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만 원... 캐나다에서 금값 된 한국 애호박

김종섭 2026. 9. 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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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애호박은 마치 '일반적인 값싼 삼' 같고, 한국산 애호박은 산삼 같은 존재로서 홀로 독보적인 몸값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캐나다 현지산 애호박은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속이 단단하고 볶으면 물이 많이 나와, 한국 애호박 특유의 달큼하고 찰진 맛을 결코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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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트 가격표에 멈칫... 어릴 적 '국민 채소'가 이제는 손 닿기 어려운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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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애호박 자료사진.
ⓒ 조혜지
오늘은 우연히 캐나다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호박 사진 한 장이 한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아내의 부탁으로 한인마트에 장을 보러 간 외국인 남편이 가격표도 보지 않은 채 덜컥 사 왔다는 애호박이었는데, 비닐 포장에 찍힌 몸값이 무려 9.99달러였다.

마트 야채 코너 진열대를 거닐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자리가 있다. 현지 로컬 야채들과 달리 투명 비닐로 정성스레 낱개 포장되어 귀하게 모셔진 한국산 애호박 앞이다. 불과 지난 8월만 해도 환율이 1000원대를 넘어 호박 하나에 진짜 만 원을 훌쩍 넘겼고, 9월 들어 환율이 그나마 900원대로 내려가 겨우 만 원 선 턱밑으로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마트에서 그 가격표를 직접 확인한 사람이라면, 선뜻 장바구니에 담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을 떠올려 보면 애호박은 말 그대로 '국민 채소'였다. 담장 너머나 밭두렁 어디서나 흔하게 자라 밥상에 부담 없이 오르던, 된장찌개나 부침개에 빠질 수 없는 감초 역할의 찬거리였다. 여름날 밭에서 툭 따온 호박을 듬성듬성 쓸어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던 된장찌개나, 노릇하게 부쳐내어 양념장에 찍어 먹던 애호박 전은 가난했던 시절에도 밥상을 풍성하게 채워주던 따뜻한 기억이다.

그렇게 흔하게 요리해 먹던 정겨운 식재료 하나에 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낯설고 충격적이다. 비행기로 공수해 와 산지처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운송비 부담은 이해하지만, 호박 하나에 10달러를 주고 사 먹는 것은 이성적인 구매 범주를 다소 벗어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애호박 가격 논쟁 이야기를 아내에게 꺼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기 훨씬 전부터, 오랫동안 한국산 애호박은 늘 이처럼 비싼 가격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로컬 마트나 한인 마트에 가보면 이곳 현지에서 재배된 애호박은 10달러면 4~5개도 족히 살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그렇다 보니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애호박은 마치 '일반적인 값싼 삼' 같고, 한국산 애호박은 산삼 같은 존재로서 홀로 독보적인 몸값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캐나다 현지산 애호박은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속이 단단하고 볶으면 물이 많이 나와, 한국 애호박 특유의 달큼하고 찰진 맛을 결코 내지 못한다. 결국 찌개 한 냄비에서도 고향의 맛을 완성하고 싶은 이민자들은 10달러라는 거금을 지불하고서라도 한국 애호박을 집어 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비행기 운송비가 더해진 이유도 있고, 비싼 가격을 알면서도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해 꾸준히 구매하는 소비층이 있기에 이러한 시장 형태가 유지될 것이다.

비싸지 않아야 한다고 무작정 떼를 쓸 수는 없겠지만, 한인 대부분의 정서로도 10달러라는 가격은 맛을 떠나 선뜻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어릴 적 밥상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대표 찬거리가 이곳 광역 밴쿠버의 마트 진열대 위에서 손 닿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렸다. 달라진 호박의 몸값 앞에서 씁쓸함과 함께 묘한 이질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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