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손으로 끝난 한·미 외교회담, 역지사지하는 게 동맹이다
7개월 만에 이뤄진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빈손으로 종료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호르무즈 파병 등 주요 한·미 쟁점 현안에 대해 밝힌 입장을 보면 예견된 일이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미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을 거듭 강조했다. 파병 요구엔 “전쟁에 관여·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장관이 만났지만 합의 도출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한·미 간 협상 추이를 보면 과연 동맹 간 협상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은 투자와 파병 요구에 선선히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의 안보 역량 강화에 기여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농축 및 재처리 허용을 위한 후속 협의에 사실상 태업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연합훈련 축소를 일방 통보하기도 했다. 한국은 다른 동맹국이 일찌감치 끝낸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해 ‘너무 느린 협상자’란 불만을 사고 있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도 미국 압박과 여론 사이에서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전쟁·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명언한 것은 협상 공간을 좁히고 전략적 모호성의 여지를 없앤 측면이 있다. 청해부대 파견 등 해협 호위에 기여하는 방안이 검토되지만 미사일·드론이 날아다니는 현장 상황은 전투와 비전투 간의 경계가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한·미 간 상황과 대조적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2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틀 후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국익을 침해하는 합의가 없도록 사전 조율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유엔총회에 갈 예정이지만 아직 정상회담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통상·안보 공동 팩트시트는 ‘상호 윈윈’의 취지로 도출된 합의였다. 양국은 동맹의 미래를 내다보는 긴 안목과 역지사지의 자세로 합의 실천을 위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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