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전유물? 대접 확 달라졌다…100억달러 낳는 이 게임 [팩플]

오현우 2026. 9.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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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특정 분야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서브컬처(하위문화) 게임이 한국 게임사들의 새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변도 사업 모델(BM)로 위기에 처한 한국 게임사들은 서브컬처 게임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1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TGS) 전시장 내부에 참관객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이날 개막한 일본 도쿄게임쇼(TGS)에 참여한 국내 게임사 수는 총 12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50곳 늘어난 역대 최대치다. 넥슨게임즈(넥슨)·엔씨·넷마블·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총 출동했으며, 이들은 모두 서브컬처 게임을 주요 출품작으로 들고 나왔다. 서브컬처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을 통칭한다. 만화 그림체와 서사를 중심으로 개발돼 소수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게임으로 분류됐다. 올해 TGS에 넥슨(파레이돌리아), 엔씨(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넷마블(펄 인 블루), 스마일게이트(미래시 : 보이지 않는 미래) 등 그간 MMORPG를 주력으로 성장해 온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전부 서브컬처 게임 신작을 공개했다.

17일 개막한 도쿄게임쇼(TGS)의 엔씨 단독 부스 전경. 엔씨가 처음 공개한 서브컬처 게임 '아스테라에 오라티오'를 시연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엔씨


TGS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과 함께 글로벌 2대 게임쇼로 불린다. 이전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TGS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서브컬처 게임의 본거지인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MMORPG를 주력으로 내세운 한국 게임사들과는 접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TGS에 단독 부스를 설치한 곳은 넥슨 한 곳 뿐이었다.

하지만 서브컬처 게임이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국내 게임사 성공사례가 쌓이면서 이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게임사들 시선도 달라졌다. 넥슨이 2021년 출시한 ‘블루 아카이브’와 시프트업이 2022년 출시한 ‘승리의 여신 : 니케(니케)’가 대표적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후 4년 간 누적 매출 6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매출 비중은 73%다. 니케도 출시 직후 2년 간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 중 절반은 일본에서 나왔다. 중국의 ‘원신’, ‘명일방주’ 등도 인기를 끌며 시장 확대에 일조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디아이마켓에 따르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지난해 50억달러에서 2030년 1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 국내 게임 개발자는 “이전에는 회의 때 서브컬처 게임을 기획하면 ‘패싱’ 당했는데, 지금은 경영진이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넥슨게임즈가 17일 도쿄게임쇼(TGS)에서 공개한 서브컬처 게임 '파레이돌리아' 대표 이미지. 사진 넥슨게임즈.


서브컬처 게임은 다른 장르보다 수명이 길다. 게임 캐릭터에 몰입하는 ‘팬덤’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 팬들이 스스로 웹소설, 굿즈 등을 제작해 공유하는 2차 창작이 이어진다. 고정 이용자 층이 명확해 다른 업종과 협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GS25, 무신사 등은 블루 아카이브 IP를 활용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게임사 경영진도 이 장르를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비중이 커 타 장르 대비 제작비가 적게 든다”며 “이용자들이 혼자 접속하기 때문에 서버 유지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 후속작 흥행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다만 닌텐도, 소니 등 일본 대형 게임사들은 콘솔 기기를 타깃으로 한 패키지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 게임 노하우가 풍부한 국내 게임사들은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다만 아직 애니메이션·만화 등 원천 IP가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서브컬처 게임은 팬들이 혹할 만한 서사가 중요한데, 국내 게임업계가 가장 취약한 분야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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