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가 뉴노멀…긴축 발작, 신흥국부터 덮친다
세계경제가 고금리·고유가·강달러의 덫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그 신호탄 격이다.

지난 7월 금리 동결을 택한 Fed를 돌아서게 한 것은 ‘꺾이지 않는 물가’다. 이날 케빈 워시 Fed 의장은 “몇 주 전(7월)에도 여름철 물가 흐름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이후 그 판단을 뒤집을 만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 상승 가능성은 크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FOMC 참석자 18명 중 16명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12명은 한 차례, 4명은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워시 의장은 전망치 제출을 거부했다. 시마 샤 프린시펄자산운용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로이터에 “논쟁의 초점은 금리가 다시 오를지에서 앞으로 몇 차례 오를지로 옮겨 갔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세계 금융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빼냈다. 투자금이 빠져나간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고, 달러로 돈을 빌린 기업이나 정부의 이자 부담은 커지곤 했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미 국채금리 상승과 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아시아 통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인도 루피화는 달러당 96.09루피까지 밀려 7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 통화도 대부분 0.1~0.4% 약세를 보였다.
고유가에 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 충격은 더 커진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원유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하는 데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유가와 달러가 동시에 오르면 원유 수입에 더 많은 돈이 들고, 수입 물가가 뛰면 다시 긴축 압박이 커진다. 고금리·고유가·강달러가 서로를 부추기는 악순환이다.
과거에도 미국의 긴축은 신흥국 금융위기로 번졌다. 1980년대 초 미국의 20% 안팎 초고금리는 중남미 외채위기와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어졌다. 94년 미국이 금리를 1년 만에 연 3%에서 6%로 올리자 멕시코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13년에는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것만으로 주요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긴축 발작’이 벌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2022년에도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신흥국 통화 대비 평균 약 6% 올랐다.
아시아 중앙은행은 Fed 결정 직후 정책금리를 줄줄이 올리며 대응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렸고,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도 Fed 발표 직후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연 4.5%로, 역레포 금리를 4%로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일본은행(BOJ)도 18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아바스 케슈바니 RBC캐피털마켓 아시아 거시경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에너지 수입국이 밀집한 아시아는 이중고를 맞았다”며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달러를 끌어올리고 있어 많은 아시아 중앙은행이 이에 맞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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