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수사냐”…검찰개혁 강경파 제동 건 김남희 [스팟인터뷰]

권유진, 손성배 2026. 9. 21.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무슨 말씀이세요? 이게 무슨 수사예요?”

지난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가 면담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물을 예외적인 경우에도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단이었다. 김 의원이 해당 조항 삭제를 주장하자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증거능력을 부여하면 수사가 되기 때문에 검찰에 수사 인력을 다시 둬야 한다”고 맞섰다. 설전 끝에 일부 의원이 퇴장하는 등 소위는 파행했지만 이튿날 김 의원의 주장을 반영해 검사 면담 영상도 예외적으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수정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남희 의원은 그동안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범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을 낳을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가만히 있었다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뻔했다”며 “검찰 개혁에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국민 안전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Q : 해당 조항에 반대한 이유는.
A :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진술이 바뀔 수 있다. 어렵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했다가도 이후 부인하는 경우가 있어 당시 확보한 영상이 중요하다. 더구나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돼 다시는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다면 더욱 그렇다. 자주 활용되는 조항은 아니지만,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를 위한 장치다.”

Q : 보완수사권 논쟁에 이어 또다시 당내 검찰 개혁 강경파 의원들과 부딪혔다.
A :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성폭력 사건을 많이 다룬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합리적인 문제 제기다. 같이 논의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검찰 개혁을 이유로 이런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 당황스러웠다. 이런 문제에서조차 취약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정치인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세게 이야기했다.”
당시 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박 의원은 “김 의원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며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검사가 면담을 통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파악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해 상급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도록 할 수 있다”며 “반드시 검사만 영상녹화를 해야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본지에 “형사소송법상 다른 제도로도 피해자를 충실히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해 소위에서 의견을 낸 것”이라며 “법안 취지에는 충분히 동감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도 모두 찬성했다”고 말했다.

Q : 소위가 파행한 뒤 법안은 어떻게 합의됐나.
A : “SNS에 문제를 알리고 같은 당 의원들에게도 공유했다. 이후 (김민석) 대표가 관련 내용을 다시 보고하라고 했고, 이후 당내 논의를 거쳐 해당 조항을 수정할 수 있었다.”

Q : 이번 충돌도 결국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의 연장선 아닌가. 지난 7월 표결 때는 결국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7대 범죄 전건송치를 찬성의 명분으로 삼아 타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A : “원래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견이 전부 반영되지는 못했고,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의 전건송치를 끌어내는 선에서 협의가 이뤄졌다. 내가 참여해 만든 협의의 결과물인 만큼 법안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회의. 연합뉴스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다음 달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수사의 품질과 통제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Q : 경찰이 수사의 최종 책임을 맡게 되면서 수사 역량과 통제 장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상하는 경찰개혁 방안은.
A : “핵심은 경찰이 수사를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개별 수사관에게 사건을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내부 리뷰와 팀 단위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 중요한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과 공소청이 협력하도록 하고, 이런 절차를 수사준칙에 구체적으로 담아 사후평가까지 이어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Q : 그중에서도 경찰 수사의 품질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은.
A : “수사경찰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별도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수사 업무의 책임과 부담은 큰데 승진이나 보상에는 유리하지 않아 기피 부서가 됐다.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교육·승진 체계를 나누고, 수사 경험이 승진과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손성배·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