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기름값 L당 100원 인하에, 동네주유소 “문 닫으라는 거냐”

남수현 2026. 9. 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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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기간 정부가 관리하는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이 L당 100원 내려간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도 2개월 더 연장하고, 10차 석유 최고가격도 이전 수준으로 동결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중동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비상대응 체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수급과 가격의 안정적인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인 오는 24~27일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재정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에서 휘발유·경유 가격을 지난 17일보다 L당 100원 낮추기로 했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는 11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한다. 인하율은 휘발유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25%로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L당 유류세는 인하 전과 비교하면 휘발유가 122원 내린 698원, 경유는 145원 내린 436원, 부탄은 51원 내린 152원으로 각각 유지된다. 특히 산업·물류 현장에 필수적인 경유와 소형트럭 등에 주로 쓰이는 부탄에는 휘발유보다 높은 인하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 원유가격 추이


19일 0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될 10차 석유 최고가격은 기존 9차 가격으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 상한이 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 등으로 유지된다. 지난 6월 27일 7차 최고가격을 6차 대비 L당 150원씩 내린 데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지난 3월 도입한 최고가격제 시행이 당초 예상한 6개월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국제유가가 불안정해 제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 피격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밑돌던 두바이유는 2일 100달러를 넘어선 뒤 16일 128달러까지 뛰었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 교전이 이어지는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5월 둘째 주 L당 2011.75원을 기록한 뒤 18주 연속 하락해 이달 셋째 주 1858.62원까지 내렸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의 경우 L당 100원대 이상, 경유는 350원 이상 비쌌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제도 시행이 길어지면서 정부 재정으로 정유사에 보전해야 할 손실도 불어나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으로 예비비 4조2000억원에 더해 산업통상부 본예산으로도 1조4497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분기를 지켜봐야겠지만, 아직 예산 증액 필요성이 있진 않다”고 말했다.

종전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됐던 지난 6월 중순에는 제도 종료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양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원활해지고 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내려오면 제도를 종료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출구전략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조치로 유류비 안정에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추석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낮추기로 한 데 대해 “일반 주유소는 문을 닫으라는 것이냐”며 “가격 경쟁을 왜곡하는 조치”라고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이미 고유가와 최고가격제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고속도로 주유소만 가격을 낮춰주면 인근 일반 주유소의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부는 원유 수급에도 당분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부는 9~10월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 이상, 11월 물량은 7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 송유관 피격에 따른 일부 선적 지연 가능성이 있어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비축유 스왑(교환)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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