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인사참사에 강훈식 사의

하준호 2026. 9. 2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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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은 오늘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고 수차례 말씀하신 상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총회 참석 및 멕시코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옆자리의 강 실장을 바라보며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핵심 인사는 “사의 표명 사실을 청와대가 먼저 공식화한 건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9일 자진 사퇴하는 등 8·30 개각 인사 6명 중 2명이 낙마하자, 인사위원장인 강 실장이 최종 책임자로서 인사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 요구가 여야 모두에서 분출하는 상황이었다.

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참모진 단체대화방에 “제 거취와 관계없이 대오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해야 할 일,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저 역시 제게 맡겨진 순간까지 한 치의 빈틈 없이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까지 여권에선 인사 참사의 책임을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민주당 내 이른바 ‘경기·성남’(이하 경성) 라인과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는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사람은 비서실장 아니냐. 그에 대한 원망이 많다”(재선 의원)는 말이 나왔지만, 비(非)경성 친명계에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외곽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강 실장이 나가면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중진 의원)는 의견이 많았다.


자리 지킨 경·성라인…당내 “강훈식 나간다고 해결되겠나”


21일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강 실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결국 강 실장이 홀로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되면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김용채 인사비서관, 전치영 민정비서관 등 경성 라인 측근들은 일단 자리를 지키게 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혼자서 책임질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며 “현재 인사라인이 그대로라면 강 실장이 나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청와대를 좌지우지한다는 ‘경기·성남’ 라인 아닌가”라며 “역시 ‘훈식이 형’보다 ‘현지 누나’가 더 센 건가”라고 적었다.

청와대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구인난이다. 정책실장의 경우 김용범 전 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후임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대통령이 강 실장의 사의를 수용할 경우 3실장 중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도입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모두 공석이고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는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임명안을 국회에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 비서실장 부재가 장기화할 경우 국정 전반의 조율 기능이 더 약화되고, 구멍 난 인사의 공백을 채우는 일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 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요국 핵심 실세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각종 현안에서 꼬인 실타래를 실질적으로 푸는 데 기여해 왔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는 핫라인을 구축했고, 중동전쟁 초기 안정적인 원유 수급로 확보가 지상과제였던 지난 3월에는 칼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원유 2400만 배럴 최우선 공급 약속을 끌어내기도 했다. 대통령 특사로 UAE·캐나다·폴란드·루마니아 등 주요 방위산업 협력국을 방문하며 K방산 세일즈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창업과 청년 정책 분야에도 깊숙이 관여해 왔다.

여권에서는 차기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천준호·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 현역 재선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여권에서는 “정권 초기에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현역 의원을 기용한 측면이 있지만, 임기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보궐선거를 무릅쓰고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중진 의원)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 김민기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원외 인사도 거론된다.

정치권에는 정 전 실장 등 경성 라인이 특정 인물을 민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성 라인과 가까운 인사가 기용된다면 경성 라인이 강 실장을 몰아냈다는 ‘권력투쟁’의 그림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도 강 실장과 경성 라인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모르지 않는다”며 “강 실장은 원래 연말까지는 비서실장직을 수행하려고 했기 때문에 대체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21~27일 미국·멕시코 순방 기간 장고 끝에 강 실장을 재신임할 가능성도 있단 얘기다.

하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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