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걱정하면서…‘찬성 25%’ 김승원 임명강행 까닭

이찬규, 오소영 2026. 9.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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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간사(왼쪽)를 비롯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이 상정되자 “의혹이 해소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하면서 정국이 급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시점에 보수 야권이 낙마를 요구하는 장관 후보자 임명을 위한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 안건 상정 직후부터 거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기자회견 전에 일방적으로 빨리 하려는 것 아니냐. 청와대에서 오늘 하라고 오더했나”(곽규택 의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간사는 “어제 여당 간사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협조할 수 있겠나’ 이 얘기만 나눴는데 갑자기 오후 11시 넘어 의사일정이 추가됐다. 기습상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대통령 기자회견을 하니까 오늘로 잡았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거짓말탐지기라도 같이 들어가서 할래요”라고 맞섰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보자”고 맞받으며 고성이 오갔다. 여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도 “협의가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10분 만에 집단 퇴장하자 범여권은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서 위원장은 “(김 후보자 의혹은) 음모와 계략 그리고 책동이 확실해졌다”고 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보고서 채택 직후 정국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여당이 아니라 청와대 출장소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켰을 것”이라며 “재판만 없앨 수 있다면 국민 여론도 안 듣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에 국민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바로 이재명 탄핵”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다수의 뜻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향후 발생할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국회 일정도 보이콧했다.


여당의 모순…지지율 걱정하며 ‘찬성 25%’ 김승원 강행


국민의힘이 자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있는 국토교통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전체회의를 취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의혹이 적었던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야권 일각에서 장외 투쟁까지 거론되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장외 투쟁 대신 국회와 민생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청문회 당일이 포함된 지난 14~15일 실시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자 임명 반대는 52.1%, 찬성은 25.1%였다. 반대가 찬성의 두 배를 넘는데도 민주당이 김 후보자 엄호 태세를 유지하는 건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낙마하는 데 따른 정무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법무부는 다음 달 2일 출범을 앞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주무·유관 부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추가 낙마는 국정 동력에 너무 큰 타격”이라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기한 ‘신약 승인 청탁’ 의혹 등의 출발점이 검찰 수사 자료란 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유예한 사건인데, 한 의원이 검사 시절 버릇을 못 버리고 자극적인 부분만 풀고 있다”며 “결정적 내용도 없는 언론 플레이에 무너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검찰 개혁의 최전방으로 보고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검찰 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지층 실망도 만만치 않을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말도 나왔다.

민주당 내부엔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 여론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우리 당은 실제로 김 후보자가 충분히 소명했다고 보고 있다”며 “법사위 간사로도 업무 수행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7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국민이 신뢰를 철회하는 단계까지 가버린 것”이라고 쓴소리를 한 윤건영 의원도 김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임명권자로서 판단할 영역”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이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국회 국방위 분위기도 냉랭했다.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간사인 임종득 의원만 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발언을 한 뒤 자리를 떴고, 나머지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임 의원은 강 후보자 장남의 7억원대 상가 매입 의혹을 겨냥해 “어떻게 이모와 이모부가 아들에게 7억원을 빌려줬는데 그 어머니와 후보자가 모를 수 있느냐”며 “인사검증기관마저 몰랐다면 대통령실의 검증 실패”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부적격 의견을 밝힌 후 표결 전 퇴장했다. 임 의원과 강선영·한기호 등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단 한 명의 증인과 참고인도 채택하지 않은 채 ‘맹탕 청문회’를 밀어붙였고, 시작 전부터 참담했다”고도 따졌다.

국회는 이날 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재송부 요청 절차없이 후보자들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추석 전에 임명해서 군이 안정적으로 연합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도 개혁 과제들을 힘차게 해나가야 된다”고 했다.

이찬규·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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