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태원 "사회적 가치도 측정·보상해야"…내가 한 '착한 행동'은 얼마짜리?

정진주 2026. 9. 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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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를 쓰고 헌혈을 하면 내 하루는 몇 점일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보상'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숫자와 체험으로 구현됐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는지 측정하고 그 성과에 합당한 보상과 투자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착한 마음에만 기대서는 급격히 늘어나는 사회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사회적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간접 기여성과와 환경성과, 사회성과를 합친 2025년 사회적가치 창출액은 32조2000억원이고 누적 창출액은 155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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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코엑스서 개막…400여개 기관 참여
성장 둔화보다 커진 사회적 비용…측정·보상 구조와 AI 활용 제안
일상 실천 영수증·페달 기부·게임 기부 등 체험형 부스 곳곳
대기업부터 소규모 부스까지 관람객 고르게 분포

텀블러를 쓰고 헌혈을 하면 내 하루는 몇 점일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보상'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숫자와 체험으로 구현됐다.

대한상의가 주최하고 사회적가치 생태계 플랫폼 SOVAC(Social Value Connect)이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 344개보다 늘어난 400여개 기관이 참여했다.

22일까지 이틀간 300여개 전시 부스와 50여개 세션·스페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약 1만5000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제는 '생각을 넘어 행동으로, 문제를 넘어 해결로'다. SOVAC은 2019년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으로서 제안해 출범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 경제의 더 큰 문제로 성장 둔화보다 비용 증가를 꼽았다. 그는 "사회적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돈을 벌어 와야 되는데 이 돈을 버는 게 신통치 않으니까 문제"라고 짚었다.

돈을 벌어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인으로서 해온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최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서 비용 자체를 낮춰버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측정과 보상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는지 측정하고 그 성과에 합당한 보상과 투자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착한 마음에만 기대서는 급격히 늘어나는 사회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근거로는 지난 10년간 이어온 사회성과인센티브 실험을 들었다.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해 보상한 결과 470여개 기업이 5400억원의 사회성과를 냈고 보상받은 기업들의 매출도 35%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돈만 세어 갖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며 "두 가지 돈을 세니까 이제는 선순환이 된다"고 덧붙였다.

사회문제를 파악하는 도구로는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고령화와 돌봄, 기후변화처럼 사회문제 안으로 들어가면 계산해야 할 현상이 너무 많아 어디를 얼마나 풀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다. 최 회장은 "AI는 강력한 해결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봉사활동부터 환경보호까지…사회적 가치에 '가격표' 붙였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소셜밸류마켓'에서 관람객들이 일상 속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고 굿즈로 교환하는 체험.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측정과 보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곳은 SK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소셜밸류마켓'이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듯 나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 가치만큼 굿즈로 바꿔 가는 체험이다.

QR코드로 접속하면 환경·돌봄·나눔·지역사회 4개 분야 20개 일상 행동 가운데 해본 것을 고르는 방식이다. 텀블러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 분리배출, 다회용기 사용, 음식 남기지 않기 등 환경 분야 5개 항목에 중고거래와 기부,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전통시장 이용까지 9개 항목을 체크하자 영수증에 2만500SV가 찍혔다. 결과 유형으로는 '지구를 위한 작은 선택을 가장 자주 해온 사람'이라는 설명과 함께 'GREEN 밸류메이커'가 나왔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소셜밸류마켓'에서 관람객들이 일상 속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영수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항목마다 매겨진 점수는 달랐다. 텀블러 사용은 2500SV, 분리배출은 3000SV였고 기부와 헌혈, 병원 동행, 아이 돌봄은 5000SV였다. 다회용기 사용과 음식 남기지 않기는 1000SV로 매겨졌다. 영수증 단위는 원이 아닌 SV(사회적가치)였고 관람객들은 이 점수만큼 굿즈를 골라 계산대에서 교환했다.

CSES를 세운 SK는 이런 측정을 그룹 경영에 먼저 적용해 왔다. 2018년부터 사회적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간접 기여성과와 환경성과, 사회성과를 합친 2025년 사회적가치 창출액은 32조2000억원이고 누적 창출액은 155조원이다. 매출 1억원당 사회적가치는 2023년 1058만원에서 2025년 1404만원으로 33% 늘었다. 다만 같은 결과에서 환경성과는 마이너스 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측정에 AI를 더한 시도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CSES는 AI로 사회공헌(CSR) 사업의 성과를 측정·평가하는 오픈형 플랫폼을 선보였다. 사회적기업 육성과 취약계층 지원 등 사업으로 나타난 변화를 AI로 분석해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SOVAC은 사회적가치 분야 실무자들이 보고서 작성과 리서치에 바로 쓸 수 있는 AI 프롬프트를 무료로 공개하는 'AX기획전'도 마련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무브랩'에서 소지품을 스캔해 행동지수를 확인하는 '작전 기록 분석' 체험.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측정 대상은 기업의 사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무브랩'에서는 소지품을 스캐너에 올리면 행동지수가 담긴 영수증형 '작전 기록 문서'가 출력됐다. 보조배터리를 올리자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실천의 가능성인 '잠재' 신호가 감지됐다는 문구와 함께 행동지수 77%가 찍혔다.

센터가 리플릿에 실은 '2026 대한민국 자원봉사 현황'에는 이런 자원봉사의 가치도 돈으로 환산돼 있었다. 한 해 활동한 자원봉사자는 222만명, 자원봉사 활동의 경제적 가치는 1조6276억원이다.

인디고의 운동 기부 플랫폼 '키고런(KIGORUN)' 부스에서 실내 자전거를 탄 거리만큼 기부가 쌓이는 '페달 to the 기부' 체험.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움직인 만큼 기부가 쌓이는 체험도 있었다. 운동 기부 플랫폼 키고런(KIGORUN) 부스의 '페달 to the 기부'는 실내 자전거를 30초 동안 타고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쌓는 챌린지다. 페달을 밟자 계기판 숫자가 올라갔고 옆 화면에는 참가자 순위가 이어졌다. 1위 기록은 530m였다. 누적 거리는 5.97㎞로 목표 50㎞의 12%를 채웠고 목표를 달성하면 100만원을 수해 이웃돕기 긴급모금에 기부한다는 안내가 붙었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스마일 기부오락실'에 설치된 기부 게임 '모두의 수확'과 '다시, 바다' 선택 화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놀이가 기부로 이어지는 곳도 있었다.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의 '스마일 기부오락실'에서는 바닷속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마치면 점수가 쓰레기 무게로 환산됐다. 10점이 1㎏이어서 586점을 기록하자 '희망 나눔 참여 인증서'와 함께 쓰레기 58㎏이 표시됐다.

행복얼라이언스 10주년 부스에 설치된 대형 케이크 조형물 주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는 모습.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SK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는 여러 기업의 자원을 잇는 방법을 내놨다. 행복나래가 사무국을 맡은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 부스에는 10년간 이어진 협업 구조가 담겼다. 한쪽 벽면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참여한 125개 멤버 기업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C, SK케미칼 등 SK 계열사뿐 아니라 요기요와 딜로이트, SBI저축은행 등 외부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부스 중앙에는 10주년을 상징하는 대형 케이크가 설치됐다.

행복얼라이언스 부스에 마련된 10년간 함께한 125개 멤버 기업 벽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대표 사업인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제도의 틈에 놓인 결식우려아동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사업이다. 전시 패널에는 2023년 기준 국내 아동급식 지원 대상이 약 27만명이지만 필요한 끼니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 담겼다.

지역에서 지원 대상 아동을 발굴한 뒤 기업의 현금·현물 후원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배송하고 일정 기간 후 아동급식제도에 편입해 지원이 끊기지 않게 하는 구조다. 도시락 제조비와 배송비뿐 아니라 배송 차량과 윤활유, 간식까지 여러 멤버 기업이 각자의 자원을 나눠 맡는다.

행복얼라이언스 '행복두끼 프로젝트' 부스에 전시된 결식우려아동 지원 도시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활동은 끼니에 그치지 않았다. 주거 관련 멤버 기업의 자원을 활용한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27개 지역에서 가정과 지역아동센터 58곳을 지원했다. 부스에는 "아이가 침대에서 다리를 쭉 펴고 허리가 아프다는 말 없이 편히 잠들어요"라는 경북 지역 수혜 아동 보호자의 후기도 전시됐다. 기업 임직원이 아이들에게 건강·위생·안전, 환경, 경제·사회 분야를 교육하는 '행복얼라이언스 스쿨'도 소개됐다.

아이와 가족을 지원하는 또 다른 사례는 SK바이오팜 부스였다. '뉴런 유니버스'로 꾸민 공간에서 뇌 속 신호를 우주에 빗대 뇌전증을 설명했다. 부스 관계자는 뇌전증 환아 가족들이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족 간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도 컸다고 전했다. 뇌전증 당사자인 작가 '넌지'의 작품도 전시됐다.

SK바이오팜이 마련한 뇌전증 인식 개선 전시 '뉴런 유니버스'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는 모습.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날 부스 대부분은 설명만 늘어놓는 방식보다 직접 해보는 방식을 택했다. 참여를 마치면 랜덤 뽑기로 말랑이와 키캡 등 기념품을 주는 부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통상 박람회에서는 대형 기업 부스에 관람객이 몰리지만 이날은 작은 부스까지 비교적 고르게 발길이 이어졌다.

참여 주체도 다양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재단,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비영리단체가 한 행사장에 섞였다. 장애인 고용을 일자리 형태로 보여주는 ESG형 사내카페와 관람객이 관심사에 맞는 청년마을을 찾아보는 체험 프로그램, 지역 특산품과 사회적기업 제품을 파는 마켓도 자리했다. 관람객들은 부스를 옮겨 다니며 기업의 사회공헌부터 지역 청년 정착, 장애인 고용까지 서로 다른 방식의 사회 기여를 한자리에서 경험했다.

최 회장도 개회사에서 사회문제 해결은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어렵다며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의 연결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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