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여명학교 교장 "죽음 넘어 온 아이들, 갈 데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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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 청소년을 위한 여명학교. 이 학교에서 지난 17일 오후 진행된 '폐교 부지(옛 서울염강초)에 여명학교 교사 건립'에 대한 주민 설명회에서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56)이 무릎을 꿇었다.
한편, 여명학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우리는 북한 이탈 대안학교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서울시의원과 우리 지역 국회의원, 서울시교육감이 모두 선거에서 해당 부지에 유아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해 놓고 이제 와서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여명학교 설립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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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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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오후 여명학교 건립 설명회에서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이 무릎을 꿇자 그 주위로 여명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맞 무릎 꿇기에 나섰다. |
| ⓒ SBS뉴스 |
100여 명의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가 '여명학교 설립에 찬성 발언을 내놓은 한 공립고 교장'의 말을 거칠게 가로막을 즈음이었다. 이 공립고는 현재 여명학교가 임시 운영되는 옛 염강초 폐교 건물과 거의 붙어있다. 평소 여명학교 학생들과 교육적 교류도 있던 학교다. 조 교장이 무릎을 꿇자, 확성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여러분! 저희도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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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여명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조명숙 교장. |
| ⓒ 윤근혁 |
"참으로 참담합니다. 주민분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실까, 굉장히 가슴이 아픕니다."
이어 이 교장은 "지난 17일 주민들이 항의하시는 모습을 우리 여명학교 학생들이 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내 귀에 대고 말한 그분의 말을 기사로 직접 옮기지는 말아달라. 이것이 알려지면 여명학교 학생들도 그렇고 내 자식들도 너무 아파할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명학교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에게 번듯한 학교 시설을 마련해주기 위해" 20년 이상 학교발전기금을 모아 왔다. 학부모와 교직원이 돈을 보태고, 졸업생들은 첫 월급을 발전기금으로 냈다고 한다. 재학생들도 용돈을 아껴가며 마음을 보탰다. 물론 후원자들도 많았다. 이렇게 모은 돈이 100억 원이다.
100억 모은 여명학교 "북한 이탈 청소년들에게 번듯한 학교 마련해주고 싶어서..."
이 100억 원에 현대자동차가 60억을 보태 모두 160억 원을 갖고 서울염강초 한쪽에 작은 건물을 세우려던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새 건물을 지어 교육청에 고스란히 기부하는 대신 여명학교 청소년들이 공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터전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교육청과 서울시는 행정적 지원을 빼놓고는 현재까지 어떤 돈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명학교는 현재 폐교부지 사용료로 매년 9000만 원을 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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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명학교 건물. |
| ⓒ 윤근혁 |
여명학교에 따르면 그동안 이 학교 학생 100여 명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 문제가 된 일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같은 기간 교육지원청에서 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회부된 여명학교 학생도 단 한 명 없다. 3년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회부된 학생이 없는 것은 학교에서 무척 드문 일이다.
이날 조 교장은 마지막으로 다음처럼 호소했다.
"우리 아이들 죽을 고비 넘어서 한국까지 왔는데, 여기서 밀어내시는 이유가 뭘까요? '그냥 잘 왔다. 잘 지내라' 환영해 주시면 안 되는 걸까요? 이렇게 밀어내면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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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가양동 한 아파트 단지가 내 건 현수막. |
| ⓒ 윤근혁 |
이 비대위원장은 '그렇다면 여명학교가 아닌 외국어고가 들어와도 반대할 것이냐'라는 <오마이뉴스> 물음에 "당연히 반대한다. 여명학교는 우리의 관심 분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절차를 지켜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가지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냐'라는 물음에 이 비대위원장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집값 떨어질까봐 반대하는 것은 아니냐'란 물음에 대해서는 "그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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