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탄원서’ 靑 전달된 그때, 李 회견문에 ‘반성’ 더 담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진퇴에 대한 여권 내부의 관측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사수에서 낙마로 급격히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 기자회견 톤을 보고 김 후보자가 장관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견 모두발언에서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등 ‘부족’이라는 단어를 13차례나 썼던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들, 그리고 역량과 또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회견 시작이 30분 미뤄진 것도 이 대통령이 직접 발언 내용을 수정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고심도 행간에 담으려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8시간에 걸친 본인 수정 과정에서 모두발언은 7분 정도였던 초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나 20분 분량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반성’에 더 무게가 실렸다. 질의응답 때 밝히려던 ‘연임 개헌’ 문제도 모두발언에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 후보자도 19일 사퇴 회견에서 “어제 이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작은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 그는 “대통령님께 누가 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의중과 여권의 기류 변화는 길게 봐도 하루 이내에 일어났다. 민주당은 대통령 기자회견 시작 시간(18일 오전 10시30분)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17일 오후 12시20분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김 후보자의 술자리 성추행 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시점은 청문보고서 채택 전후였다고 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0일 취재진에게 “국민이 ‘김승원 아웃’을 판단하는 사건이 계속 쌓여나가고 결국 낙타를 쓰러뜨릴 마지막 봇짐(성추행 논란)이 나온 것”이라며 “아무리 이 대통령이지만 이래선 망하겠다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은 탄원서와 낙마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9일 탄원서 관련 보도에 “인사 관련 사안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반응했고 김 후보자 측은 “탄원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및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출신 여권 인사는 “성추문 의혹이 결정적 낙마 요인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반성의 진정성을 담기 위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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