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수조사 꼭 필요한데, 왜 위기에 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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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쓰여 있는데, 온갖 방식으로 위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농지 전수조사를 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대해서는 강제 매각하도록 만들어, 실제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청년농이나 귀농귀촌인, 실수요자에게 농지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유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을 '비농민 농지 적발과 강제매각'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한 소유권 조사가 아니라 식량·환경·지역사회·경제라는 네 가지 가치를 함께 파악하는 국가적 조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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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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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규모로 전수조사를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사서 방치한 농지에는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
| ⓒ 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쓰여 있는데, 온갖 방식으로 위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농지 전수조사를 해서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대해서는 강제 매각하도록 만들어, 실제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청년농이나 귀농귀촌인, 실수요자에게 농지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유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취지는 분명하다.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되살려 농지 투기를 막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원론적 지시다. 문제는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농촌 현실과 농지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비농민 농지소유=투기'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접근하면 정책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농지 전수조사는 필요, 그러나 목적부터 다시 세워야
농지는 농업생산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누가 소유하고 누가 이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농정의 출발점이다. 농지 전수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가는 곳마다 농지 전수조사를 강조했다. 당시에는 정부 관계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무 권한도 없는 위원장이 왜 그런 일에 나서느냐는 반응까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농지 전수조사가 현실화한 것은 농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왜 전수조사를 하는가?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 투기를 적발해 강제 매각하기 위해서인가?
1949년 농지개혁 당시에도 농지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당시의 농지개혁은 가난한 소작농을 지주의 착취에서 해방하고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역사적 조치였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 현실은 당시와 전혀 다르다.
오늘날 농지를 빌려주는 사람 가운데는 영세 고령농이 많고, 농지를 빌리는 임차농 가운데는 상당한 규모의 농업경영을 하는 농민도 있다. 이를 과거와 같은 지주와 소작농의 착취관계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경우도 많다.
농지 문제를 곧바로 농지 투기 문제로 보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투기 대상이 되는 농지는 대도시 주변이나 개발 예정지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의 농지는 평당 수십만~수백만 원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농촌지역 농지는 투기는커녕 농업용으로도 외면받고 있다.
농지의 현실은 투기와 방치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구조다. 이를 하나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비농민 농지소유를 강제매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 농지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농지의 절반 이상이 비농민 소유라는 현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비농민의 농지를 모두 강제로 매각시키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투기 목적도 있지만 상속과 이농에 따른 보유가 훨씬 많다. 현재 농업 경영주 가운데 70세 이상이 52.1%에 이르고, 이들이 소유한 농지가 전체 농지의 절반을 넘는다. 앞으로 고령화와 상속, 이농이 계속되면 비농민 농지소유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법제연구원도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15년 뒤에는 전체 농지의 85%가 비농민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농민 농지를 모두 강제 매각해 농민에게 넘기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농지를 팔라는 명령을 받아도 그 땅을 살 농민이 충분하지 않다. 농민에게는 농지를 살 자금이 부족하다.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적으면 농지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지가 유일한 자산인 농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평당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못 잡으면서 평당 10만 원도 안 되는 농민의 땅값은 떨어뜨리느냐"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가볍게 들을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농지의 담보가치다. 농촌지역 농지의 상당 부분은 농협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농지 가격이 떨어지면 농민의 자산가치뿐 아니라 농협의 담보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정책의 부작용은 이미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제매각을 피하기 위해 지주가 임차농지를 회수하는 일이 생기면 임차농이 직접 피해를 입는다. 농민의 60~70%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현실에서 임차농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차지를 회수한 지주가 실제 경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꼼수 자작'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농지전용을 통한 회피 수단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금의 농지 전수조사가 자칫하면 경자유전의 확립은커녕 농지가격 하락, 임차농 피해, 형식적 자경, 농지 훼손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농지 전수조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목적과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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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농지는 단순한 토지가 아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수단이며 식량주권과 식량 자급의 토대다. 동시에 수자원 함양, 홍수 조절, 대기 정화, 경관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등 시장가격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이상기온 등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시대에는 농지의 가치가 더 커진다. 농지는 농민의 삶의 터전이고 경제적 자산이며, 지역공동체와 전통문화를 지탱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한 소유권 조사가 아니라 식량·환경·지역사회·경제라는 네 가지 가치를 함께 파악하는 국가적 조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은 지키되 방법은 유연해야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농업경제학자인 아더 영은 "소유는 모래를 황금으로 만든다"고 했다. 농지는 농민이 소유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된다.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규정한 이유다. 따라서 비농민 소유 농지를 농민 소유로 전환할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강제매각 일변도의 접근은 곤란하다. 고령이나 질병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 상속받았지만 당장 경작하거나 처분하기 어려운 농지, 이웃이나 친척에게 맡겨 경작해 온 농지 등 비농민 소유에는 다양한 사정이 있다. 이러한 농지는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매각을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농지은행이나 영농 조직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농지가 소재한 시군구에 거주하면서 8년 이상 자경하면 최대 2억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농지 투기와 편법·가짜 자경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농지 기금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농지를 구입하려는 농민에게 장기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국가가 비농민의 농지를 매입해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농지임대차를 합법화하고 임차농을 보호해야 한다. 현재 농지임대차의 상당 부분은 정식 계약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임차농은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농지 직불금을 지주가 가져가는 부당한 사례도 발생한다.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임대차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임차농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상가 임대차처럼 일정 기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지주도 합법적으로 안심하고 임대할 수 있고, 임차권을 보장하는 가운데 지주는 경작 농민에게 자유롭게 토지를 매각할 수 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작 금지가 처음 헌법에 들어간 것은 1962년 개정 헌법으로 1949년 농지개혁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같은 소작제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조항은 시대에 맞게 삭제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현행 헌법 제121조 제2항을 유연하게 적용해 실질적으로 농지임대차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할 수 있다.
셋째, 농지전용을 막고 농지를 국가적 자산으로 보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지는 너무 쉽게 전용되고 훼손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농지는 전체 농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는 전용과 개발의 압력을 더 크게 받는다.
농업진흥지역 농지조차 산업단지, 주택지, 도로·철도 등 공공사업을 이유로 계속 전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른 농지전용도 늘고 있다.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용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보존 농지의 비율을 최소 80% 이상으로 높이고 농지전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농업 조건이 비슷한 일본은 농지 가운데 농용지가 89.6%를 차지한다.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보존 농지의 비율을 최소한 80% 이상으로 높이고 전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농지를 보존하고 농업진흥지역을 확대하는 대신 실제 경작 농민에게는 농지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농지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우리 농지는 농지개혁 이후 영세 분산 토지 소유 구조가 형성되었다. 농업기계화가 전면화된 오늘날에는 이것이 농업경영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작은 농가가 고가의 농기계를 보유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대규모 농가 역시 농지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기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이른바 '기계화 빈곤'이 발생하는 이유다. 농지를 집적하고 규모화해야 한다. 농업 직불금을 활용한 농업생산 조직화를 통해 노동력과 농기계를 공동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필지별 농작물과 농법을 파악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는 소유자만 파악하는 조사여서는 안 된다. 각 필지에서 어떤 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는지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 자료는 농산물 수급 관리의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파악하면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으로 인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전수조사로 기초 자료를 구축한 뒤에는 드론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매년 농작물 재배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해서도 필지별 농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농지 전수조사를 명실상부한 '전체 농지 조사'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농지대장상 우리나라 농지 면적은 약 195만 ha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1996년 농지법 제정 이후 30년 동안 소유권이 변동된 농지 136만 ha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당한 농지가 조사에서 빠지게 된다.
조사 방식도 바꿔야 한다. 서류와 위성·디지털 조사로 전체 농지를 파악하고 위반 의심 농지만 현장 조사하는 방식으로는 농지의 실제 이용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농지 전수조사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전체 농지를 필지별로 직접 확인하는 조사로 확대해야 한다.
일곱째, 농지 전수조사를 넘어 토지 전수조사로 나아가야 한다. 부동산 투기는 농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대지, 임야, 공장용지, 도로 등 모든 토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농지 전수조사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토지 소유 및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토지 전수조사로 확대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와 토지 이용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농지만 따로 떼어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자유전이라는 좁은 틀에 가두지 말자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 투기를 가려내고 강제매각으로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비농민의 농지소유가 투기 때문인지 상속과 이농 등 다른 사정 때문인지 일률적으로 가려내기도 어렵고, 강제매각은 농지 가격과 임차농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자유전의 원칙을 현실에 맞게 실현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작 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금융과 제도를 지원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농지임대차는 합법화해 임차농을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농지전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농지를 식량 생산을 넘어 환경·생태·지역공동체의 가치를 지닌 국가적 자산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히 '농사짓지 않는 땅'을 찾아내는 행정조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가를 넘어, 누가 농지를 이용하고 있는가,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농지를 왜 보존해야 하는가를 묻는 국가적 조사여야 한다.
이번 농지 전수조사를 경자유전이라는 좁은 틀에 가두지 말자. 농지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농정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전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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