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후티와 회담... 사우디 군사 지원 거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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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교전이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이 오만 무스카트의 미 대사관에서 후티 지도자와 만났다고 지난 16일(현지 시각)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회담으로 예멘 정부를 공격하고 남서부로 진격, 항구 도시 모카와 바브알만데브 해협에 있는 페림섬을 장악해 사실상 홍해를 통한 선박 이동을 차단하고 있는 후티를 비난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어떤 군사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이 재확인됐다.
그런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심화하면서 이란은 자국 지원을 받는 후티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난 7월 말 후티는 예멘 내전을 빌미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고 홍해를 가로막았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후티를 달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단호하게 군사 지원을 거부하며 계속 교전 상황을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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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진 기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교전이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이 오만 무스카트의 미 대사관에서 후티 지도자와 만났다고 지난 16일(현지 시각)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 후티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선박만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고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담에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고, 후티 반군 또한 미국과 맺은 휴전을 준수할 것임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해 온 후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후티가 선박 공격 중단을 발표한 후 이뤄졌다. 이때도 오만이 미국과 예멘의 접촉을 중재했다.
이번 회담으로 예멘 정부를 공격하고 남서부로 진격, 항구 도시 모카와 바브알만데브 해협에 있는 페림섬을 장악해 사실상 홍해를 통한 선박 이동을 차단하고 있는 후티를 비난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어떤 군사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이 재확인됐다. 미국은 후티와의 직접 회담을 통해 이란 전쟁 및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더는 확산 시키지 않고 관리하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이란 전쟁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동시에 군사적 부담도 줄여야 하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간 교전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페림섬까지 장악하고 홍해의 선박 이동을 완전히 통제하게 된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성지인 메카를 공격했다며 후티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의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리키는 이날 사회관계망에 올린 성명을 통해 후티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메카를 공격했다며 이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에 대해 "필요한 억지력을 동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이 후티의 드론을 메카의 제한 영공으로 진입하기 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공격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야햐 사리 후티 대변인은 지난 16일 TV 연설을 통해 후티의 공격 목표물은 "성지에서 멀리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과 군기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카 공격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짓과 선동에 누구도 속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말 예멘 내전의 여파로 2022년부터 유지돼 온 후티와의 휴전이 깨지고 교전이 시작된 뒤 사우디아라비아는 복잡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전쟁 시작 이후 전쟁에 휘말리는 걸 극도로 조심해 왔다. 안보상의 이유도 있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인한 원유 수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심화하면서 이란은 자국 지원을 받는 후티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난 7월 말 후티는 예멘 내전을 빌미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고 홍해를 가로막았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 후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상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 거부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기대를 저버린 매우 힘든 상황이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더한 또 다른 전선 형성에 부담을 느낀 미국은 정보 지원만 약속했다. 지난 주말 미국과 후티 간 회담은 미국이 이런 입장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치 않게 이란 전쟁에 끌려 들어간 상황이 됐지만, 미국은 이란 전쟁의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처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중동 지역 최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력은 후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후티의 신속한 진격과 홍해 장악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실질적 타격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장한 후티의 메카 공격 시도는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외교 또는 군사적 억지를 통한 후티의 공격 중단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두 가지 다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지난주 후티가 보여준 예멘 서남부로의 신속한 진군과 장악, 그리고 드론을 이용한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은 후티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은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정부 지원을 넘어 자국 안보를 위해서라도 후티와의 교전을 피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무력으로 완전히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외교적 선택 또한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후티의 공격 재개가 단지 예멘 내전이 아니라 이란 전쟁과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홍해 장악은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을 방해하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쳐 미국을 압박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후티와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회담에 진전이 있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런던의 싱크 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는 안보와 경제 개발을 동시에 보호하려 하고 있지만 후티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과 후티의 홍해 통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 경제 또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 원유 거래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홍해마저 막히자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이 단지 교전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세계 원유 가격 상승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이 계속된다면 미국이 후티를 달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단호하게 군사 지원을 거부하며 계속 교전 상황을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재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로선 중간선거 전까지 현재의 교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협상이 아무 성과가 없다면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또한 경제적 압박이 있지만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전쟁의 종전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 여파로 인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간 교전 또한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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