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학생들 만난 노벨상 교수 “AI? 결국 방향은 인간이 정해야”

“인공지능(AI)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 예측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결국 인간이 정해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맥밀런(58)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21일 서울과학고 강연에서 AI 시대의 연구 방법을 묻는 학생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맥밀런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 노벨프라이즈아웃리치가 공동 개최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6’ 참석차 방한해 이날 강연에 나섰다.
서울과학고 별관 강당에서 ‘학문과 삶에서의 발견을 향한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300석이 모두 찼다. 학생들은 계단에도 앉아 그의 강연을 들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맥밀런 교수는 박사과정을 미국에서 밟기 위해 수십통의 편지를 우편으로 보낸 일화도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광부였고, 아버지는 철강회사 노동자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간 친형을 따라 물리학을 공부하려 입학했지만 중간에 전공을 화학으로 바꿨다.
맥밀런 교수는 “학문의 흐름도 빨리 바뀐다”며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자기가 마음속으로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작은 보폭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대칭 비금속 유기촉매를 개발한 공로로 2021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맥밀런 교수는 당시 새로운 물질을 찾았을 때 기분을 축구 영상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 축구 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상대팀이 상상하지 못한 궤도로 골을 넣은 것과 같은 창의성이 학문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밀런 교수는 노벨상 수상 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을 만나게 됐다며 수상 이전과 달라진 삶을 들려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남도 사진으로 전했다. 맥밀런 교수는 “각국 대통령과 축구 감독까지 노벨상 수상 이후에는 다양한 리더를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매년 12월 10일을 전후로 스웨덴 현지에서 개최되는 학술행사인 ‘노벨위크 다이얼로그’의 해외 특별행사 차원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2017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행사다. 이번 한국 행사에는 맥밀런 교수를 비롯해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미트 호주국립대 교수, 200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크레이그 멜로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태일 서울과학고 교장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자와 직접 호흡하는 이번 기회가 우리 학생들이 인류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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