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안 통했다…공포의 ‘봉대산 불다람쥐’ 결국

안대훈 2026. 9.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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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 불이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지난 2월 경남 함양군에서 고의로 대형 산불을 낸 6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과거 울산 지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희대의 연쇄 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로 불렸던 인물이다. 당시 범행으로 교도소 복역 후 출소했지만,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다.

17일 오후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부(차동경 부장판사)는 산림재난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60대)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징역 10년보다 2년이 추가됐다.

재판부는 “산불은 공공의 안전과 평화를 심각하게 해치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과거 동종 범행으로 징역형을 복역하고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2월 사이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에서 3차례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방화 범행으로 총 237.2㏊의 산림이 불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만 9억6858만원에 달했다.

특히 2월 21일 발생한 ‘함양 산불’은 건조한 날씨 속 강풍을 타고 불이 확산, 대형 산불로 번졌다. 올해 첫 대형 산불이었다. 산불 대응 2단계와 함께 국가 소방 동원령까지 발령, 진화에 나선 끝에 불은 44시간 만에 꺼졌다.

이 산불로 함양에서만 축구장 323개 규모의 산림(234㏊)이 불탔다.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2동도 피해를 봤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산불을 피해 주민 8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지난 2월 23일 경남 함양군 유림면 유림어울림체육관에 마련된 함양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94~2011년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에서 96차례(경찰 조사 기준) 불을 냈다. A씨가 경찰 수사망을 피해, 범행을 계속해 ‘봉대산 불다람쥐’란 별명까지 붙었다. A씨에게 당시 현상금 최고액인 3억원까지 걸렸다.

하지만 2011년 범행 장소 인근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포착, 덜미가 잡혔다. A씨는 공소시효(7년)가 지난 범행을 제외한 2005~2011년 사이 37차례 산불 낸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 만기 출소한 A씨는 고향인 함양으로 홀로 이사 온 뒤, 또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최후 진술에서 “죄를 반성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변호인 측 신청으로 A씨를 정신 감정한 결과, ‘병적 방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정신감정 결과 병적 방화 질환이 있으나 스트레스와 음주로 인한 범행으로 보여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거창=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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