교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려는 학생과 가르치려는 선생님의 마음이 이어온 무궁화학교의 50년 1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궁화학교를 지키며 수많은 어르신을 만나왔다. 15년 전 처음 마주한 무궁화학교의 모습은구연식 교장 교직에서 퇴직한 뒤 우연히 무궁화학교를 알게 됐다. 당시에는 천장에서 비가 새고 창문 사이로 눈발이 들어올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 어렵게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이 이런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늘 죄송했다. 2019년 지역사회의 후원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공간으로 이전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책걸상은 다른 학교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와 썼다.
수업료 없이 후원만으로 50여 년을 운영해왔다. 그 방식을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는구연식 교장 17명의 선생님들은 물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를 바라지 않고 한결같이 순수한 봉사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처럼 예전에 어렵게 공부했거나 어려운 처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분들이라 더욱 오래 봉사할 수 있는 것 같다. 고장 난 물건은 고쳐 쓰고 학교에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주위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모여 지금까지 학교를 이어왔다.

오래 접어둔 배움의 마음은 다시 교실 문을 여는 힘이 됐다 이곳에는 여러 이유로 학업을 놓아야만 했던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다구연식 교장 학교에 들어올 때 혹시 아는 사람이 볼까 봐 양쪽을 살피면서 재빨리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다. 시댁에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말해 지금까지 학력을 숨겨왔다며 중졸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에서 진급할 때마다 학력 미달로 인해 한이 맺힌 분, 일곱 살부터 남의 집 식모로 살다가 자녀를 다 키운 뒤 학교를 찾아온 분도 있을 만큼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찾아온다.
무궁화학교에서 배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무궁화학교 졸업생 신용카드를 만들며 영문 이름을 쓰거나 계약 서류를 작성할 때 불편했다.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배웠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은 계속 있었다. 무궁화학교에 다니기로 한 날에는 가슴이 콩닥거려 잠도 오지 않았다.
어머니나 할머니뻘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독 기억에 남은 순간은담임 교사 배움의 때를 놓쳤지만 배우려는 열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궁금한 점도 많고 열심히 배우시니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설명해야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83세에 입학해 3년 동안 두 번밖에 결석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항상 즐겁고 성실하게 공부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던 분이라 기억에 남는다.



예전 교실에서 수업하실 때 겪은 가장 큰 불편과 새로운 교실을 마주한 기분은구연식 교장 인근 학교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를 모아 쓰다 보니 짝이 맞지 않거나 고장 난 것이 많았다. 초등학생용 책걸상이라 학생들의 체형에도 맞지 않았고, 앉을 때마다 삐걱거려 부서지거나 다칠까 늘 걱정했다. 교실 한쪽에 망치와 못을 두고 고쳐 쓰기도 했다. 이제 체형에 맞는 책걸상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
담임 교사 ‘중학 학력 인정반’은 하루 네 시간 정도 앉아 공부한다. 의자가 딱딱해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개인 방석을 가져오거나 서서 공부하는 분도 있었다. 새 교실에 들어온 한 학생이 ‘이제 방석 안 가져와도 되겠다’ 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무엇보다 편안해진 의자가 가장 반갑다.
무궁화학교 졸업생 초등학교에서 쓰던 나무 의자를 사용하다 보니 의자가 정말 딱딱했다. 공부한다는 생각에 불평은 없었지만, 막상 교실이 환해지고 의자가 편안해지니 무궁화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을 만큼 좋다. 후배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어 마음이 좋다.

처음 교실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 뒤, 이곳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담임 교사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처음에는 과연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어려워하지만, 공부를 이어가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구연식 교장 한글을 익혀 자기 이름을 쓸 줄 알고, 버스 행선지를 읽어 스스로 탈 수 있게 되었다. 백일장 대회에 나가 지금까지 살아온 슬프고 순수한 삶을 꾹꾹 눌러쓴 사연을 쓰고 상을 받은 뒤 흐느끼는 학생도 있었다. 그럴 때 대견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무궁화학교 졸업생 가족들이 너무 좋아하고 응원해줬다. 학교에도 데려다주고 필요한 것도 사주며 엄마와 할머니의 공부를 반가워했다. 손녀는 함께 살 때 집에서 자신이 가르쳐주겠다고 할 만큼 좋아했다. 지금은 32세가 됐는데 나보다 내 공부를 더 좋아한다.

배움의 시간은 따로 없다. 시작할 때가 바로 그때다. 교문 앞에서 망설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구연식 교장 배움의 시간은 따로 없다. 시작할 때가 바로 그때다. 밤길을 걷다 강도를 만나면 손에 든 것은 빼앗길 수 있어도 머릿속에 쌓은 지식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무궁화학교에는 따뜻한 선생님들과 편안한 책상과 의자가 있다. 무궁화학교에 와서 앉아보고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길 바란다.
담임 교사‘존경합니다.’ 이미 많은 것을 다 해내셨다고 생각한다. 눈이 나빠질까 걱정해 책을 조금 덜 보라고 할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앞으로도 그 열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궁화학교 졸업생 환경이 좋아진만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꿈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할 것 같은데, 후배들도 무궁화학교 졸업하고 함열여고*에 입학해서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한샘의 따뜻한 동행, 공간 개선 사업 '찬란한샘' 한샘은 지난 2015년부터 도움이 절실한 주거 취약 가정과 복지 시설의 공간을 진정성 있게 개선해 왔으며, 2025년 누적 1,000호 돌파라는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다. 2026년에는 모자가정 생활시설과 만학도 교육시설 등 여성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의 공간을 새롭고 안전하게 단장해 나갈 예정이다. 익산 무궁화학교에서는 컴퓨터실을 제외한 세 개 강의실의 책상과 의자, 책장, 교탁, 수납장을 교체했다.








'The Safe Ground' 캠페인이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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