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뻑뻑 피우고, 노상방뇨…경복궁 큰일납니다

강혜란 2026. 9.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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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강녕전 인근 전각의 창호가 숭숭 구멍 뚫린 모습. 관람객의 훼손 후 복원까진 시간이 걸려 흉물이 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조선 시대 왕의 침전이었던 서울 경복궁 강녕전. 17일 이 일대 전각 곳곳의 창호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실내를 엿보려 했거나 그저 악취미로 한 훼손으로 보였다. 근정전 앞에 줄지어 선 품계석에 엉덩이를 걸치는 관광객도 종종 목격된다. 단속하러 다가가면 눈을 흘기며 사라지곤 한단다.

“단체 관광객 중에 노상 방뇨를 하거나 전각 툇마루에 드러눕는 일은 다반사예요. 관람제한구역을 무단으로 들어가기도 하고요. 가장 많은 건 흡연입니다. 불 나면 어쩌려고…(한숨)”

1993년부터 경복궁·창덕궁 등에서 근무해온 이광삼 경복궁관리소 방호실장의 하소연이다. 이 실장에 따르면 무허가 드론 촬영도 한 달에 두세 번 꼴로 적발한다. 때론 한복 무료 입장 규정도 악용된다. 그는 “긴 도포 자락 안에 모형 검을 숨기고 들어와 궁궐 안에서 칼싸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면서 “다른 사람의 관람에 방해를 줄 수 있어 현장에서 제지한다”고 설명했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운동기구나 확성기 등 다른 사람의 관람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물건을 소지할 경우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음주, 복장, 종교집회, 고성방가, 풍기문란 등도 통제 대상이다. 문제는 CCTV나 현장에서 이 같은 행동을 적발, 단속했을 때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적반하장’이 적지 않단 점. 김태영 경복궁관리소장은 “관람객들이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해도 이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공무직원들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관리 인력은 한정된 반면 궁능을 찾는 관람객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궁궐과 종묘를 찾은 관람객은 1503만1603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이 약 28%(422만6371명)다. 조선왕릉 40기까지 확대하면 총 관람객 1781만4848명으로 2023년 1437만7924명에 비해 약 24%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100만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2006년 이후 동결돼온 궁능 관람료를 현실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선 궁능유적본부 주최의 대국민 공개토론회가 열려 한복 무료입장, 외국인 차등요금, 순차적 인상 등이 다각도로 논의됐다. 현행 관람료(성인 기준)는 경복궁·창덕궁 3000원, 창경궁·덕수궁·종묘와 주요 조선왕릉은 1000원이지만 다양한 할인·무료 관람 제도로 인해 지난해 전체 관람객 중 69%가 무료 관람이었다.

국가유산청은 우선 궁궐 관람 질서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궐에 배너를 설치하고 관리직원들이 현장에서 안내한다. 17일 오전엔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캠페인 홍보대사를 맡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아테나·예원 등이 경복궁에서 ‘궁궐 관람 에티켓’을 다국적 언어로 담은 홍보 부채를 나눠줬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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