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부산으로 옮겨간 ‘미분양 무덤’… 광주·제주도 고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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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택 미분양 지형도가 격변하고 있다. 4년 전 고위험군이던 대구·인천·대전 대신 부산·광주·제주가 새 고위험군으로 올라섰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는 젊은층 유출에 따라 절대적인 수요층이 감소했다. 그 수요층마저 신축에 쏠렸기 때문에 구축 주택을 사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구축을 팔아 미분양될 신축으로 갈아타는 연쇄거래 자체가 막혔다"고 분석했다.
인천과 대전 역시 미분양이 줄어들면서 위험도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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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위험도 최고… 지역별 편차 커
광주, 전체 80%가 잠재위험 지역
대구는 미분양 물량 대폭 줄어
위험지역 가르는 건 일자리와 수요

전국 주택 미분양 지형도가 격변하고 있다. 4년 전 고위험군이던 대구·인천·대전 대신 부산·광주·제주가 새 고위험군으로 올라섰다. 과거의 공급 주기에 따라 위험 지역도 이동하는 양상이다.
NICE신용평가가 지난 16일 발행한 ‘미(未)의 늪에 빠진 건설업' 보고서에서 서울 제외 204개 시·군·구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22년 말 미분양 고위험군이던 대구와 인천, 대전은 올 6월 기준 모두 중위험군으로 위험도가 낮아졌다. 반면 당시 중위험군이던 부산·제주와 저위험군이던 광주가 새로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정부와 KB부동산, 부동산114 자료를 근거로 미분양 증가와 준공후 미분양 비중, 향후 1년 입주물량, 아파트값 하락, 인구 순유출 등 5개 항목을 분석해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 중 4~5개가 해당하면 ‘위험’, 2~3개가 해당하면 ‘잠재위험’으로 분류했다.
‘몰린 데만 몰립니데이’ 부산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 곳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다. NICE는 부산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위험과 잠재위험 그룹 합산 비중이 80%를 상회하고 있어 가장 높은 수준 위험도”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특징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미분양 양상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국민일보가 2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부산 동구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7월 210가구에서 지난 7월 545가구로 1년 사이 159.5% 급증했다. 이 물량이 모두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이다. 해당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은 1.4% 하락했고 인구 역시 3년간 3.2%가 순유출됐다. 부산 사상구도 같은 기간 미분양이 443가구에서 1243가구로 180.6% 늘었고 가격은 1.9%가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6월 부산 사상구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가 2개월만에 해제한바 있다.
이에 반에 부산 연제구는 7월 기준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0가구’다. 인구도 최근 3년간 1만102명이 순유입되며 4.8%가 늘었다. 부산 동래구는 미분양 자체는 늘었지만 준공후 미분양 비중이 9.9%에 그쳤고 아파트값은 4.0% 상승했다. 앞선 지역들과는 판이한 분위기다.
‘만성 환자’ 광주, ‘투자 증발’ 제주
부산과 달리 광주는 도시 전반에 위기가 깔렸다. NICE에 따르면 광주는 도시 전체의 80%가 잠재위험 지역이다. 전체 미분양 물량은 2022년 말 291가구에서 지난 6월 기준 1245가구로 대폭 늘었다.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광주의 준공후 미분양 비중은 서구(98.6%) 북구(96.4%) 남구(59.3%) 광산구(37.2%) 순으로 높았다. 지은 뒤 팔리지 않은 물량이 그만큼 많다.
이는 단순 공급과잉보다 지역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해진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는 젊은층 유출에 따라 절대적인 수요층이 감소했다. 그 수요층마저 신축에 쏠렸기 때문에 구축 주택을 사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구축을 팔아 미분양될 신축으로 갈아타는 연쇄거래 자체가 막혔다”고 분석했다.
제주는 광주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7월 기준 제주시 미분양 2299가구 중 1367가구(59.5%), 서귀포시 1004가구 중 997가구(99.3%)가 준공후 미분양으로 분류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아파트 가격지수도 1년 전보다 각각 2.0%, 2.7% 하락했다. 미분양 증가·준공후 미분양·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분양 증가 사유는 좀 다르다. 황 위원은 “제주는 실수요 위주 아파트가 아니라 타운하우스(단독주택 여러 채가 정원·도로 등 시설을 공유한 형태) 같이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공급이라 미분양 특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를 고려해 공급한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면서 준공후 미분양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미분양 해소’로 끝이 아니다
이들과 달리 2022년 말 기준 고위험군이던 대구·인천·대전은 중위험군으로 하향됐다. 대표적인 변화 사례로는 ‘미분양의 무덤’ 대구가 꼽힌다. NICE는 대구 미분양이 2023년 초 약 1만4000가구에서 지난 6월 기준 4383가구로 줄어 든 점에 주목했다. 인천과 대전 역시 미분양이 줄어들면서 위험도가 낮아졌다.
해당 지역에서 미분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단기간 내 입주예정 물량이 감소한 게 미분양 감소 원인이기 때문이다. 분양과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 사이클 속에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황 위원은 “신규 공급이 없으니 미분양은 자연스레 줄었지만, 대신 남은 미분양이 준공후 미분양으로 바뀌고 있다”며 “미분양만 관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수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요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는 ‘지역 일자리’를 꼽았다. 일자리가 있어야 결국 부동산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황 위원은 “다음 위험지역을 가르는 건 단순 공급량보다 지역 일자리와 실수요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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