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케이크 너머 '질서'를 보다…현대카드가 펼친 웨인 티보 70년

김민환 2026. 9. 1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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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케이크와 파이, 아이스크림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웨인 티보가 익숙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질서'다.

현대카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을 19일부터 선보인다.

그러면서 "제사상에 정갈하게 놓인 떡이나 반듯하게 자리한 백자 그릇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질서"라며 "티보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파이와 케이크, 사탕과 진열대를 그리면서 평범한 일상의 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질서와 구조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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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대표작 105점 DDP에
케이크부터 도시·인물까지 작품세계 한눈에 조망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에서는 티보의 대표적인 디저트 정물화를 비롯한 회화, 드러잉 등 대표작 105점을 만날 수 있다.ⓒ데일리안 김민환 기자

알록달록한 케이크와 파이, 아이스크림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한눈에는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과 반복되는 원과 삼각형, 미묘하게 어긋난 배열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웨인 티보가 익숙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질서'다.

현대카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을 19일부터 선보인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는 티보의 70여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전시는 티보의 대표적인 디저트 정물화를 비롯해 인물과, 도시, 풍경, 판화 등을 한 자리에 펼쳐놨다.

이번 전시는 웨인 티보의 작품을 국내에서 대규모로 조망하는 첫 회고전이다. 회화와 드로잉 등 대표작 105점이 전시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는 현대카드가 2011년부터 미술과 음악, 영화, 패션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해 온 문화 마케팅 브랜드다.

팀 버튼과 크라프트베르크, 장 폴 고티에, 톰 삭스 등이 컬처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났다.

1920년 태어나 2021년 세상을 떠난 티보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사탕, 구두 등 일상적인 사물을 그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팝아트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팝아트와 연관돼 자주 언급됐지만, 이번 전시는 티보를 익숙한 소비재를 그린 화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질서'를 탐구한 작가로 바라본다.

전시의 부제인 'The Order of Things'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저서 '사물의 질서'에서 가져왔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디터 부흐하르트와 안나 카리나 호프바우어는 티보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물의 배열과 대칭,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에 주목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는 현대카드가 2011년부터 미술과 음악, 영화, 패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해 온 문화 마케팅 브랜드다.ⓒ데일리안 김민환 기자

케이크와 파이, 사탕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신발과 인물 역시 정교한 구조 속에 배치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하게 같은 것은 없다.

일렬로 세워진 케이크 가운데 하나가 벗어나 있고, 장식의 모양과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등 질서 속 미묘한 변주가 눈에 띄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은 부흐하르트와 호프바우어는 "티보는 질서를 매개체로 삼아 그 안에서 피어나는 변주 또는 차이를 그렸다"며 "티보는 본질적으로 (그림을) 그리되, 일관되게 추상적인 작가였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티보를 상징하는 음식 그림에서는 이 같은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는 물감을 두껍게 올리는 기법(임파스토)을 활용해 케이크의 크림과 음식의 질감을 실제처럼 표현했다.

동시에 케이크 조각은 삼각형으로, 접시와 디저트는 원과 원기둥 등 기하학적인 형태로 화면 위에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감각과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인 동시에 치밀하게 구성된 기하학적 구조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티보의 또 다른 면모도 만나볼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그리기 시작한 인물화에서는 티보가 표현한 '외로운 함께 있음'이 드러난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에 나란히 있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담당 큐레이터는 "티보의 작품에는 그의 말처럼 '외로운 함께 있음'이 존재한다"며 "곁에 있으면서도 끝내 닿을 수 없다는 것, 수많은 존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혼자라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다뤘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티보 전이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김민환 기자

1970년대 이후 작품에서는 시선이 도시와 자연으로 넓어진다.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과 교차로를 담은 작품에서는 극단적인 원근법과 시점을 활용해 실제 도시의 모습을 기하학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캘리포니아의 농경지와 해변 역시 기억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전시의 마지막은 티보가 100세였던 2020년 그린 '백 살 광대'로 이어진다.

그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흰색 광대 분장을 한 노인이 화면 밖으로 걸어나가는 듯한 모습을 담았다.

티보는 이듬해인 202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를 서울에서 개최한 배경도 티보가 평생 탐구했던 '질서'와 연결된다.

큐레이터는 "서울이 처음부터 이번 전시의 당연한 행선지는 아니었지만 돌이켜 보면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며 "웨인 티보가 탐구했던 것을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사상에 정갈하게 놓인 떡이나 반듯하게 자리한 백자 그릇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질서"라며 "티보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파이와 케이크, 사탕과 진열대를 그리면서 평범한 일상의 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질서와 구조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역시 이 같은 티보의 작품 세계와 컬처프로젝트가 추구해 온 방향성에 주목했다.

이지민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실장은 "일상적인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규모로 조망하는 회고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1 웨인 티보 전'은 이날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서울 DDP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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