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한 산 속 실종자 찾았다…15년째 대만 사는 이 남자 정체

김영주 2026. 9.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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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트레일 러너 페트르 노보트니. 사진 페트르 노보트니

페트르 노보트니(41). 체코 출신으로 대만에서 15년째 사는 이 남자의 직업은 ‘실종자 탐정’이다. 2012년 처음 대만에 왔을 때는 대만국립대 응용역학연구소에서 열음향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취미로 시작한 트레일 러닝이 우연한 계기로 직업이 됐다.

2015년 타오위안시 타만산(2130m)에서 발생한 등산객 실종 사건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73세 남성이 산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TV로 접한 노보트니는 친구에게 “우리가 다른 길로 가서 찾아볼까?”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튿날 실종자를 찾았다.

경찰 수색·구조대가 온종일 산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노보트니는 트레일 러닝을 하는 친구와 함께 수색대가 간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가 실종자를 찾아냈다. 이 남성은 실종 당시 물을 뜨러 갔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상태였는데, 노보트니는 남성에게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기까지 했다.

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트레일 러너 페트르 노보트니(왼쪽). 사진 페트르 노보트니

타만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찾은 뒤 노보트니는 장거리 트레일 러닝으로 쌓은 능력이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찾아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후 대만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직접 누비며 실종자를 찾기 시작한다. 2022년에는 실종된 기업 임원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그는 더 유명해졌다. 지난달에는 CNN에 출연했다. CNN은 실제 수색 현장을 따라다니며 노보트니가 산속을 휘젓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노보트니는 대만의 유명 트레일러닝 코스인 포모사 트레일(Formosa Trail)을 개척했으며, 매년 이 코스에서 장거리 트레일런 대회를 연다. 대만 중부의 오래된 트레일을 연결한 것으로 최장 코스는 104㎞에 이른다. 2015년 첫 대회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1600명 규모의 국제대회로 성장했다.

중앙일보와 이메일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찾은 실종자 중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다고 했다. “남은 사람들에게 답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다”고 했다.

실종자를 찾는 트레일 러너 페트르 노보트니. 사진 페트르 노보트니

Q : 실종자 수색에 나서게 된 계기는?
A :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다. 울트라 러닝을 하면서 쌓은 능력, 길고 험난하고 기술이 필요한 산악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대만의 산악 지형에서 누군가를 수색·구조할 때 꼭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산에서 실종된 한 남자를 찾았다.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더 많은 실종자 수색 의뢰가 들어왔고 친구들과 함께 나섰다. 2020~2021년 무렵에는 일회성으로 부탁받아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운영하는 ‘비스트 러너스’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 됐다. 단순히 ‘사람을 찾고 싶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거의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산악 지형을 이동할 수 있고, 그 능력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 산에서 실종자를 찾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드나. 이후 삶에 어떤 변화가 왔나.
A : 실종자 수색 후 누군가를 살아 있는 상태로 만나는 것은 엄청난 감정이 들게 한다. 그러나 곧바로 두 사람이 그곳을 안전하게 빠져나와야 하는 실질적인 생존 모드로 전환된다. 이런 만남을 통해 산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산은 단지 아름답다거나 도전적인 대상만이 아니다. 평범한 산행이 누군가에게 마지막 며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산의 지형을 훨씬 더 존중하게 됐고, 누가 그곳에 있고, 왜 그곳에 있는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해 동안 수색·구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전문 소방관, 군인,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수색을 복잡하게 만든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Q : 수색을 통해 찾은 사람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A : 딱 한 사람만 꼽을 수는 없습니다. 몇몇 사건은 매우 중요했고, 그중에는 제 자신에게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제가 처음 발견했던 사람들은 살아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대부분 사망한 사람들이었다.

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트레일 러너 페트르 노보트니. 사진 페트르 노보트니

Q : 산에서 누군가를 찾고 만나는 경험은 아주 특별할 것 같다.
A : 사람이 실종되는 일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다. 답을 얻지 못하면 가족들은 사망 증명서를 받을 수도 없고, 보험이나 계좌에 접근할 수도 없고, 삶을 계속 이어갈 수도 없다. 여행자로서는 어떤 장소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이런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 사람들이 산에 가면서 사람마다 얼마나 다르게 준비하는지 알게 됐다. 경험이 많은 등산객도 운이 아주 나쁜 경우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완전한 초보인데 지형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실제 위험에 직면했을 때 인간의 판단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게 된다.

Q : 왜 트레일 러닝이 실종자 수색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A : 대학 시절부터 클라이밍을 했다. 그것이 산에서 누군가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색·구조 상황에서 트레일 러닝이 적합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부상자의 위치가 이미 파악돼 있고, 최대한 빨리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트레일 러닝은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나에 관해 알려진 내용 중) 한 가지 바로잡고 싶은 게 있다. 일부러 혼자 수색에 나서는 게 아니다. 나를 따라올 수 있는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부담이 된다.

Q : 포모사 트레일 러닝에 참가하는 한국 러너는 얼마나 되나?
A : 가끔 단체로 참가하는 한국 러너들이 있다. 그들은 예의가 바르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한국 러너들이 와주기를 바란다. 일본 러너들 사이에서는 포모사 트레일이 이미 매우 인기가 있다.

Q : 실종자 수색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커뮤니티, 사람과의 연결, 비즈니스?
A :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실종자의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답(answers)을 찾아주는 게 최고의 보람이다. 그것이 바로 수색·구조(SAR) 활동의 핵심이다. 비스트 러너스는 이런 활동을 더 확산하고 싶다. 그래서 팀에 합류할 인재를 찾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와 아내가 대부분의 일을 직접 처리했는데, 이제는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Q : 처음 대만의 산을 뛰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활동과 목표가 달라졌나?
A : 처음에는 산을 탐험하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트레일 러닝 대회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로 바뀌었다. 이제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이제 내가 하는 레이스는 관심이 줄었고, 포모사 트레일과 수색·구조 활동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 또 너무 많은 일을 맡지 않으려고 한다. 수색·구조 활동과 비스트 러너스, 가족을 돌보는 일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주 기자 kim.youngj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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