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시안게임에 히데요시가 나왔을까…日에선 사극·서적·전시 등 도요토미 풍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환영 인사?
지난 15일 일본 나고야 긴조항.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으로 쓰이는 대형 크루즈선의 접안 기념행사 무대에 전국시대 인물들이 등장했다. 논란이 일었던 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와 함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로 분장한 인물까지 무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셋은 모두 아이치현 일대에서 태어나 ‘나고야 삼걸’로 불린다. 개최지의 역사를 내세운 공연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가 선수들을 환영하는 무대에 섰다는 점이 반발을 불렀다.
대한체육회는 이튿날 유승민 회장 명의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각국 선수들이 머무는 선박을 맞이하는 행사에서 지역의 자부심과 이웃 나라의 전쟁 기억이 충돌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 국내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올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중심에는 올해 1월 방송을 시작한 NHK 대하드라마 ‘도요토미 형제!’가 있다. 주인공은 히데요시의 동생 도요토미 히데나가(豊臣秀長)다. 가난한 농가에서 출발한 도요토미 형제가 전국시대의 전란을 헤치고 권력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과정을 동생의 시선으로 그린다.

도요토미 형제를 연기하는 이케마쓰 소스케(池松壮亮)와 나카노 다이가(仲野太賀) 외에도 오구리 슌(小栗旬), 스다 마사키(菅田将暉), 미야자키 아오이(宮﨑あおい), 하마베 미나미(浜辺美波), 요시오카 리호(吉岡里帆) 등 한국에도 팬층이 두터운 일본의 최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캐스팅부터 큰 화제가 됐다.
전국 시대 자체가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은 시대인데다가 캐스팅도 화려하다보니 ‘도요토미’ 바람은 브라운관을 넘어 곳곳으로 번졌다.
서점에서도 히데요시와 히데나가의 생애, 전국시대를 다룬 책들을 모아 홍보하고 있다. 익숙한 히데요시의 성공담을 동생과 주변 인물의 역할을 통해 다시 읽는 방식이다.

박물관에서도 형제를 만날 수 있다. 에도도쿄박물관은 지난 15일부터 11월 8일까지 ‘NHK 대하드라마 특별전 도요토미 형제!’를 연다. 히데나가의 인물됨과 형의 일본 통일을 뒷받침한 공적을 역사 자료로 살피는 전시다. 앞서 7월 도쿄 고쿠가쿠인(國學院) 대학 박물관은 ‘히데요시 형제와 그 시대’ 전시를 마련해 형제 뿐 아니라 일족의 활동을 조명했다.
도요토미 형제의 고향 나고야는 이 관심을 관광으로 연결하고 있다. 나카무라공원의 ‘도요토미 뮤지엄’에는 드라마 의상·소품을 소개하는 대하드라마관과 지역 역사·문화 전시, 특산품 판매 공간이 마련됐다. 배우 초청 행사도 열어 시청자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침략자로 기억되는 인물이지만, 일본에서는 낮은 신분을 딛고 최고 권력자에 오른 성공담의 주인공으로 거듭 조명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를 다룬 AFP 통신은 “히데요시의 침략은 한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한국은 1910~1945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이러한 역사 문제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민감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최국과 참가국 간에 일치하지 않는 역사적 기억은 종종 스포츠행사에서 갈등으로 표출되곤 했다. 2021년엔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촌의 ‘이순신 현수막’이 논란이 됐다. 일본 일부 단체들이 반발하자, IOC는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규정을 근거로 철거를 요구했다. 한국 선수단은 결국 철거했다.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1996 준결승에서는 영국 데일리미러가 잉글랜드 대 독일전을 앞두고 잉글랜드 선수들을 제2차 세계대전 군인처럼 합성한 사진과 함께 “주목! 항복하라!”라는 제목을 실어 논란이 됐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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