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본은 파킨슨 정복했는데…한국 재생의료 치료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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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심해 현장 일을 접게 되더라도 좋으니 인공관절 수술을 받겠다고 요구했다. A씨의 담당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 대신 세포·유전자치료(CGT) 임상연구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올해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준 다카하시 교토대학교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암체프리'를 조건부 승인했다.
A씨는 류동진 인하대병원 교수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트랙으로 실시한 자가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통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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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도 여전히 국내 치료는 '1건'

#60대 건설노동자 A씨는 양쪽 무릎에 골관절염을 앓다 인하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통증이 심해 현장 일을 접게 되더라도 좋으니 인공관절 수술을 받겠다고 요구했다. A씨의 담당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 대신 세포·유전자치료(CGT) 임상연구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이후 A씨는 진통제 없이 3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근로했다. 웃돈을 줘도 좋으니 가능하다면 한 번 더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싶다. 하지만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강정화 이뮤니스바이오 대표이사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CGT 발전전략 국제포럼'에서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이 여러 번 재개정됐어도, 한국에서 치료를 원하는 분들이 일본으로 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원정 세포치료를 국내 임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CGT는 질병의 뿌리를 고치는 치료제다. 많은 질병은 유전자나 세포가 잘못된 단백질을 만들어 발생한다. 기존 의약품은 이렇게 만들어진 나쁜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반면 CGT는 세포나 유전자를 대체하거나 교정한다. 애초에 문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게 막는 것이다.
CGT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계기는 일본이다. 올해 3월 일본 후생노동성은 준 다카하시 교토대학교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암체프리'를 조건부 승인했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암체프리는 유도만능줄기(iPS)세포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든 뒤, 이를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라진 신경세포를 새로 채워 넣는 원리다.
일본이 시장 선두를 점한 배경에는 특례 제도에 기반한 낮은 진입 장벽이 있다. CGT는 희귀 질환을 겨냥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가 적다. 게다가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도 어렵다. 다른 질병과 달리 대규모 임상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런 만큼 일본 정부는 CGT에 한정해 소규모 임상 시험이라도 효과가 분명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시판을 허용한다. 암체프리도 7명에 불과한 임상 1/2상만으로 조건부·한시 승인을 받았다. 일단 의료 현장에 판매를 허용한 뒤 7년 동안 사후 임상 시험을 통해 추가 검증을 진행하는 조건이다.
부담도 정부가 나눠 진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 중 하나는 후기 임상 시험의 막대한 비용이다. 일본은 사후에 이뤄지는 CGT 임상 비용을 국민 건강보험이 댄다. 제약사의 개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한국은 순서가 반대다. 국내 제도는 치료에 앞서 선행 임상연구를 요구한다. 치료 대상도 희귀 질환 아니면 중증 질환에 한정된다.

제도의 문턱을 넘어 실제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가 손에 꼽는 배경이다. 이뮤니스바이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첨단재생의료기관의 치료계획 승인은 단 1건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일본 재생의료 클리닉의 치료 제공계획은 약 1만3000건에 달했다.
앞선 A씨의 사례가 의료 제도의 공백을 보여준다. A씨는 류동진 인하대병원 교수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트랙으로 실시한 자가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통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류 교수는 "본인(A씨)의 목표는 65세까지 일하고 은퇴하는 것이며, 그사이 주사를 한 번만 더 맞게 해달라고 하신다"며 "그러나 여러 제도 때문에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업계가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이유다. 첨단재생의료는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치료 심의와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정부는 국내 첨단재생의료 치료 기회를 늘리기 위해 자가(自家) 면역세포의 위험도를 저위험으로 낮췄다. 저위험으로 분류되면 2~3년 걸리는 선행 임상연구 없이 곧바로 치료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규제가 완화되면 치료계획 신청이 한꺼번에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심의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치료가 쉬워진 만큼 부작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안전 관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암체프리를 개발해 승인받은 다카하시 교수는 이날 포럼에 참석해 "세포 치료라는 것은 세포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약은 만들어서 전달하고 복용하면 되지만, 세포 치료는 살아있는 세포를 환자의 몸속, 뇌 속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수술까지 포함한 전체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와 임상 의사, 기업 관계자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계하여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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