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토토'부터 예지몽까지, 두 청춘의 기묘한 꿈 여행

김형욱 2026. 9.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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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잘 나갔지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둔 32살 청년 건우(유희제 분). 지금은 무일푼으로 친구 집에 얹혀살며 '야구 용품 사업'을 한다지만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다. 그런 건우가 어느 날 범상치 않은 꿈을 꾼다.

돈을 벌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우, 이모와의 틀어진 관계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싶어 하는 미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꿈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 속 아이 요섭은 건우와 미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내면 아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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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틀 드리머즈>

[김형욱 기자]

소싯적 잘 나갔지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둔 32살 청년 건우(유희제 분). 지금은 무일푼으로 친구 집에 얹혀살며 '야구 용품 사업'을 한다지만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다. 그런 건우가 어느 날 범상치 않은 꿈을 꾼다. 그가 돈만 생기면 해댔던 '프로야구 스포츠 토토'의 승자를 맞혀 주는 예지몽이었던 것이다.

한편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이모와 함께 사는 사춘기 소녀 미나(김세원 분)는 요섭(이하랑 분)이라는 어린 친구를 찾아 달라는 전단지를 사방에 도배하다시피 한다. 이모와의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에서, 이미 한 번 큰 도움을 받은 꿈속 아이 요섭이 답을 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만나기가 여의치 않다.

우연히 만난 둘, 건우와 미나는 각자의 절실함이 상대에게 거칠게 전달되는 순간 처음 조우한다. 이후 서로 원하는 바, 즉 요섭을 찾는다는 사실이 같다는 것을 알고 불편한 동행을 이어 간다. 어찌어찌 요섭을 만나긴 했는데, 이전처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대신 그들은 따로 또 같이 서로의 꿈속으로 들어가며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영화 <리틀 드리머즈>의 한 장면.
ⓒ 필름다빈
꿈속에서 마주한 서로의 내면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이름은 이제 낯선 타이틀이 아니다. KAFA 출신 감독들이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제작해왔고, 이제는 작품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더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제17기 장편과정의 결과물로 내놓은 이광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리틀 드리머즈>도 그런 맥락에서 들여다봤다.

<리틀 드리머즈>는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꿈'을 드러낸다. 돈을 벌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우, 이모와의 틀어진 관계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싶어 하는 미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꿈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꿈속에서 우연히 만난 요섭이라는 아이가 큰 도움을 준 적이 있어서 한 번 더 도움을 청할 참이다.

건우와 미나가 바라는 바, 즉 그들의 꿈은 결코 대단하지 않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지엽적이라고 하면 또 그렇다. 그런데 그조차 쉽게 얻으려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본인이 직접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 하는 건 안 될 말이다. 또한 자신들을 돌보고 살펴봐 주는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들을 돌보는 이들은 건우와 미나를 볼 때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묻는다. 건우와 미나로선 신경 좀 꺼 달라며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신경질을 낸다. 그러면서 꿈속 요섭에게 도움을 받으면 만사가 해결될 거라 확신한다. 과연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어디에 있는가? 너무 좁은 시야로 자기 자신에게만 파묻혀 있지는 않은가?
 영화 <리틀 드리머즈>의 한 장면.
ⓒ 필름다빈
단꿈 한 방보다 오래 걸리는 진짜 꿈

현실인 듯 꿈인 듯, 현실과 꿈 사이 어딘가인 듯 오묘하고 기묘하게 오가는 와중에 진짜 이야기는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펼쳐진다. 현실에서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넘겨짚고 있던 것, 무의식에서 수없이 상상해 봤던 것, 그리고 애써 숨기고 짓누르고 있던 것 등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친다.

건우와 미나는 엉겁결에 각자의 꿈속으로 들어가 깊은 내면의 이야기와 마주한다. 그들이 각자 현재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내면을 이루는 결정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깊이 이해하니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 나에게만 갇혀 있는 것은 시야를 좁게 하고, 시야가 좁아지면 오히려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 속 아이 요섭은 건우와 미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내면 아이'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감정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무의식적으로 남아 현재의 관계, 정서,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자아와 대면해야 하고, 분리되어 있던 어린이와 성인의 자아를 통합해야 한다.

건우와 미나는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뤘을까. 감히 말하자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않았으면 한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빠져나가기 마련이거니와, 그들이 힘들기 이를 데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지만 그것 역시 한때에 불과하며 훗날 뜻깊은 경험으로 남을 거라 확신한다. 반드시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꿈 한 방으로 이룬 꿈은 쉽게 사라져 버릴 테니, 오랜 시간을 두고 돌고 돌아 스스로 이뤄 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 <리틀 드리머즈> 포스터.
ⓒ 필름다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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