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상의 시시각각] ‘변방 출신 대통령’이 증명해야 할 것

이현상 2026. 9.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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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통령은 아웃사이더 출신 정치인이다. 스스로 인정한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변방의 비주류였던 저를 지금의 이 자리, 국가 최고 책임자로 불러주신 것은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인간 승리의 서사를 품은 수식어 ‘변방 출신’은 이 대통령에게 콤플렉스가 아니라 자부심이다.

그러나 변방의 비주류는 고단하다. 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주류로선 실감하기 어려운 압박이다.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 2016년 박근혜 탄핵을 일찌감치 주장한 것 등은 그에겐 승부수였다. ‘쇼’ ‘과격’ 같은 비판도 따랐지만, 이런 증명을 거듭하며 변방에서 중앙정치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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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견에도 공소취소 의구심 여전
대통령이 더 명확하게 입장 밝혀
권력의 품격과 의연함 보여줘야
」

대통령이 됐지만, 당내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뿌리가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친문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친노 세력과 경쟁하던 정동영의 외곽 지지조직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를 맡았고,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맞섰다. 적통(嫡統)을 자처하는 당내 강경파들의 심리 기저에는 이 대통령 노선에 대한 의구심이 똬리를 트고 있다. “증축하는 줄 알았더니 재건축하려 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친윤 및 반(反)검찰개혁 시비가 붙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추미애 경기지사가 “왜 내란 세력에 전전긍긍하나”라고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좌우 양쪽에서 동시에 제기된다. 양방향의 불신은 같은 곳에서 만난다. 사법 리스크다. 보수 세력은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권력을 오용한다고 의심하고 있고, 민주당 강경파들은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 문제가 개혁의 동력을 훼손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어준 방송에서 제기된 ‘공소취소-보완수사권 거래설’이 단적인 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심을 씻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고, 민주당에서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공소취소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강경파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우리 안의 차이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과의 거리보다 더 멀 수는 없다”며 지지층을 향해 호소했다.

그러나 의구심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작 기소 특검법 자체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소취소를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사퇴했지만, 공소취소 포기라고 보기엔 의심쩍다. 추가 의혹을 담은 옛 보좌진의 탄원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다. 의심을 극복하는 출발점은 대통령 스스로 사적 동기를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다. 자신의 재판 문제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을 증명할 방법을 실용주의에 기반한 국정 성과에서 찾았다. 주가 상승과 부동산 안정을 목표로 내걸었다. 외교와 안보에서는 유연한 노선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자신감도 넘쳤다. 그러나 시장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주가는 크게 흔들렸고, 집값과 전셋값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예측불가 변수로 가득한 대내외 환경에서 국정 성과를 통한 존재 증명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더 중요한 증명이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품격이다. 개인적 이해를 넘어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의연함이다. 인간의 품격은 자신에게 불리한 순간에 드러난다. 추위가 닥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아웃사이더 정치인 시절에는 과감한 승부수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변방의 비주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다.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권력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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