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채용' 지원한 40대... 대한민국의 씁쓸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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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N수 시대'라고들 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취업 N수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두 가지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됐고요.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려는 이른바 '생신입'들이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취업 N수고,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는 경우도 저희는 취업 N수로 봤어요. 저희가 이번 방송에서 특히 주목하려 했던 건 후자인데요. 그중에서도 경력을 지우고 신입으로 입사하려는, 이른바 '중고 신입' 얘기였어요. 많게는 40대까지도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는 풍경이, 예전엔 없던 현상이긴 한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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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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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지난 11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N수 사회' 2부작 중 2부인 '취업 N수-하닉고시와 중고신입' 편이 방송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SK하이닉스 취업을 준비하는 고진아(가명)씨의 이야기로 문을 연 이날 방송은, 취업 N수생들이 겪는 깊은 고충을 조명하고 우리 사회가 마주한 'N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냈다. 과연 어떤 취재 비하인드가 숨겨져 있는지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미래 PD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N수 사회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끌어간 2부작 방송이었는데, 대입과 취업 모두 N수의 굴레에 갇혀버린 지금의 현실을 잘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취업 N수생 출신이다 보니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상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 취업 N수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N수 사회 2부작으로, 1부는 대입 N수, 2부는 취업 N수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 삼수, N수를 거듭하는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지요. 그렇게 고생해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끝이 아니에요. 예전처럼 좋은 학교가 좋은 직장을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되면서,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경쟁에 또다시 내몰리게 되는 거죠. 같은 'N수 현상'이라고 묶기엔 두 가지가 조금씩 다른 측면이 있지만, 청년들이 삶의 한 단계에 오래 머무르면서 결과적으로 사회 진출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같은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취재하면서 생각이 바뀌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요?
"취업 준비생, N수생들이 마냥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만 생각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꿈을 위해 도전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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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SK 하이닉스 채용 설명회는 이번에 신청받아 선정된 사람들에게만 참석 기회를 줬어요. 고진아씨가 마침 선정돼 채용 설명회에 가시는 분이라는 점이 '하닉고시' 이야기의 서막을 열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채용 설명회조차 사람이 몰려서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는 게, 예전엔 쉽게 볼 수 없었던 '하닉고시'의 진풍경 같다고 생각했어요.
또 고진아씨는 실제 SK 하이닉스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하시는 분이에요. SK 하이닉스가 이렇게까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이 된 데는 억대의 성과급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정작 협력업체 직원들은 그 논의에서 소외돼 있다 보니 오히려 SK 하이닉스 입사를 향한 열정이 더 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 하닉고시란 말이 생겼을 정도로 입사 지원자가 늘어났다는데 왜일까요? 삼성전자도 성과급 주는 걸로 알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삼성은 예전부터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유명했죠. 사기업 입사 시험에 '고시'라는 말이 붙은 것도 '삼성 고시'가 먼저고요. 반면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떠오르는 스타에 가깝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SK그룹 자체는 이미 유명한 대기업이고,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가장 선호되는 기업 중 하나였다고 해요. 여기에 SK하이닉스 성과급을 이슈로 다루는 언론의 영향도 없지 않을 거고요."
- 과거에도 취업 준비생들은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으니, N수는 새로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방송한 건 '이직 N수'란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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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경력직 뽑습니다. 그런데 경력직의 경우 모집 분야나 직무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 그 규모가 신규 채용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죠. 그래서 다들 신입도 넣고, 경력이 있는 사람은 경력직도 넣고 하는 거 같아요."
- 반도체공학과가 있는 거 같은데 하이닉스와 연계돼 있잖아요. 반도체 취업률이 높을까요?
"모든 대학의 반도체공학과가 SK하이닉스와 계약된 것은 아니에요. 현재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의 경우가 그렇죠.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2023년부터 신입생이 들어왔기 때문에 아직 1기 졸업생이 배출되기 전이라, 취업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 반도체 관련 학원도 있나요?
"방송에서 보신 것처럼 많이 있더라고요. 저는 반도체 업계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제게도 많은 SNS 광고가 뜨는 걸 보면 취업 사교육 시장도 제법 큰 듯합니다."
- 반도체로 인해 이공계로 가려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의대 열풍보다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와요.
"의대 열풍도 반도체 열풍도 자기 적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산업이 소위 잘나간다고 해서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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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저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이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중고 신입은 경력을 지우고 신입 채용에 지원한 사람을 말해요. 신입 이긴 신입인데, 경력이 있는 신입인 거죠. 반면 경력직은 그 경력을 살려서 입사한 경우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가 커지니 이직하려는 걸까요?
"연봉뿐만 아니라 복지 혜택 등 많은 차이가 있죠.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께서 지적해 주셨듯,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양 노동 시장 간의 격차가 너무 크고요. 실제로 인터뷰이들도 대기업에 가고 싶은 이유로 단순 연봉이 아니라 주거비 지원, 식사 지원 등의 복지 혜택들을 강조했어요."
- N수 사회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사실 N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안 하겠죠. 좋은 일자리의 절대적인 수가 너무 적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와의 격차도 너무 크고 한 번 중소기업 일자리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의 이동도 쉽지 않다는 점이 청년들을 끝없이 N수 경쟁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요. 중소기업에 들어가서도 안정적인 삶을 계획할 수 있고 꾸려나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청년이 대기업에 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실은 저 역시 언론사 입사를 위해 취업 N수를 겪은 당사자입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 준비했고, 결코 이르다고 할 수는 없는 나이에 입사했죠. 취업 준비는 정말이지 끝이 나지 않아 보이는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어요.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끝없이 나를 의심하게 되고.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해서 이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 방송이 작은 위로나마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 취재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 취업 준비생의 경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에 응하기는 쉽지 않지요. 방송 구성상 욕심은 나지만 차마 더 섭외를 강요할 수 없는 사례들이 있었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 것 같은데.
"대구 반도체 마이스터고 취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인터뷰했던 학생들도 너무 귀여웠는데 편집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덜어내게 되었어요. 지면을 빌려서라도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관악 청년층 91년생 취업 준비생 3인방께도 시간 내주셨는데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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