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서 진짜 이런다고? 창호지 뚫고 노상방뇨까지 ‘막장 관광객’
18일까지 관람 에티켓 집중 홍보

“외국인 관람객들이 단체로 와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노상 방뇨를 하고, 어떤 경우엔 강강술래 비슷하게 원을 그리며 율동을 해요. 가장 많은 건 흡연이죠. 그러다 불 나면 어쩌려고…(한숨)”
1993년부터 서울 경복궁·창덕궁 등에서 근무해온 이광삼 경복궁관리소 방호실장이 “최근 부쩍 단속 행위가 늘었다”며 들려준 사례들이다. 그가 중앙일보에 보내온 ‘경복궁 관람질서 훼손 관련 현황사진’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궁궐에서 진짜 이런다고?’ 싶은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경복궁 근정전 앞 품계석이 간이의자인 양 걸쳐 않는 건 예삿일. 전각 툇마루에 드러눕거나 관람제한구역을 무단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엔 무허가 드론을 띄워 촬영하다가 적발되는 일도 한달에 두세번 꼴이다.
지난해 11월 경복궁 북문(신무문) 인근 담벼락에서 용변을 본 외국인 관람객의 경우 경찰이 범칙금을 부과해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17일 경복궁을 찾았을 땐 조선시대 왕의 침전으로 이용됐던 강녕전 일대 곳곳의 창호지가 숭숭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실내를 엿보려 했거나 그저 악취미로 한 훼손이다.


한복 무료관람 규정을 악용하기도 한다. 이 실장은 “긴 도포자락 안에 모형 검을 숨기고 들어와 궁궐 안에서 칼싸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다른 사람의 관람에 방해를 줄 수 있어 현장에서 제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황제 복장을 하고 궐내를 활보하거나 일본 사무라이 옷차림을 한 경우 “보는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별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운동·놀이기구, 악기, 확성기 및 다른 사람의 관람 또는 국가유산의 보존·관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물건을 소지할 경우 관람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음주, 복장, 무속 행위, 방언(放言), 사사로운 제사 행위, 종교집회, 고성방가, 풍기문란, 국가유산 훼손행위(낙서 등) 및 기타 부적절한 행위로 다른 사람의 관람 또는 국가유산 보존·관리에게 지장을 줄 경우 제지될 수 있다.

문제는 CCTV나 현장에서 이 같은 행동을 적발, 단속했을 때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적반하장’이 적지 않단 점. 김태영 경복궁관리소장은 “관람객들이 ‘단속해달라’고 민원을 해도 이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공무직원들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궁궐 관람 질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궐에 안내배너를 각 궁궐 관리소장 및 직원들이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띠를 두른 채 질서 안내를 한다. 17일 오전엔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캠페인 홍보대사를 맡은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아테나·예원 등이 ‘궁궐 관람 에티켓’을 담은 홍보 부채를 나눠주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궁궐과 종묘를 찾은 관람객은 1503만1603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은 422만6371명으로 약 28%에 이른다. 조선왕릉 40기까지 확대할 경우에도 전체 1781만4848명 가운데 426만9278명으로 관람객 네 명 중 한명이 외국인이다. 궁능유적 관람객은 올해 8월까지 1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궁능 관람료 현실화를 위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열어 한복 무료입장, 외국인 차등요금, 순차적 인상 등을 논의했다. 현행 관람료(성인 기준)는 경복궁·창덕궁 3000원, 창경궁·덕수궁·종묘와 주요 조선왕릉은 1000원이지만, 다양한 할인·무료 관람제도로 인해 지난해 전체 관람객 중 69%가 무료 관람이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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