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병준 지멘스DISW 지사장 "AI 도입 여부 넘어섰다…의사결정 직결 산업AI로 진화해야"

김문기 기자 2026. 9.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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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스레드 기반 산업 AI 고도화…사전 문제 90% 검증 지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제조업의 AI 경쟁은 이제 기업이 ‘AI를 도입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진정한 경쟁은 AI를 실제 엔지니어링과 생산 의사결정에 얼마나 깊이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오병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Siemens DISW) 한국지사장은 18일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제조업의 인공지능(AI) 경쟁은 단순한 도입 여부를 넘어 엔지니어링과 생산 현장의 실제 의사결정에 직결시키는 산업 AI(Industrial AI)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지사장은 "제조업에서 AI는 일반적인 문서나 지식뿐 아니라 제품 사양, 설계 의도, 공정 조건, 설비 상태, 품질 기준, 안전 요구사항 등 물리적 세계와 연결된 복잡한 정보까지 이해해야 한다"라며 "범용 AI를 넘어 산업별 전문성과 데이터 맥락을 반영하는 산업 AI로 발전해야 하며 핵심 기반은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라고 말했다.

◆ PoC 장벽 돌파와 인텔리전스 센터 X…하이브리드 인력 구축

국내외 제조기업들이 개념 검증(PoC) 수준에 머무르며 실제 공장 운영 단계로 확장하지 못하는 장벽에 대해 오 지사장은 파편화된 데이터와 미흡한 거버넌스 체계를 지목했다.

오 지사장은 "많은 제조기업이 AI를 PoC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AI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에 있다"라며 "현장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품질과 형식도 제각각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안정적이고 반복 가능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AI의 접근 권한, 업무 수행 한계, 최종 의사결정 주체를 정의하는 기술·데이터·워크플로우·거버넌스 설계의 필요성을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멘스는 '인텔리전스 센터 X(Intelligence Center X)'를 제시했다. 오 지사장은 "인텔리전스 센터 X는 멘딕스(Mendix)의 로우코드 역량, 래피드마이너(RapidMiner)의 AI·머신러닝 역량, 산업용 온톨로지와 지식 그래프를 결합해 AI가 기업 데이터와 운영 맥락을 이해하고 설계, 생산, 품질, 유지보수 등 기존 시스템과 워크플로우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AI의 협업 체계인 '하이브리드 인력'에 대해 오 지사장은 "하이브리드 인력의 본질은 사람과 AI가 서로를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라며 "AI는 반복적인 데이터 검색과 분석, 예측과 최적화를 지원하고, 사람은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에이전틱 AI 생산성 혁신과 피지컬 AI 실증 체계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와 결합된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실질적인 생산성 가치에 대해 오 지사장은 정보 탐색과 반복 분석 시간 단축을 꼽았다. 생산 라인 이상 징후 감지 시 에이전트가 센서, 과거 유지보수 이력, 생산 계획, 품질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조치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대응 속도를 높이고 전문가 개인에게 의존하던 암묵지를 전사 자산화한다. 피지컬 AI(Physical AI) 자산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 규격으로는 자산관리쉘(AAS)을 제시했다.

피지컬 AI와 산업용 메타버스의 결합을 통한 사전 오류 검증 메커니즘도 공개됐다. 오 지사장은 "지멘스가 바라보는 피지컬 AI는 디지털 세계에서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적 세계의 조건을 이해하고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라며 "제조 현장에서는 설비의 움직임, 로봇의 작업 범위, 작업자의 이동, 공간, 안전 등 현실 세계의 제약 조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 컴포저(Digital Twin Composer)'와 엔비디아(NVIDIA) 옴니버스(Omniverse) 연동에 대해 오 지사장은 "공장과 설비, 로봇, 작업자의 움직임을 가상 환경에 재현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라며 "디지털 트윈의 진정한 가치는 현실에서 실패하기 전에 가상 세계에서 먼저 실패하고, 문제를 수정한 뒤 다시 검증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실물 설비 구축 전 잠재 리스크를 최대 90%까지 사전 차단한다.

빅테크 파트너십 내 차별화 역량에 대해 오 지사장은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앤트로픽(Anthropic),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과 협력해 이들의 기술이 실제 산업 데이터와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개방형 생태계 '지멘스 엑셀러레이터(Siemens Xcelerator)'를 기반으로 고객 종속을 탈피한다고 강조했다.

◆ 조선업 일관화 플랫폼 구축 및 전주기 폐루프 품질 관리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선박 설계·생산 일관화 통합 플랫폼' 우선 협력사 선정과 관련해 오 지사장은 조선업의 공정 간 단절 해소 방안을 설명했다.

오 지사장은 "선박이 점점 복잡해지는 만큼 요구사항과 설계 변경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설계부터 생산, 시운전, 운영에 이르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모델 기반 엔지니어링은 문서와 도면 중심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과 기능, 요구사항, 설계 결과를 모델을 통해 연결한다"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2028년 상용 운항 선박 적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품질 부문에서는 가트너 QMS 부문 리더로 선정된 '팀센터 X 퀄리티(Teamcenter X Quality)'와 '옵센터 X 퀄리티(Opcenter X Quality)'를 기반으로 설계(PLM), 제조(MES), 운영(IIoT)을 단일 루프로 연결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관리 체계를 제시했다. 설계 요구사항과 현장 편차 데이터를 실시간 연계해 리콜 위험을 낮추고 규제 추적성을 확보한다.

한국의 2030년 생산가능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 지사장은 숙련공 노하우 디지털화와 신규 인력 가상 교육을 제안하며 최고경영진(CEO)을 위한 전환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오 지사장은 기업이 AI 모델을 도입할 때 단순히 모델 자체의 스펙이나 최신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매몰되지 말고, 현업 비즈니스가 겪고 있는 명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여러 시스템에 파편화된 설비 사양, 공정 조건, 작업 이력 등 현장 데이터를 디지털 스레드로 통합해 산업적 맥락을 확보하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공정을 한 번에 자동화하기보다 품질 검사나 설비 예지 정비 등 효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핵심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실증해 빠른 성과를 확보하고 이를 전사로 확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경영진과 비즈니스 부서, 생산 현장, IT 부서가 함께 긴밀히 협력해 기술 도입을 넘어선 조직 전반의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지사장은 "앞으로 제조업은 사람과 AI, 소프트웨어와 설비가 더욱 긴밀하게 협업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국 제조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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