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는 '미·중 정상'...냉전의 적에서 세계 질서의 핵심 경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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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이번 회담은 올해 들어 두 정상의 두 번째 정상급 만남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 갈등을 안정적인 관리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심사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외교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외교사로 꼽힌다.
미·중 정상외교의 역사적인 출발점은 197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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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주요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기자말>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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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 ⓒ UPI=연합뉴스 |
특히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상징성이 크다. 시 주석이 백악관을 찾는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미국 도착 과정에서 직접 영접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을 공항에서 직접 맞이하는 이례적인 일정은 이번 정상회담에 양국이 부여하는 외교적 비중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경제·통상 당국은 협상 테이블에 먼저 앉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뉴욕에서 만나 관세와 희토류, AI 등 주요 현안을 조율했다. 정상 간 담판에 앞서 실무 차원에서 이견을 좁히려는 사전 조율 성격이 강하다.
냉전의 적→세계 질서의 핵심 경쟁자
미국과 중국의 정상외교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외교사로 꼽힌다. 냉전시대 적대 관계에서 출발한 양국은 1970년대 전략적 접근을 통해 관계 정상화의 길을 열었고, 이후 경제·무역·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과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최근에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미·중 정상외교의 역사적인 출발점은 1972년이다.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과 회담했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본토 방문은 처음이었다. 양국은 정상회담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의 협상을 거쳐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이는 장기간 이어진 양국의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당시 미·중 접근에는 냉전이라는 국제정세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소련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고, 중국 역시 소련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결국 미·중 접근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전략적 선택이었다.
관계 정상화는 1979년 공식적으로 완성됐다. 지미 카터 행정부와 중국 정부는 1979년 1월 1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같은 해 3월 양국은 대사관을 개설했다. 미국은 중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도 대만과의 비공식적인 관계는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교 이후 양국 관계의 중심축은 안보에서 경제로 빠르게 이동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확대됐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도 크게 늘었다. 동시에 과학기술·교육·문화 등 민간 분야의 교류도 확대됐다. 미국 국무부 역사자료에서도 당시 관계 정상화가 경제·통상 관계 확대와 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정상 간 회담이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핵심 외교 채널로 자리 잡았다. 경제협력 확대와 함께 대만 문제, 인권, 무역 불균형, 핵·안보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미·중 정상회담의 성격도 달라졌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주요 강국으로 부상했고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경제성장과 금융위기, 기후변화, 북한 핵 문제 등 국제 현안을 놓고 협력과 갈등을 반복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에는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에는 양국 간 전략적 경쟁의 성격이 더욱 뚜렷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는 또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무역전쟁은 관세와 수출통제,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됐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핵심 광물, 공급망 등이 새로운 갈등의 핵심 분야로 등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경쟁 구도는 이어졌다. 다만 정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고 갈등을 관리하려는 외교도 병행됐다. 2023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소통 채널 복원 등 양국 관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2025년에도 미·중 정상 간 협상은 무역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미국 백악관은 2025년 11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희토류와 농산물, 반도체, 관세 및 비관세 조치 등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2026년에는 정상외교의 무대가 다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했고, 양측은 무역과 투자, 핵심 광물, 농산물, 항공기 등 경제 현안을 비롯해 국제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은 양국이 전략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데 합의했고, 시 주석의 미국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타협'보다 '충돌 관리'…한국에도 직접적 영향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는 단순히 두 정상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국제무역과 금융시장, 공급망, 첨단기술, 에너지, 안보 등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상회담의 특징은 양국이 모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충돌의 범위를 관리하고 협상 가능한 분야를 찾아가는 데 있다. 무역과 관세에서는 경쟁이 지속되는 동시에 핵심 광물과 농산물 등 서로 필요한 분야에서는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대만 문제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과 1979년 수교 과정에서도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핵심 쟁점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한반도 문제 역시 미·중 정상외교와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대북제재, 북·중 관계, 한미동맹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한국 외교와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 측면에서도 한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동시에 미국과도 긴밀한 경제·안보 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 간 관세와 수출통제, 반도체·배터리·핵심 광물 등의 공급망 정책이 바뀔 경우 한국 기업의 수출과 생산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이 경쟁을 끝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최고위급 협상 채널이라는 의미가 크다. 1972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소련이라는 공동의 전략적 위협을 배경으로 관계 개선에 나섰다면, 오늘날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핵심 경쟁자로 바라보면서도 경제와 국제안보에서 완전한 단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50여 년 전 세계질서를 바꾸기 위해 시작된 미·중 정상외교가 이제는 세계질서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외교 채널로 자리 잡은 셈이다. 앞으로 정상회담의 성패 역시 양국의 경쟁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는, 경쟁 속에서 갈등을 어느 수준까지 관리하고 협력 가능한 영역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경식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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